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행하는 강의 녹음, 영리적 거래 행위는 불법

고대신문l승인2018.11.19l수정2018.11.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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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의 이해’ 녹음 파일 구합니다. 사례하겠습니다” “오늘 ‘PR의 이해’ 녹음 있는 분 계신가요? 기프티콘으로 사례하겠습니다.”

  11월이 시작되고 보름 동안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강의 녹음본을 구하는 게시글 44개가 올라왔다. 고파스에서는 지난 한 달간 관련 게시물이 20개 이상 게시됐다. 이처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강의 녹음파일을 구하려 판매자를 수소문하는 일이 잦다. 현행법상 저작권법 제4조에 따라 강연은 소설, 시, 논문 등과 같이 어문저작물로 규정돼있어 일반적으로 강의 녹음파일을 거래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커뮤니티에서 거래 활발한 강의 녹음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의 녹음본을 필요로 하는 주된 이유는 수업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구두로 진행되는 강의의 특성상, 미처 필기에 담지 못해 휘발된 내용을 녹음본을 들으며 체크할 수 있다. 문과대 15학번인 서 모씨는 “수업을 듣고 필기를 하더라도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어 강의 녹음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녹음본을 구하기 위해 음료나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수업 진도 확인을 위해 녹음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김혜린(문과대 독문16) 씨는 “교재가 700쪽 정도인데 교수님께서 수업을 하지 않으시는 부분도 있다”며 “시험공부를 할 때 진도를 나간 부분이 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강의 내용을 녹음한다”고 말했다. 강의 녹음본 거래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은 주로 학내 커뮤니티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A 씨는 고파스에 ‘녹음본을 구하고 있으며 사례하겠다’는 게시물을 작성했던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수업을 가지 못해 녹음본을 구하게 됐다”며 “녹음본 거래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밝혔다.

 

  저작권법 보호받는 강의 내용

  수업에서 교수자가 제공하는 강의는 저작권법 제4조에 의해 어문저작물로 인정돼 법의 보호를 받는다. 이에 따라 강의의 저작자인 교수자는 복제권, 배포권, 공중송신권 등 저작물에 대한 권리인 저작재산권을 가진다. 강의를 녹음하는 것은 저작물을 복제할 권리인 복제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또한 이를 CD나 USB 등으로 배포 하는 경우 배포권 침해에 해당하며, 파일의 형태로 전송하는 행위는 저작자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저작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저작권법 제30조에 의하면 저작물을 영리적 목적 없이 개인, 가정 등 사적인 범위에서 이용할 경우엔 녹음이 가능하다. 본교 법학전문대학원 안효질 교수는 “학생들이 학습을 목적으로 행하는 녹음은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로 인정된다”며 “이런 경우는 저작자의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므로 법적으로는 별도의 허락 없이도 녹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적 관계를 넘어선 저작물의 배포나 거래는 법적으로 제한된다. 이에 적용되는 사적 이용 범위는 일반적으로 10명 내외의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의미한다. 한 강의를 같이 듣는 학생들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면 이는 사적 이용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안효질 교수는 “강의실 내 학생들의 관계는 학습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맺어진 관계이기에, 개인적 유대관계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돈을 받고 녹음본을 넘기는 것 자체가 유대관계가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적인 관계라고 하더라도, 영리적 목적이 개입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안효질 교수는 “사적인 관계에서도 처음부터 영리를 기대하고 강의파일을 배포한다면, 이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용이냐, 금지냐···교수자 반응은 제각각

  강의 중 녹음에 대한 교수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강의 녹음이 학업을 도울 수도 있기에 녹음을 허용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에 불허하는 경우도 있다.

  김경필(본교·사회학) 강사는 수업 진행 중 개인학습용 강의 녹음을 허락하고 있다. 강의 녹음이 학습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실질적으론 막을 수단이 없어 허락한다는 것이다. 김경필 강사는 “학생들을 항상 신뢰하지만 녹음의 상품화가 만연하는 상황을 제어해야 하기에 녹음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업을 꼭 듣고 싶었지만 납득 가능한 이유로 결석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녹음 파일을 공유할 지원자를 받아 결석자에게 파일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의 중 녹음을 불허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본교 강사 A 씨는 “학생들에게 원칙적으로는 강의 녹음을 금하고 있고, 꼭 필요한 학생은 동의를 구하도록 한다”며 “그 과정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타인에게 금전 등의 대가를 받고 유포하지 말 것을 학생들에게 확답받는다”고 전했다. 또 “공부는 교수자의 가이드를 통해 자신이 스스로 한 발씩 터득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설명이 잘 이해가 안 된다면 강의 녹음을 듣는 방법보다는 책을 찾아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한 강의 녹음의 거래나 배포는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다. 학습의 목적으로 행하는 개인적인 녹음의 경우,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교수자마다 녹취 허용 여부가 다르니 이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곽민경·전남혁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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