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음향학, 과학으로 소리의 질을 높이다

학자와의 티타임㉑ - 한찬훈(충북대 건축공학과) 교수 변은민 기자l승인2018.10.01l수정2018.10.0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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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는 많은 것을 전한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소리는 음악이 돼 감동을 선사한다. 소리는 때론 소음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시의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상담민원은 808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리가 공간에 따라 아름다운 음악이 되도록, 소음이 되지 않도록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에 맞게 소리를 제어하는 건축음향학자 한찬훈(충북대 건축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 건축음향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건축음향학은 공간에서 필요한 음성정보가 잘 전달되도록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음성을 통해 소통이 이뤄지는 모든 공간이 그 대상이 됩니다. 즉, 건축음향학에선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소리통이 되는 것이죠. 이 안에서 어떻게 하면 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원리를 탐구하며 이를 활용해 좋은 건축물을 만들고자 합니다.

  건축음향학의 세부적인 분야로는 실내음향분야와 건물차음분야가 있습니다. 공간 내 음성정보전달을 명료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실내음향분야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실내소음, 철도소음과 같은 소음공해를 제어하는 것은 건물차음분야입니다.”

 

- 건축음향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 시절, 교육부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로부터 기금을 받아 각 대학을 지원했습니다. 당시 연세대 대학원에서 이 기금으로 건축음향 측정장비를 엄청나게 많이 구매했는데, 이후 감사 때 이 장비를 이용한 프레센테이션을 해냈어야 했습니다. 해당 장비가 외국 장비라 외국어에 능통한 대학원생이 필요하던 차에 영어성적이 좋았던 제가 뽑혔어요. 이 장비를 맡아서 작동방법을 익히고 실험을 하게 됐습니다. 이를 본 지도교수님이 실험 논문을 쓸 것을 권유했고 그 이후로 건축음향학 분야를 연구하게 됐죠.”

 

- 건축음향학은 건축설계 시 어떤 단계에서 활용되나요

  “음악전문 공연장을 설계할 때에는 건물설계 초기부터 건축음향학자가 설계 과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건물의 기본적인 형태가 음향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죠. 공간 내부의 형태, 규모, 내부 재료, 형태 비례, 시공 시 표면의 처리 등 모든 크고 작은 건축요소들이 소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결정을 하는 초기단계부터 건축가와 음향학자의 협업이 완성도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음문제를 다루는 경우에는 공사 도중에 건축음향학자가 투입돼도 되고, 이미 사용 중인 건물은 사후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 소리의 어떤 요소가 건축물 설계에 영향을 미치나요

  “소리엔 두 종류가 있는데, 음악과 스피치입니다. 음악은 울림, 즉 ‘잔향’이 중요하지만 반대로 스피치는 명료도가 중요하죠. 울리면 방해가 되는 겁니다. 그러므로 먼저 공간에서 사용되는 소리가 무엇이냐에 따라 설계 목표와 건축설계 구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지만 소리는 빛이나 열에 비해서 제어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그 이유는 구면파로 방사되고, 상대적으로 주파수가 낮아 파장이 매우 길어서죠. 틈만 있으면 새고, 경계면이 있으면 회절하며, 다른 소리를 간섭하기도 하고, 투과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론적인 지식뿐 아니라 감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실제 현장에 있으면 이론적인 계산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이 때문에 건축음향학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에 있는 학문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해요. 소리의 특정한 요소를 분석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경험에서 오는 감각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음악 장르에 따라서도 설계에 차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입니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차이가 가장 대표적이죠. 서양 악기의 경우 울림통이 있어 악기 소리가 크지만 국악기는 울림통이 없어 소리가 서양 악기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그래서 양악 연주홀의 경우 긴 잔향이 좋은 음향의 조건이지만, 국악당에서는 명료도를 우선시해요. 잔향이 길면 음이 풍부하지만 국악 감상에는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적정잔향시간이 양악은 음악 장르에 따라 다르지만 약 1.4초 이상, 국악은 0.8~1.0초입니다. 이상적인 음의 명료도는 국악이 0㏈ 이상, 양악이 -3~1㏈로 국악이 훨씬 높아요. 그래서 양악 연주홀과 국악당은 기본적인 설계 목표가 다릅니다.

  국악당을 설계할 때 국악기에 대한 건축음향학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데이터를 직접 만들어야 해서 매우 난감했던 기억이 있어요. 국악기 소리를 무향실(흡읍재로 둘러싸여 악기에서 나오는 직접음만 존재하는 곳)에서 채집하고, 반사패턴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또한 이를 바탕으로 감상자의 소리 선호도를 파악해 국악기에 대한 음향적 데이터를 마련했죠. 이 데이터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 국악당이 부산 국립국악당입니다.”

 

- 설계 과정에 참여한 장소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으신가요

  “설계 과정에서 제일 공들인 장소인 인천국제공항입니다. 제1 여객터미널, 탑승동, 교통센터, 작년에 개장한 제2 여객터미널 설계까지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영종도에 다리가 없을 때부터 배를 타고 들어가 일했었죠. 공항 설계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음향의 명료도를 최대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항은 매우 공간이 크고, 흡음재가 없기 때문에 잔향이 매우 심합니다. 게다가 주재료도 돌과 유리와 같은 반사재예요. 깨끗한 음성정보 전달이 가장 큰 목표지만 공간의 표면적 특성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 조건에서 음성명료도를 높이기 위해 천장에 수없이 많은 다중유공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했어요. 알루미늄 패널 자체는 흡음재가 아니지만 그곳에 구멍을 뚫어 유공패널로 만들면 흡음재가 됩니다. 이러한 설계를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이 음성도 잘 들리고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아 큰 보람이 있습니다.”

 

- 층간소음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 층간소음이 다른 나라보다 유독 심한 원인은 사람들의 생활습관에 있습니다. 카펫 위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룻바닥에 피부를 마찰하며 생활하죠. 게다가 마룻바닥은 딱딱하기 때문에 바닥 충격음이 큽니다. 주로 우리가 층간소음이라고 하는 것은 바닥충격음 중에서도 중량충격음입니다. 중량충격음의 주파수는 64Hz 이하의 충격음으로, 10m 이상의 파장을 가집니다. 아파트 한 층이 3.5m 정도니, 10m는 3층 정도의 높이에 해당합니다. 즉, 중량충격음은 3층 이상의 거리를 장애물 없이 투과하고 이것이 층간소음이 되는 것입니다.”

 

- 층간소음을 완벽히 막을 묘안은 없을까요

  “층간소음을 원천적으로 제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음원 가장 가까이에서 차단하는 것입니다. 소음이 도달한 이후에 막으려면 비용은 많이 들지만 효과는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선 표면에서 제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죠.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닥 바로 밑에 있는 모르타르(mortar)에서 소음을 흡수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기공을 만들어 소음은 흡수하고 강도는 그대로인 모르타르를 개발했죠. 다만 비용이 2.5배 정도가 더 들어서 건설사 입장에선 아직 상용화하기 어려운 게 단점입니다.

  전통적인 방법은 슬라브의 두께를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아파트 층을 구분하는 슬라브의 두께는 구조적으로는 120mm이면 충분하지만, 소음을 제어하기 위해 점점 두꺼워지고 있죠. 2004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의 슬라브 두꼐는 150mm이하였지만 지금은 210mm, 240mm 정도입니다. 하지만 슬라브가 이렇게 두꺼워지면 건물의 자중도 늘어나고 비용도 비싸지지요.”

 

- 국제음향학회 회장이십니다. 현재 학계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의제는 무엇인가요

  “건축음향학에선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이용한 시도들이 논의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VR(Visual Reality)과 AR(Audio Reality)을 합성하는 소리의 가청화기술이 그것입니다. 이 기술을 도시단위로 확장하면 소음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살이길을 지도에 입력하면 도시의 모습뿐만 아니라 평균 소음 수준을 측정해 그곳의 소리까지도 다 듣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도를 사진으로만 보면 현실감이 없으니 소리도 들리도록 하면 더욱 현장감 있는 지도가 됩니다.”

 

- 건축음향학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요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그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투자가 더욱 커진다는 뜻이죠. 건축음향학은 이런 삶의 ‘질’과 연관된 학문입니다. 앞으로 세계가 발전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투자가 늘어나는 한 건축음향학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질 것입니다.”

 

글·사진|변은민 기자 victor@ 

변은민 기자  victor@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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