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횡단] 빚으로 들춰낸 숨기고픈 개인사

엄지현 기자l승인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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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빚에 허덕이며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주인공 ‘이지안’과 각자 다른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이 등장한다. 이지안은 부모가 남기고 떠난 빚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간다. 사채업자의 횡포로부터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때론 범죄행위도 서슴지 않으며 위태로운 삶을 연명해간다. 기댈 곳 없어 메마르고 독했던 이지안은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어른을 만나 위로받는다. ‘나의 아저씨’는 극 초반 여러 논란에도, 삶에 대한 연민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담아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최근 연예인 부모가 사기를 쳤다거나 돈을 갚지 않고 도주했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한 연예인 부모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불똥이 튄 것이다. 논란이 과열되자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이를 보고 구제받지 못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냈다.

  상속 포기를 했다면 부모가 갚지 않은 채무를 자식이 이행할 법적 책임은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3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녀가 부모 빚을 갚겠다고 선언해도 정식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면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일부 연예인의 아쉬운 대처가 대중의 공분을 샀다. ‘1000만 원은 내 한 달 식비’라는 경솔한 발언과 오리발을 내밀고 강경한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식의 대처다. 부모의 채무를 갚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피해자에게 도의적 책임을 실감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아 아쉬운 지점이다.

  문제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사건에 단순히 자식이라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경우다. 채무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는데 ‘사기꾼 자식’이라는 낙인을 찍고, 언론에선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 지우는 경향마저 있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연예인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 한몫했다. 언론의 실명 보도가 잇따르면서 과도한 사생활 침해도 발생한다. 무고를 밝히는 과정에서 개인의 아픈 가정사가 드러나기도 한다. 연예인도 개인으로서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문제 제기는 위법행위를 두고 인과관계를 명확히 한 후 이뤄져도 충분하다.

 

글 | 엄지현 기자 alfa@

 

엄지현 기자  alfa@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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