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넘기 위해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학우 분들 덕분입니다.” 작년 12월 8일 ‘가능성을 넘어 결과를 만들다’는 슬로건 아래 당선된 제50대 서울총학생회 ‘ABLE’(회장=김태구)의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수강신청제도 개편, 공간문제 해결 등에서 얻은 일정한 성과를 학생들의 공으로 돌렸다.

  서울총학은 굵직한 현안에서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 캠퍼스공간위원회(캠공위) 발족을 이끌고, 학생 단위 총장후보자 공청회를 개최 예정에 두는 등 학생사회의 ‘가능성’을 확인해 냈다. 다만 총장직선제를 위한 분투는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소통도 부족했다. 이제 후임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학생회관을 떠날 준비를 하는 서울총학. 다사다난했던 1년간의 활동을 결산했다.

 

  수강신청제도 개편 이뤘지만 아쉬운 디테일

  서울총학은 전대 서울총학이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수강신청제도 개편을 이뤘다. 전대 서울총학 ‘이음줄’(회장=이승준)은 교무처로부터 ‘2018학년도 가을학기부터 수강신청제도 개편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서울총학은 학사제도개선회의에서 교무팀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수강희망과목등록제도’를 도입했다. 수강희망과목등록제도를 통해 선(先) 수강신청되는 과목이 늘자 많은 학생이 편의를 누렸다. 김보혁 제49대 서울부총학생회장은 “작년에 수강신청제도 개편 약속을 받았더라도 올해 현실화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총학이 학교와 잘 논의해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전했다.

  다만 학년별 수강신청 정정이 사라지고 전체 수강신청 정정이 도입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전체 수강신청 정정이 이뤄지면 서버 문제가 우려된다고 전달했지만 교무팀 측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근처 PC방까지 자리가 꽉 찬 ‘정정 대란’이 벌어진 후엔 이규상 교육정책국장이 교무처와 면담해 문제 해결을 논의했다.

  이외에도 부족하게 마무리한 세부공약이 많아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서울총학은 후보 시절 △기숙사신축을 위한 주소이전 △월별 교육권 프로젝트 △kupon 기능 확대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점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기숙사 신축을 위한 활동은 1학기에 진행된 ‘뉠 곳 행진’ 이외에 마땅히 추진된 것이 없었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기숙사 문제는 이제 본부와 정치권 사이의 협상 문제로 남은 것 같다”며 “많은 학교에서 기숙사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만큼 기다려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기숙사 신축 문제에 크게 집중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드롭제도’, ‘학점이월제도’ 등을 내세우며 기획한 월별 교육권 프로젝트는 2학기부터 자취를 감췄다. 4000여 학생의 서명을 받은 ‘드롭제도’의 경우 ‘행정인력이 부족하다’는 교무처의 답변에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kupon 앱은 진리장학금 지원을 받아 개발에 착수하긴 했지만, 가시적인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다.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을 점검하기 위해 ‘실험실습비 감시단’이 꾸려지기도 했지만 ‘총장직선제 실현’ 의제에 집중하느라 소홀했다. 실험실습비 결산 내용을 분석하는 데 그치고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아가진 못했다.

  기본적인 정보공개도 미진했다. 서울총학의 기록물 공시 실적은 좋지 않다. 10월 6일 기준으로 서울총학은 업로드해야 할 기록물 47개(중앙운영위원회·전체학생대표자회의·예결산특별위원회) 중 32개를 게시하지 않았다. 10월 8일에 중운위 기록물 13개가 추가됐지만, 11월 31일까지 더 업로드된 게시물은 없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예결산특별위원회 기록물 중 공시된 것은 전무하다. 11월 31일 기준으로 서울총학의 공시 의무가 있는 게시물 50개 중 22개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공간문제에서 성과 일궈내

 공간문제에서는 성과가 있었다. ‘과학도서관 1층 열람실 폐쇄 규탄을 위한 기자회견’을 계기로 캠공위가 4월 26일 발족했다. 서울총학은 캠공위를 통해 본부와 주기적으로 공간문제를 논의했다. 출범 초기 공간문제특별위원회를 설립하고 전대의 자치교류국을 공간자치국으로 개편하는 등 공간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인 서울총학은 캠공위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그동안 아무런 답변이 없던 본부가 기자회견 이후 협조적으로 나왔다”며 “캠공위가 설립된 이후로 더욱 효과적으로 공간문제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영재 공간자치국장은 △홍보관 내 자치단체 이전 공간 보장 △애기능생활관 학생식당 설립 △SK미래관 강의실 활용가능 공간 확인 등을 캠공위 성과로 꼽았다.

  캠공위는 홍보관이 철거되는 동안 자치단체가 이전할 장소를 정했다. 학생회실, 동아리방은 국제관으로, 학내 방송국은 미디어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영재 공간자치국장은 “건물이 철거되는 동안 기존 단체가 이전될 곳이 미리 합의된 적은 없었다”며 “캠공위를 통해 홍보관 철거 동안 자치단체가 이사 갈 곳을 의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국제관, 미디어관으로 옮겨진 자치단체가 홍보관 자리에 신축되는 (가칭)인문사회관 자리 배치에서 우선순위를 갖는다는 약속을 공정식 관리처장으로부터 받아냈다. 서울총학은 국제관으로 이전된 자치단체들 사이의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관 사용 자치규약’ 작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산학협력관 학생식당 폐쇄 이후 이공캠은 ‘학생식당 제로화’ 문제에 직면했다. 서울총학은 캠공위에서 지속적으로 이공캠 학생식당 설립을 건의했다. 지난달 애기능생활관에 들어선 학생식당 ‘애휴’는 서울총학이 캠공위에서 일궈낸 결과물이다. 본래 애기능생활관에는 학생식당이 있었지만, 리모델링을 이유로 작년에 폐쇄됐다. 서울총학은 애기능생활관에서 학생식당을 없애는 본부의 기존 계획을 물리고 학생식당 재도입을 이끌었다.

  기존에 강의실이 들어서지 않는 것으로 학생들의 불만을 샀던 SK미래관에 대해서도 “강의실로 활용 가능한 공간이 있다”는 관리처 측의 답변을 구했다. 박영재 공간자치국장은 “SK미래관에 대한 관리처의 설명회가 있었다”며 “PBL(Project Based Learnig)이 강의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총장직선제운동, 목적은 못 이뤘어도 결과물 남아

  서울총학은 후보 시절부터 ‘총장직선제 실현’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총장선출제도 개정위원회에 학생·직원 포함 △이사회의 총장 선임권한 제한 △총장직선제 실현 등을 이루고자 했다. 결과적으론 서울총학은 세 가지 목표 모두 쟁취하지 못했다. 다만 학생 단위 총장후보자 공청회를 처음으로 기획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총장후보자 전원은 학생 단위 공청회 참가를 약속했다.

  9월 2일 2018학년도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임시회의(의장=김태구)에서 ‘총장의 민주적 선출을 위한 전체학생대표자 공동행동’에 관한 건이 의결되며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한 서울총학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서울총학은 정문 앞 농성 집회, 교내 행진 등을 진행했다. 1학기 동안 학내 여론 형성에 집중했던 ‘이만총총TF(2만 총학생회원이 뽑는 총장)’ 활동에 이어 직접적인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7일간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공동행동과 단식의 결과로 서울총학은 법인·교수의회·교우회와 협상 기회를 얻어냈다. 서울총학이 협상에서 총장선출제도 개정위원회 소집을 중점적으로 요구하자 10월 31일 개정위원회가 열렸다. 본래 개정위원회에는 법인·교수의회·교우회만 참가하지만, 서울총학은 개정위원회의 배려로 회의에 참가해 15분간 요구안을 발제했다. 이후 교수의회를 통해 “개정위원회가 학생 요구안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며 “총장 선출이 마무리되고 학생 단위가 개정위 소집을 요구하면 학생 요구안을 참조해 논의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학생 단위 공청회를 얻어낸 것도 성과다. 서울총학은 강성진 교수의회 총무와의 면담을 통해 ‘학생 단위가 공청회를 실시하는 것을 교수의회가 막을 이유는 없다’는 답변을 이끌었다. 그간 총장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한 공청회는 교수의회(의장=이우진)만 실시해 왔지만, 이례적으로 학생이 주최하는 공청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12월 11일 열리는 학생 단위 공청회에는 제20대 총장후보자 전원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 총장직선제 요구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학내 행진 모습이다.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한 서울총학의 노력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총학은 법인·교수의회·교우회와의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9월 13일 예정된 총총아고라(총장직선제에 관한 토론회)를 사전 예고 없이 취소한 바 있다. 이에 “학생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총장직선제 자체가 학생들에게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희상(공과대 기계공학18) 씨는 “과연 학생이 총장을 직접 뽑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고 설득도 되지 않았다”며 “이공캠 문제나 기숙사 문제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축하는 학생사회 속에서 ‘ABLE’은 서울총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발견했다. 고질적인 공간문제에 대응하며 좋은 실적을 내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중요 의제를 가린 총장직선제 구호와 소홀히 다룬 디테일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가능성을 결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서울총학, 이제 12월 9일 자로 임기를 갈무리한다.

 

글ㅣ김태훈 기자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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