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3 16:09 (수)
“당신의 즐거움과 위로가 될 한 끼를 만듭니다!”
“당신의 즐거움과 위로가 될 한 끼를 만듭니다!”
  • 최현슬 기자
  • 승인 2019.06.03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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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프로듀서 이진주(국어국문학과 05학번) 교우 인터뷰
이진주 PD는 "음악은 공기나 냄새처럼 그 공간을 무의식적으로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진주 PD는 "음악은 공기나 냄새처럼 그 공간을 무의식적으로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적한 기와지붕 아래 옹기종기 모여, 손수 지어 먹는 밥 세 끼.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만난 가라치코 이웃에게 건넨 우리 음식 한 그릇. 특유의 따스함과 정이 느껴지는 삼시세끼윤식당2’의 한 컷이다. 이진주(국어국문학과 05학번) 교우는 메마른 현실에 지친 이들의 판타지를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 ‘삼시세끼’, ‘윤식당등에 나영석 PD와 함께 담았다. 강렬한 여름이나 겨울과는 달리 저만의 온도로 초록을 피워내는 봄을 닮은 이진주 PD를 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만났다.

 

  글과 음악을 사랑한 국문학도

  분당 최고 시청률 16%윤식당을 연출한 이진주 PD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연출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글을 좋아해서 막연히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작가가 될 만큼의 창의성은 없다고 생각해서였죠.” 영화나 사진보다는 책을 더 좋아한 학생 이진주는 글을 본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각 시대별로 보석 같은 작품을 분석하면서, 또 동기들과 문학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 제 감성의 결이 만들어졌어요.”

  국문과 전통연희학회인 열린 패 ’, 고려대 흑인음악동아리 ‘TERRA’, 재즈동아리 ‘JASS’에서의 활동은 그녀의 창작 열망을 꽃피웠다. 민주광장에서 창작 마당극을 만들고, 좋아하는 노래로 대학생활을 채우며 일반 기업에 입사하기보다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고등학교 때부터 생각했던 기자가 되려 언론사 시험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자신이 정말로 기자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지 고민을 하던 차에 음악방송 엠넷 프로듀서 모집공고가 떴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해 라디오PD나 음악방송PD를 해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심심할 때 인기 아이돌을 분석하고 2010년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MAMA’를 보며 느낀 점을 정리하기도 했었는데, PD를 준비하면서 이런 모니터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여러 전형의 시험을 거친 후 마주한 PD 오디션에서는 3분 동안 자신을 표현해야했다. 그녀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느낀 감정을 담은 진솔한 자작곡을 불러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나타냈다. 기나긴 시험의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녀가 요리한 리얼리티

  이진주 PD는 연출, 작가 팀이 머리를 맞대며 새로운 이야기 틀을 짜는 기획 단계를 가장 좋아한다. “연출진은 시장에서 좋은 재료를 골라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어떤 재료가 제철인지, 어느 지역의 재료가 맛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기획 회의에서 작가, 피디들은 요즘 각자가 덕질하는 취미와 연예인, 그 이유 등을 말하면서 서서히 대중의 기호를 찾아간다. 이들의 기획이 사랑받는 이유는 끊임없는 대화로 찾은 사람들의 트렌드를 반영해서다.

  ‘윤식당은 나 PD의 기획 미션을 받은 이 PD가 처음으로 기획 전반을 도맡은 프로그램이다. PD와 작가 팀은 전혀 다른 소재보다는 그동안 보여 온 팀의 강점을 변주하기로 했다. “결국 소재는 한 나무에서 뻗어 나오는 다양한 나뭇가지 같아요. 가지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면, 비슷한듯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것이죠.”

  어떤 나무줄기가 시청자의 호응을 모았나 떠올렸을 때, 생각난 건 요리였다. 식당을 차려보자는 논의 끝에 식당을 열 장소를 고민하게 됐다. “과제를 받기 1년 전에 발리 길리섬에 갔는데, 폭풍우가 불어 섬에서 나갈 수가 없었죠. 바닷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바텐더들이 음료를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이 굉장히 행복해 보였어요.” 이렇게 길리섬 해변에 첫 번째 윤식당이 문을 열었다.

 

  ‘좋은 사람과 만든 한 편

  프로그램이 대략의 틀을 갖추면, 배우와 촬영 스태프라는 또 다른 동료가 생긴다. 이진주 PD는 선배 나영석 PD를 보고 배운 대로, 이들과 깊은 정서적인 교류를 주고받는다.

  “배우를 캐스팅할 땐 좋은 사람을 섭외하려고 노력해요. 촬영 현장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출연자들과 친해져요. 이들이 정말 좋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 우리 출연자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야라고 자랑하고픈 마음으로 촬영, 편집하게 돼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끝난 후 아프리카로 떠난 류준열, 박보검 등 쌍문동 친구들부터 예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유미, 윤여정, 박서준까지. 정성스레 전해지는 출연자의 매력에 시청자들은 인기 스타가 아닌 각각의 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출연자와의 소중한 인연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이어진다. “요즘도 유미 언니, 윤여정 선생님과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근황을 이야기해요. 이렇게 매력적인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가끔은 최고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출가로서 수많은 스태프들을 이끌어야하는 이 PD는 스태프의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챙기는 걸 중시한다. 함께 일하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촬영 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는 것이다. 조연출로 꽃보다 할배촬영에 참여했을 때였어요. 스페인까지 왔고, 다 같이 고생했으니까 모든 스태프들과 레알 마드리드 축구 경기를 보자고 했던 영석 선배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신의 즐거움과 위로가 되기 위해

  어느덧 입사 9년 차를 맞은 이진주 PD는 프로듀서를 대중이 좋아하는 걸 총집합해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은 시간을 들여 텔레비전을 봐요. 할애한 시간만큼 즐거움과 위로를 받길 원하죠. 이런 바람을 충족시킬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PD라는 직업이 누군가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한 적도 있었지만 한 시청자의 따스한 말 한마디가 그녀를 감싸 안았다. “어느 날 일주일이 끝난 금요일 저녁에 맥주 한 잔과 함께 윤식당을 보며 힐링 받는다는 댓글을 봤어요. 제가 만드는 방송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 다시 힘을 냈죠. 그분께 참 감사합니다.”

  꾸준히 리얼리티 예능을 만들어온 그녀는 이제 드라마 현장에서 새로운 배움을 시작한다. PD는 편집할 때 배경음악을 먼저 고른 후,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영상 속 서사를 이끌어왔다. 그는 앞으로 음악과 뮤지션이 전면에 나오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눈에 보이는 출연자, 소품과 달리 음악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음악은 공기나 냄새처럼 무의식적으로 그 공간을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프로듀서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뭘 하든 기록을 남기는 게 중요해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감정, 중요한 경험들이 물에 쓸려가게 놔두지 마세요. 조약돌을 모으듯 인생의 수많은 경험을 모아 중요한 순간에 나만의 조약돌을 꺼내놓으세요.”

 

| 최현슬 기자 purinl@

사진 | 김예정 기자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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