‘한국어집중교육’으로 학생들 적응 돕는다

 

  본교 국제교육원(원장=이동선 교수)의 야심 사업인 ‘한국어집중교육’이 작년 2학기 도입된 이후로 한 학기가 지났다. 한국어집중교육은 외국인 학생들이 실용적으로 한국어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국제교육원에 따르면, 교육이 이뤄진 한 학기동안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은 성장세를 보였다. 직접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대체로 높았다.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능력 제고 필요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7학년도 기준으로 본교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5938명으로 국내 대학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많아졌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나 함께 조별과제를 하는 내국인 학생들 또한 고충을 겪게 됐다. 박주혜(미디어16) 씨는 “수업 내용을 토대로 하는 조별과제를 했었는데 외국인 조원은 한국어를 잘 못하니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의견도 내지 못했고 결국 다른 조원들이 다 했다”라고 말했다.

  본교 한국어센터 프로그램, ‘외국인특별반’과 같은 학기 중 교양수업 등 외국인 학생 대상의 한국어교육과정이 있었지만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동선 국제교육원장은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겨져 교육의 강도가 떨어졌다”며 “특히 교양한국어 수업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단순 생활 한국어 위주였기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본교는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년 3월 ‘국제교육원’을 신설했다. 국제교육원은 작년 2학기부터 외국인 특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인 ‘한국어집중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맞춤형 한국어집중교육 시작

  한국어집중교육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수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은 전공과목 수강이 제한된다. 현재까지 282명이 이수를 완료했거나 이수 중이며, 비용은 학교에서 전액 부담한다. 수업 기간은 정규학기와 동시에 진행돼 주 5일, 하루 3시간으로 총 14주간 운영된다. 시간대는 오전반, 중간반, 오후반 중 선택할 수 있다.

  본교는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 수준을 상, 중, 하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TOPIK 한국어능력검정시험(TOPIK)’ 등급과 ‘본교 한국어센터 수료 급수’가 그 기준이다. TOPIK 5, 6급 및 본교 한국어센터 5급 수료가 ‘상’에 해당하고 TOPIK 3, 4급 및 본교 한국어센터 3, 4급이 ‘중’이며 그 미만은 ‘하’다. 현재 국제교육원은 한 개의 하급자반, 두 개의 중급자반으로 나눠 세 단계의 수준별 반 배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집중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 하급에 해당하는 학생들만 이수 대상이다. 김명아 국제교육원 주임은 “TOPIK 5급 이상의 상급자 학생들과 영어트랙 학생들은 의무 교육에서 면제된다”며 “지난 학기엔 30명의 영어트랙 학생이 면제받았다”고 설명했다. 영어트랙은 영어 강의만 들어도 졸업이 가능한 경영대나 국제학부 등의 일부 단과대 외국인 입학생들을 말한다.

  한국어집중교육 이수를 위해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달성해야 하며 이에 미달될 시 유급된다. 올해 1학기 기준으로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로 과목을 구분해 시험, 퀴즈, 발표, 과제, 태도 평가가 이뤄진다. 과목별 평균 점수가 70점 미만인 경우엔 유급, 60점 미만이면 과락 처리된다. 또한, 결석이 42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도 성적과 관계없이 유급 처리된다. 이동선 국제교육원장은 “물론 정규학기와 한국어집중교육을 병행하는 것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꽤 힘들 것”이라며 “하지만 입학 후 한 학기에서 두 학기 동안 한국어 능력을 충분히 배양해야 4년 동안 무리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급 수준 학생 늘어나…학생들도 ‘만족’

  한 학기가 지난 지금, 한국어교육과정은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교육원이 제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2학기에 입학한 전체 외국인 신입생 수’ 대비 상급자의 비율은 입학 시점 40.9%에서 한 학기 경과 시점 69.8%로 28.9%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중급자 비율은 46.2%에서 18.7%로 감소하고 하급자 비율 역시 12.9%에서 11.6%로 감소했다. 의무수강이 아닌 영어트랙 학생들을 제외할 경우 상급자 비율의 증가폭은 더 커진다.

  실제로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알리 리피언(Aleah Rippeon, 이과대 지구환경18) 씨는 “강사님들도 너무 좋고 매일매일 한국어를 사용해 말하기 실력이 빨리 느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제교육원이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업으로 한국어 실력이 향상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3%가 ‘그렇다’, ‘매우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수업에 만족하냐’라는 질문에는 그 비율이 67%에 달했다.

  하지만 세 단계로만 수업이 나눠져 있어 세분화된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일부 나왔다. 특히 한국어 능력이 없다시피 한 일부 학생들에게는 하급자 대상 수업도 따라가기가 벅차다. 입학 후에 처음 한국어를 배운다는 마리아 파즈 무리요(Maria Paz Murillo, 문과대 중문18) 씨는 “생각보다 빨리 익히고 잘 따라가고 있지만, 하급자반도 1, 2급이 아닌 바로 3급 수준으로 수업이 이뤄져 조금 두려웠다”고 밝혔다. 김명아 국제교육원 주임은 “아직은 한국어집중교육 도입 초기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개선하고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 박성수 기자 holywater@

그래픽 | 이선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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