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강화되면서, 카페 내에서 일회용컵이 사라지고 있다.

  “손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맞으시죠? 드시고 가시면 유리잔에 음료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는 흔히 볼 수 없던, 바뀐 요즈음 카페 풍경이다. 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규제가 강화되면서 벌어진 결과다. 학내 카페도 마찬가지다.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학생들에게 다회용컵을 제공하면서, 매장 내 흔히 보이던 플라스틱 일회용컵이 줄어들고 있다. 대신 텀블러를 휴대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모습이다.

 

  10곳 중 9곳은 다회용컵 제공 중

  본지는 교내 카페 16곳 중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제외한 10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내에 위치한 10곳 중 9곳의 카페는 손님에게 테이크아웃 여부를 묻고,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매뉴얼에 따라 유리잔이나 머그컵과 같은 다회용컵을 제공하고 있었다. 조사한 10곳의 카페 중 중앙광장 지하에 위치한 카페 ‘낢x진’은 매장 내에서 판매한 음료 27잔 모두 유리컵을 사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ㄱ’ 카페도 30잔 중 26잔을 다회용컵으로 손님에게 제공했다. 나머지 4잔은 테이크아웃 고객이 일회용컵을 받고 카페에 잠시 앉아있다 가는 경우였다. ‘ㄱ’ 카페 매니저 윤 모 씨는 “일회용컵을 들고 홀에 있는 고객에게는 유리컵으로 바꾸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이후 본교 카페 점주들은 일회용컵 구매를 축소하고 있다. 줄어든 일회용컵의 자리는 다회용컵들이 채웠다. 학생회관 2층에 위치한 카페 ‘orgo’ 백경숙 사장은 “일회용컵 주문량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대신 머그컵과 유리잔을 추가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쓰레기 배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 ‘ㄱ’ 카페 매니저 윤 모 씨는 “예전에는 매일 쓰레기통을 비워야 했는데 요즘은 비우지 않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규제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본교 재학생 A 씨는 “매장 내에서 머그컵을 사용하는 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며 “더 나아가 옥수수 빨대 등 친환경 제품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지지했다. 반면 위생을 이유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과대 14학번인 송 모 씨는 “유리컵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쓰는데 설거지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일회용컵이 더 깔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늘어난 업무에 막무가내 손님까지

  일회용컵 배출은 대체로 줄었지만 카페 직원들은 업무가 늘었다. 음료 제조와 동시에 수십 개의 다회용컵을 설거지해야하기 때문이다. ‘ㄴ’ 카페 매니저 최 모 씨는 “하루 동안 설거지하는 잔이 100개 정도 되고, 추가로 쟁반도 씻어야 한다”며 “예전에 비해 직원들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기도 한다. 디초콜릿커피앤드 고대중앙광장점 이초롱 점장은 “설거지 양이 많아져 어깨와 허리통증을 겪는 직원도 있다”고 밝혔다.

  매장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고집하는 손님도 많아 점주들은 난처한 입장이다. 학내 한 카페 매니저 B 씨는 “주문받을 때 환경부 규제에 대해 알렸는데도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며 “손님께 나가달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곤란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초롱 점장도 “바쁜 시간에는 고객님들이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적발되면 점주가 과태료를 내야하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이런 사례가 빈번함을 인지하고 융통성 있게 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박정철 과장은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쓴다고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직원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불가하다고 충분히 고지했다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학생 인식 바뀌면서 … 텀블러 이용자도 늘어

  학생들의 인식도 바뀌어 개인 텀블러를 지참하는 경우가 늘었다. 디초콜릿커피앤드 이초롱 점장은 “여러 이유로 개인 텀블러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ㄴ’ 카페 매니저 최 모 씨도 “텀블러를 가져오는 학생의 수가 지난 학기엔 하루 다섯 명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서른 명 정도로 증가했다”며 “일회용컵을 제공하는 경우, 재활용이 가능한 컵을 사용해야 하지 않냐고 되물어보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학내 카페에서는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벌어지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카페베네’, ‘디초콜릿커피앤드’ 등의 학내 카페는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가면 300원을 할인하고 있다. 지난 5월 환경부와 21개 카페 및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텀블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음료 할인을 제공하는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글 | 전남혁·정한솔 기자 press@
사진 | 전남혁 기자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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