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작은 몸짓, 당신도 할 수 있다
생명을 살리는 작은 몸짓, 당신도 할 수 있다
  • 송채현 기자
  • 승인 2018.08.13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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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소방서에서 시민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충남 태안초등학교 6학년 권준언 군이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을 통해 의식을 잃은 할아버지의 생명을 구한 사건이 알려지며 ‘심폐소생술 실시’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6년 대한민국에서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급성심정지 환자 수는 2만9832명으로, 하루 평균 81명이다. 우리나라 심정지 발생 건수가 매년 증가 추세에 있지만 일반인에 의한 심폐소생술 실시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CPR 못하는 사회…교육 보급률 낮아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CPR)은 ‘환자의 호흡이나 심장박동이 멈췄을 때 인공적으로 호흡과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응급처치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경우 급성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3배가량 증가한다. 심정지가 발생한 후 4분이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이 발생하므로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사람의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이 중요하다.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급성심정지는 예측 불가능하며 주로 가정, 직장, 길거리 등 의료인의 전문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장소에서 발생하기에 일반인 목격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대한민국 일반인 심폐소생술 실시율은 16.8%로, 일본(48.4%), 덴마크(45%), 미국(36.3%)에 비해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의 저조한 심폐소생술 실시율은 낮은 교육률과 관련이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교사 및 안전 업무 종사자 등이 의무교육 대상자로 지정됐으며, 2014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모든 초‧중‧고 학생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심폐소생술을 실시 할 수 있는 일반인은 적은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7년 발표한 심폐소생술 교육 실태 통계자료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65세 미만 남‧여 1000명 중 심폐소생술 교육이 시행되는 것을 아는 사람은 639명이었으며 이 중 실제로 교육받은 사람은 287명으로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 도봉구청 의약과 윤종수 주무관은 “심폐소생술 실시율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확한 절차와 방법을 알고 있는지와 높은 관련이 있다”며 “CPR 교육 확대를 위한 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철 대구 중부 소방서장은 “남성은 군사 훈련소에서 CPR 교육을 받으나 여성은 교육 기회가 적다”며 “외국처럼 운전면허 취득 시 CPR 의무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전했다.

 

  모호한 ‘중대한 과실’, 판례 아직 없어

  ‘실수로 인한 책임의 두려움’도 심폐소생술 시행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 실수로 환자에게 피해를 줘 문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CPR 실시를 주저하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회에서 발행한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 후 목격자 심폐소생술에 대한 시행의지의 변화> 논문에 따르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93명 중 38명(41.2%)이 ‘잘못된 경우의 책임소재’를 이유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경계하고자 2011년 8월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이라 불리는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이 도입됐다.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응급의료나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것이 조항의 내용이다. 즉, 일반인이 CPR을 실시해 혹여나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조항 중 ‘중대한 과실’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여전히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가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을 마련해야하나 참고할 누적된 사례가 충분치 않은 것이 이유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김여진 주무관은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이 제정된 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 문제가 발생해 법정 다툼이 일어난 적은 없다”며 “판례가 없어 ‘중대한 과실’을 판단할 틀이 아직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대한 과실을 ‘상식적으로 선의의 목적에서 행했다고 볼 수 없는 행위’로 본다고 설명한다. 조규종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힘들다고 환자의 가슴을 손으로 누르지 않고 발로 밟는 것처럼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의 경우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심폐소생술 실시 중 누르는 위치나 정도에 실수가 있더라도 환자에게 중대한 과실을 입혔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실수하더라도 일단 CPR을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봉구청 의약과 윤종수 주무관은 “중대한 과실 중 가장 큰 하나는 응급처치법에 준하지 않는 경우”라며 “평소 교육을 통해 기본 응급처치법을 알고 있으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복적 교육 통한 ‘두려움 극복’이 관건

  심폐소생술 교육의 확대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교육효과 증진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특히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일반인 심폐소생술 실시율을 높이기 위해 ‘반복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직후에는 자신감이 있어서 심정지 환자를 목격했을 때 선뜻 나서게 되지만, 교육받은 후 시간이 지나 자신감이 줄어들면 심폐소생술 실시를 꺼리게 돼서다. 조규종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후 3개월에서 6개월이 지나면 자신감이 절반으로 떨어져 CPR을 실시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재교육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최소 2년마다 한 번씩 교육받기를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이 새로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계속 변화하고 있어서 주기적인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심폐소생술 연구 및 가이드라인 개발에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심폐소생술 국제연락위원회(ILCOR)는 5년 주기로 새로운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각 국가는 ILCOR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해당 국가의 의료 환경과 법적‧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있다. 도봉구청 의약과 윤종수 주무관은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일반인이 쉽게 배우고 접근할 수 있도록 개정을 거듭한다”며 “급성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최신 가이드라인대로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송채현 기자 cherish@

사진제공|성북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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