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관리도 예방의 한 부분…전문인력 보충해야
사후관리도 예방의 한 부분…전문인력 보충해야
  • 엄지현 기자
  • 승인 2018.09.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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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더 필요한 자살유가족

  현 정부는 자살 예방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지난 1월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살 예방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자살유가족에 대해 사후관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자살유가족인 증평 모녀 사망은 자살유가족에 대한 사회 지원시스템의 부재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자살유가족을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자살예방정책을 전개하고 있지만 전문인력의 부족 등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사후관리 역시 자살예방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보통 자살자 한 명당 최소 5명의 자살유가족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70만 명 이상의 자살유가족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구상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은 “유가족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지인, 직장동료, 서비스 주체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자살예방정책은 사전예방(prevention)을 포함해 위기개입(intervention)과 사후관리(postvention)를 모두 아우른다. 자살유가족 같은 경우 사후관리가 사전예방의 효과를 동시에 낸다. 자살유가족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7배에 달하고 자살위험은 8배가 넘어가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살유가족 지원체계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자살유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진지하게 자살하고 싶은 생각을 했던 경우가 43%였다. 이구상 부센터장은 “자살 예방이라고 하면 자살을 막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현재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는 사후관리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KU마음건강연구소(소장=최기홍)에서 애도상담센터 ‘메리골드’를 운영 중인 고선규 연구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사후관리에 대한 인식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연구와 조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살유가족 심명빈 씨는 “자살유가족은 표면에 드러난 사람들”이라며 “자살유가족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적 고통 커…심리부검 도움 돼

  보건복지부의 자살유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유가족은 사별 후 가족관계의 변화, 대인관계의 단절과 회피, 직업 수행에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우울·의욕저하, 불면과 같은 정신적 고통과 호흡곤란·두근거림을 비롯한 신체적 어려움도 나타났다. 지역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보건센터에서는 유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애도상담과 자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중앙심리부검센터(센터장=전홍진)에서 하는 심리부검도 유가족에게 치료적인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유가족들은 가족 중에 자살자가 있다는 것을 심리부검을 통해 처음 고백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심명빈 씨는 “힘든 시기에 여기저기 알아보다 심리부검을 알게 됐다”며 “심리부검을 통해 이야기를 하게 돼 자연스레 애도가 됐다”고 말했다.

  자살유가족은 사별 후 여러 가지 행정 절차와 법적 문제, 빚과 같은 경제적 문제, 보험문제 역시 떠안게 된다. 자살유가족 A 씨는 “경찰 조사받고 장례도 치러야 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자살유가족은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며 “그 순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는 경제적, 행정적, 산업재해보상 등의 문제로 법률상담이 필요한 유가족에게 변호사를 연결해주고 소정의 상담비용을 지원하는 법률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협약을 맺어 자살유가족 1인에게 14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의 정신과 치료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서비스 이용에 동의하면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이구상 부센터장은 “유가족분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내년에 확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예산이 확충된다면 생계비지원과 변호사 선임비 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인력·관련 기관 협조 부족해

  각 지역의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마다 자살유가족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각 센터가 위탁형태로 운영돼 불안정하고, 인원 교체가 잦아 상담사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고선규 교수는 “센터에서는 전문가 한 사람이 몇 백 명씩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담보단 사례관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심명빈 씨는 “신청 후 상담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며 “자살유가족 상담을 한다고 해서 갔지만 애도상담을 해본 적 없는 의사와 15분 상담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정책 시행을 위해선 관련 기관과 단체 간 업무협조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살예방법)’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책 시행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경우 협조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자살고위험군을 ‘위기가구’로 규정하고, 자살유가족도 포함하는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과 자살유가족 전문기관에 담당자를 지정하는 ‘자살예방법’ 개정안을 담은 일명 ‘증평모녀법’을 발의했다. 김승희 의원은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지원대상을 발굴·관리하긴 했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었다”며 “그 과정에서 소외된 자살유가족이 많았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캠페인과 퍼블릭마케팅, 그리고 세계유족의날 기념 전시회 등을 통해 사회인식을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이구상 부센터장은 “무엇보다 유가족이 당당하게 나설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가족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엄지현 기자 alfa@

일러스트|정예현 전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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