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문과대 철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자유전공학부 인문교양 특강이 9일 오후 5시 법학관 신관 501호에서 열렸다. 150여 명의 학생과 일반인이 참석한 이번 강연은 ‘공(公)의 확립을 위한 한비자의 임법(任法) 사상’을 주제로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승환 교수는 동양철학을 세계철학과 접목해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이론들을 제시한 동양철학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한비자는 전국시대 당시 한나라 사상가로서 한나라를 어떻게 번성시킬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에 대한 해답으로 엄격한 법치를 주장한 그는 덕치(德治)를 주장한 유가의 사상과 대척점에 있다”고 한비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승환 교수는 주제 선정의 이유를 밝히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공(公)’이 최근 지도자들에 의해 많이 훼손됐다”며 “더 늦기 전에 한비자의 임법 사상(국가 통치를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정치사상)을 통해 공을 다시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교수는 공의 개념과 임법 사상을 통한 공의 확립에 관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공(公)은 크게 세 가지 범주의 개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가의 법적·정치적 지배영역, 보편적 윤리원칙인 공정성, 일반의지 이렇게 세 가지의 개념이 있어요.” 공의 확립은 결국 그와 반대되는 ‘사(私)’를 등짐으로써 가능하다. 그는 “한비자의 임법 사상에 의하면 신분과 친분에 상관없이 오직 엄격하고 평등한 법 집행만이 공을 확립하는 길”이라며 “아무리 좋은 동기에서 나온 행위라도 규정과 직분을 넘어섰다면 가차 없이 처벌해야 한다는 게 한비자의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환 교수는 여러 예시를 들어 이해를 도왔다. 그는 “한국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경영, 대한항공 갑질 사건, 국정농단 사태 등이 모두 사에 의해 공이 무너진 사례”라며 “한비자의 임법 사상에 의해선 모두 금기되는 행위들이다”라고 무너진 한국 사회의 공에 대해 경고했다.

  하지만 이승환 교수는 한비자의 임법 사상을 여과 없이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비자의 임법 사상은 법이라는 객관적 기준에 의한 투명한 통치와 예외 없는 엄격한 법 적용 등을 주장하는 진보적 사상이다”라며 “다만 지나친 법 만능주의로 위압적 공포 정치가 나타날 수 있는 한계도 분명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희도(자전 경제13) 씨는 “엄격한 법 형식주의자인 한비자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법을 만들었는지, 애초에 치우친 악법이라도 그 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이승환 교수는 “한비자는 법에 의한 통치 사상을 얘기한 법치주의자일 뿐이지, 법을 제정하거나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만든 적은 전혀 없다”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법 형식주의자들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글 | 박성수 기자 holywater@

사진 | 고대신문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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