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냉방이 토요일 오후 2시 이후 통제돼 연구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올해 여름은 유독 힘들었어요. 주말에는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서 일하고 있어요” 2년 동안 미래융합기술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대학원생 A 씨는 주말에는 나오지 않는 에어컨 때문에 힘든 여름을 보냈다. 생명과학관 서관에서 일하는 대학원생 B 씨도 마찬가지다. 행정실에 민원도 넣어 보고, 교수님께 건의도 해봤지만 에어컨 가동은 잠시뿐이었다. 주말에 출근하는 대학원생들은 중앙냉방장치 통제로 인해 40도를 넘나드는 더위를 감수하며 이번 여름을 보냈다.

 

주말에는 통제되는 냉방기기, 불편 겪는 학생들

  본교는 홍보관, 학생회관, 체육생활관 등 일부를 제외한 건물 대부분에서 중앙냉방을 가동하고 있다. 교내 중앙냉방 시간은 공간의 성격 및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열람실을 제외한 교내 강의실 및 행정실에서는 주중 냉방이 오전 8시(혹서기는 오전 7시)에 시작되며 방학은 오후 4시 30분, 학기 중에는 오후 6시까지 중앙냉방이 이뤄진다. 강의실에서 수업 또는 세미나가 오후 6시를 넘어서 계속되면 냉방 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 실험실 및 연구실은 사전에 협의된 경우 오후 10시까지 중앙냉방장치가 가동된다. 하지만 토요일 냉방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며 토요일 오후 2시 이후 및 일요일에는 냉방이 통제된다.

  일반 학부생과 교직원들은 주말에 등교나 출근을 하지 않지만, 주말에도 연구 및 실험실 관리를 위해 연구실에 출근하는 대학원생들은 냉방 통제로 인해 애를 먹고 있다. 생명과학관 서관에서 세포 연구를 진행하는 대학원생 B 씨는 “용기에 담긴 세포는 계속해서 증식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포가 자랄 공간이 부족해져 다른 공간으로 옮겨주는 계대배양을 해야 한다”며 “세포를 옮길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주말에도 연구실에 나와 관찰해야 한다”고 주말 출근의 이유를 설명했다. 창의관의 한 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원생 C 씨도 “대부분의 학생이 토요일에 출근을 하지만, 오후에 냉방이 이뤄지지 않아 이번 여름이 힘들었다”며 “선풍기를 틀거나 시원한 물을 마시며 겨우 더위를 참았다”고 말했다.

 

주말 냉방, 현실적으로 어려워

  교내 냉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설관리부는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민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주말 냉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설관리부 실무자 측은 “교내에서 쓰이고 있는 중앙냉방장치는 가정용 에어컨과는 달리 하나의 건물을 통째로 관리한다”며 “주말에 출근하는 일부 학생들을 위해 공실에도 냉방을 가동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냉방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노후화된 장비가 많아 냉방 중단에 대해 항상 긴장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중앙도서관 기계실 전력 과부화로 운초우선교육관 및 본관에 정전이 발생해 냉방이 중단된 바 있다.

  연구실 및 실험실에서 시설관리부의 안내를 통하지 않은 개별냉방장치 사용은 원칙적으로 통제된다. 단독으로 냉방 장치를 설치한 경우 교수, 학생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고, 정기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배관을 통해 누수가 발생하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설계상의 구조 또한 개별냉방장치 설치가 어려운 이유다.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선 1층 또는 옥상에 실외기를 달아야 한다. 시설관리부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건축된 건물에는 실내기와 실외기 연결공사에 필요한 여유 공간이 기본적으로 설계에 반영되지만, 2010년대 이전 건축된 건물에는 여유 공간이 설계에 반영되지 않아 비용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원총 “이공계 학장단과 협의 진행할 계획”

  일반대학원 총학생회(회장=이정우, 원총)는 지난 8월 4일 대학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게시물을 통해 연구실 냉방 문제를 최초로 파악했다. 주말 냉방 문제에 관해 원총은 대학원 행정실에 주말에 에어컨을 가동해줄 것을 요구했고, ‘에어컨 가동이 중단되는 시기에는 출근을 자제시켜달라’는 공문을 각 단과대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 냉방은 토요일 오후 2시 이후 통제된 상태다. 주말 출근 자제에 관해 대학원 행정실 측은 “근무환경 문제는 연구와 관련된 영역이기 때문에 공문을 보내 근무시간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정우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원총은 냉방과 관련된 사안에 관해 직접 이공계 학장단과 만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추가적으로 공과대 행정실 및 대학원 행정실 측에 주말 및 평일 늦은 시간대에도 냉방을 가동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총은 대학원 도서관에서도 평일 오후 4시 이후 일부 세미나실에 냉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해 대학원 행정실에 해결을 촉구했다. 대학원 행정실 측은 “원총과 협의하기 이전부터 1층 일부 세미나실에는 오후 4시 이후에도 냉방이 이뤄지고 있었다”며 “그곳을 제외한 세미나실 및 행정실은 오후 4시 이후 냉방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이정우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 도서관 세미나실을 이용하는 원우들이 불편을 호소했고, 이 부분에 관해 대학원 행정실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주말에도 더위로 고생한 대학원생의 문제는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글·사진 | 전남혁 기자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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