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자연과학은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학문입니다.”

‘생물학적 인간’ 나흥식(의과대 생리학교실) 교수 인터뷰 이현수 기자l승인2018.11.19l수정2018.11.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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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 그어진 문과, 이과란 게 저는 많이 안타까워요. 학생들이 학문의 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배우고 즐겼으면 합니다.” ‘생물학적 인간’ 강의를 진행하는 나흥식(의과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이번을 포함해 17차례 석탑강의상을 수상했다. 선정된 강의인 ‘생물학적 인간’은 본교 전임교원 강좌 중 가장 많은 수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으며, 500여 명이 매시간 온·오프라인으로 수업에 함께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명강’으로 입소문이 난데다, 수강제한인원이 사라져 지난 학기부턴 더 많은 학생들이 강의에 함께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을 위해 더 좋은 강의를 연구하느라 쉴 틈 없는 나흥식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직접 만났다. 해당 강의를 수강했던 홍수연(미디어18), 김보승(미디어18) 씨가 직접 전한 질문을 바탕으로 인터뷰를 구성했다.

 

  - 평소 들어온 강의들과는 많이 달라 놀랐습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한 강의서 다루는 경우를 이전까진 미처 접해보지 못했거든요. 교수님께선 어떤 계기로 이런 강의를 구성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인문계 학생들에게 환경, 생명에 대한 얘기를 들려줌으로써, 이들이 만들어나갈 우리의 정책, 법률, 경영 방침들이 멋들어졌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자연계 학생들에게 인문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 두 생각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인문계와 자연계를 칼로 자르듯 쪼개놓은 우리 교육 환경 속 학생들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인문학, 자연과학 할 것 없이 모든 학문이 결국은 하나로 귀결되고 그 경계는 옅어져 가는데 말이죠.

  가령 이렇습니다. 남성은 둘째보다 넷째 손가락이 여성과는 다르게 길어요. 이는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연구와 통계를 통해 얻어낸 결과죠. 그렇지만 그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동굴에 그려진 벽화가 어떤 성별의 사람이 그려낸 작품인지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벽화에 남겨진 손바닥 자국을 통해 말입니다. 의학, 고고학 구분할 게 없는 거죠. 이런 통찰을 학생들이 했으면 합니다. 여러 학문을 융합해서 생각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 교양이라지만 아무래도 의과대 교수님께서 진행하시는 수업이고, 생리학에 관한 얘기가 주된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인문계열 학생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성적도 많이 뒤쳐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인문계열 학생들이 답답하다거나 하진 않으신가요

  “강의를 진행하면서 늘 얘기하는 것 중 하나지만, 성적에 있어 인문계, 자연계의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쉽게 알 수가 있을 겁니다. 중간고사 이후 첫 시간에도 얘기했었는데, 제가 낸 시험에서 다 맞거나 하나 틀린 학생들 중엔 오히려 문과대 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깜짝 놀라죠. 자연계 학생들에게 익숙한 단어들이 많을 텐데 말이에요. 특히 레포트를 받아 읽을 때면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정말 많이 놀랍니다. 제가 써도 저렇게는 못 쓰겠다 싶은, 잘 쓴 글들이 문과대 학생들에게서 보이거든요. 더군다나 이 강의는 여러 학문에서의 얘기들을 끌어다 수업을 구성했기에, 자연계에게 특히 유리하다 싶은 부분이 있지도 않습니다.”

 

  - 주변에서 교수님께 메일로 궁금한 걸 여쭸더니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아침에 답변이 와서 놀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혹시 학생들이 남기는 강의 평가도 전부 확인하시나요

  “요즘 학생들은 새벽에 질문을 많이 남기더라고요. 모두에겐 집중 잘 되는 시간이 있을 텐데, 저는 보통 아침 중에 중요한 일들을 처리합니다. 학생들이 밤늦게 남긴 메일에 답변을 남긴다던가, 논문을 쓴다던가 하는 일들이 바로 이른 아침 출근 이후에 제가 하는 것들이죠.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은 교수자가 강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기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책임을 가지고 제때 답해주려 노력합니다. 또 학생들이 남겨주는 평가들을 통해 피드백을 받습니다. 좋은 부분은 더 단단히 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넣죠. 7~80명 듣던 강의 초창기엔 모든 학생들의 평가 읽는 것이 수월했는데, 500명 이상이 듣는 지금은 전부 읽는데 시간이 걸리긴 합니다. 하하”

 

  - 오랜 시간 강의를 진행하면서 정말 다양한 학생들을 보셨을 것 같아요.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학생이 있으시다면요

  “법을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제 강의를 통해 자신의 꿈을 법의학으로 굳히게 됐다고 그랬던 것이 기억납니다. 실제로 그쪽 관련 직업을 택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강의를 통해 의학과 관계없던 학생의 꿈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실제로 매 학기 제 강의를 통해 의대 편입이나, 의전원 진학을 희망하게 됐다는 얘기는 듣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흥식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다변화된 사회 안에서 경쟁해 나갈 학생들을 위해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요즘 인공지능이 이슈입니다. 제가 본래 강의를 구성한 이유에서 나아가, 최근엔 인공지능에 대한 대비로서의 강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진보한다 할지라도 인공지능은 우리 인간이 뭔가를 문뜩 떠올릴 때 내뱉는 ‘아하’를 외칠 줄은 모를 겁니다. 생각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불현듯 떠올리는 것, 그것은 인간 고유의 능력입니다. 저는 강의를 통해 여러분이 이 ‘떠올리는 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그것이 바로 미래 사회에서 여러분들의 경쟁력이 될 것이고 동시에 앞으로 차차 깨달아야 할 부분이 되겠지요.”

 

글│이현수 기자 hotel@

사진│류동현 기자 papa@

 

이현수 기자  hotel@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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