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문과대 어문계열 재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어학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일어일문학과, 서어서문학과, 노어노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 총 5개 학과에서는 학과별로 각각 JLPT, DELE, TORFL, DELF, ZD 등의 어학시험을 졸업요구조건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업요건의 기준이 높아 학교의 전공수업만으로는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전공 외국어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이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어 학생들과 교수 모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학생마다 편차 큰 어학능력

  최근 문과대 어문계열 학생사회에선 졸업요건인 어학시험의 단계가 다소 높고 학교 측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학과 커리큘럼만을 따라가면서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기엔 벅차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박혜주 서어서문학과 학생회장은 “단계가 너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졸업요건으로써는 힘든 편”이라며 “학과에서 진행하는 언어 수업들의 커리큘럼을 따라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볼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명백히 힘들다”고 답했다. 문수빈 일어일문학과 학생회장은 “일어일문학과는 타 학교들과 비교해서 졸업요건 시험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현재 학과 내에 어학시험 대비를 위한 전공수업 외의 지원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미묘하게 갈린다. 우선 학과의 원어 전공수업을 제대로 수학한 학생이라면 졸업요건을 충족할 정도의 어학 능력이 갖춰질 것이라는 입장이 있다. 김용현(문과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독어독문학과에서는 18학번부터 독일어 교과과정이 강화됐다”며 “이제는 학과의 교육과정만 따라와도 어학시험을 보는데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의견에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동감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수미(문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졸업요건을 위해 학생들이 시험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어학시험에 필요한 내용과 기술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과목은 없다”고 말했다. 불어불문학과 학과장 지영래 교수는 “졸업요건시험을 준비하는 강의나 지원이 불충분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에 공감했다”고 답했다.

  해당 학과의 전공 언어를 전혀 접하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이 학생들에게는 졸업요건 어학시험 자격증 취득이 관련 국가에서 유학했던 학생들과 비교해 쉽지 않다. 교수들도 강의를 진행하는 데 난감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김수미 교수는 “원어 강의라 하더라도 한국어도 같이 사용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을 종종 받는다”며 “같은 내용을 두 가지 언어로 설명하다 보니 강의의 양과 질에 있어 아쉬움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현 교수는 “학생들의 어학능력에 편차가 크다”며 “어떤 학생을 기준으로 강의를 진행해야 할지 결정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고 답했다.

  이러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학생들의 어학시험 준비를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학과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불어불문학과에서는 교수진과 학생회 간의 협의를 통해 어문계열 학생들의 어학시험 준비를 공론화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이에 ‘DELF(프랑스어 공인인증시험) 시험 대비 무료특강 실시’, ‘매 학기 DELF B2(불어불문학과 졸업요건 단계) 대비 전공강의의 증설’ 등의 학과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됐다. 지영래 교수는 “교과과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교수진과 학생들이 어학시험 준비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터디, 동아리 등 다양한 학습방법 모색

  전공수업만으로는 어학시험 대비가 어렵다보니 학생들은 강의실 밖에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터디와 동아리다. 독어독문학과 학회 ‘아인토프’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독일어와 독일문화에 대해 공부하는 스터디다. 학회장과 임원진의 주도로 세미나와 발제를 하는 기존의 학회 방식과 달리 개별 반의 튜터가 담당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이 튜터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로 구성된다. 아인토프 학회장 송정연(문과대 독문17) 씨는 “독일어와 독일문화를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구성해 전공 언어 공부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설돼 있는 독일어 반은 실력별로 기초반, 문법반, B1시험 준비반(ZD시험), 고급반 총 4가지로 나눠져 있다. 아인토프에선 학생들의 어학능력 향상을 위해 학회원의 수준에 맞는 교재를 선정해 과제도 내고 예습과 복습도 요구한다. 반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튜터를 통해 회화 학습도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중앙동아리 ‘한일문화연구회’에는 일본어 실력 증진을 위한 기초반과 회화반이 마련돼 있다. 어학 기초반은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을 위한 반으로 히라가나·가타가나부터 시작해 기초 문법을 배운다. 회화반의 경우 기본기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이 모여 매주 특정 주제에 대해 일본어로 발표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주마다 한 번씩 꾸준히 진행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일본어를 배운다.

  단순 학습뿐만 아니라, 연극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스레 외국어를 접하며 시험을 대비하기도 한다. 서어서문학과 원어 연극 소모임 ‘Pasión’이 좋은 예다. 이 소모임에서는 공연 대본을 스페인어로 작성하기 때문에 내용 파악을 위해 부원들이 이를 직접 번역해야 한다. 학생들에겐 연극을 준비하는 번역 과정에서 모르는 문법 구조와 단어, 숙어에 대한 지식이 요구된다. 또 스페인어 대본을 외워서 진행하는 연극이어서 발음 교정도 꾸준히 받아야 한다. 김호영(문과대 서문18) Pasión 회장은 “연극을 통해 스페인어를 학습하는 방식이 어학시험을 준비하는 데 좋은 전략이 됐다”고 설명했다.

 

  언어교환 활동과 어학원 강좌도

  한발 더 나아가 외국인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시험에 필요한 어학능력을 습득하는 학생들도 있다. 교환학생 동아리 ‘KUBA’에서는 언어교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언어권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며 언어를 학습할 수 있다. 한준현(문과대 일문14) KUBA 회장은 “작년 KUBA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본인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다”며 “활동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일본어 회화 실력과 청해 실력이 늘게 됐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JLPT(일본어능력시험)가 요구하는 청해 능력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교내 국제 어학원에 마련된 외국어 센터에서 강좌를 수강하기도 한다. 국제 어학원 외국어 센터에는 독일어와 프랑스어 시험 대비 유료 강좌가 개설돼 있다. 교환학생 준비를 위해 ‘프랑스어 DELF B1 시험 준비반’ 강좌를 수강했던 김오정(문과대 불문17) 씨는 “교내 어학원 강좌가 불어 학습에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다”며 “교과과정은 시험을 준비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어학원에서는 실전적으로 시험 대비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글| 권병유·이다솜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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