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9 20:55 (수)
비상하고픈 닥터헬기, 이착륙지점 추가 지정해 현장 접근성 높여야
비상하고픈 닥터헬기, 이착륙지점 추가 지정해 현장 접근성 높여야
  • 정한솔 기자
  • 승인 2019.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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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8,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이름이 새겨진 국내 7번째 닥터헬기가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배치된다. 20171670건의 출동 실적을 기록한 닥터헬기는 전문 의료진이 중증 응급환자가 있는 곳까지 신속하게 출동하는 수단으로, ‘날아다니는 응급실로도 불린다. 하지만 착륙지가 없어 환자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등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항공의료팀이 닥터헬기를 활용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항공의료팀이 닥터헬기를 활용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올해로 7대 배치, 여전히 부족해

  닥터헬기는 응급의료전용 헬기로 도서산간 등 의료취약지역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들의 신속한 이송을 돕고자 2011년부터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산악 분포도가 높고 섬이 많아 병원 이송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중증외상심근경색뇌졸중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닥터헬기가 원활히 운용되면, 전문장비를 갖춘 의료진을 빠르게 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 중증 환자의 생존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양혁준(가천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증 응급환자들은 30분만 처치 시간을 앞당겨도 생존율이 50% 증가한다닥터헬기가 도입되면서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취약지역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엔 총 6대의 닥터헬기가 운용되고 있다. 2011년 인천 가천대 길병원, 전남 목포 한국병원에 닥터헬기가 각각 1대씩 도입됐고, 이후 2013년엔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경북 안동병원, 2016년엔 충남 단국대병원, 전북 원광대병원에도 배치됐다. 올해 아주대병원에 닥터헬기 1대를 추가 배치해 경기지역 환자 이송을 담당할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에 비해 닥터헬기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 닥터헬기가 운항 가능한 범위는 200km 내외로 제한돼 있어 7(아주대병원 포함)로는 전국 모든 지역으로 출동할 수 없다. 특히 경남 지역엔 닥터헬기가 단 한 대도 배치돼있지 않을뿐더러, 주변 지역 닥터헬기의 운항거리 제한으로 타 지역 헬기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오현(연세대 응급의학교실) 교수는 닥터헬기의 적정 수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3대 정도를 배치해야 한다독일이나 스위스는 닥터헬기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착륙해야 하는데인계점 없어 안절부절

  우리나라 닥터헬기는 주로 인계점으로 지정된 곳에서만 착륙하고 있다. 인계점은 응급상황에서 닥터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게 정부가 지정한 공유지나 사유지로, 안전이 확보된 공간에서 환자를 탑승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계점은 바닥이 고르고 편평해야 하며 가로와 세로 길이가 최소 25m 이상인 공터여야 한다. 또 주변에 인화물질 및 바람에 날릴 수 있는 천과 나무 조각, 높은 건물이나 전신주 등이 없어야 하고, 축사나 비닐하우스, 주택으로부터 떨어진 장소가 적절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인계점은 828곳이 지정돼 있지만, 국토 면적보다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인계점을 찾지 못해 출동이 기각(착륙장을 찾지 못해 출동 자체를 하지 못함)되거나 중단(이륙했지만 착륙하지 못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닥터헬기 임무 중단 현황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88월까지 이착륙장 사용 불가로 인해 출동이 기각 혹은 중단된 사례는 8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49건은 착륙지점이 비인계점이라는 이유였다. 양혁준 교수는 인계점이 많을수록 환자에게 더 가까이 착륙할 수 있지만, 인계점이 없거나 적은 지역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엔 환자 이송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김오현 교수도 외국보다 닥터헬기가 늦게 도입된 점을 감안해도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해 인계점이 매우 적은 편이라며 현재 지정된 인계점 828곳보다 400% 정도, 3000여 곳 이상이 추가 지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운동장과 고속도로 인근에 인계점이 추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운동장은 넓고 평평하며, 주변에 전신주나 전선 등 장애물이 적어 인계점으로 제격이다. 또 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도로가 막혀 구급차가 사고 현장까지 진입할 수 없기에 휴게소나 톨게이트 근처에 닥터헬기가 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 최연철(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고속도로에서 닥터헬기를 요청하는 응급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휴게소 내에 닥터헬기 인계점을 조성하는 방안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닥터헬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인계점을 추가 지정하고, 소방청 및 경찰청 등과 협의해 비인계점에서도 이착륙하도록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계점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응급상황 발생 시 착륙하지 못하기도 한다. ‘닥터헬기 임무 중단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착륙장 사용 불가로 출동이 기각되거나 중단된 80건의 사례 중 인계점 관리가 부실한 경우는 25건이었다. 주차장 만차가 11, 행사 진행이 8, 제설 미실시가 6건 순이다. 김오현 교수는 인계점은 담당 공무원이나 해당 장소 관리자가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주로 체육시설이나 공원이 인계점으로 지정돼있어 닥터헬기가 착륙해야 하는 순간에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소방 및 경찰 당국과 협력해 닥터헬기 착륙 전 인계점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운용은 신중히 고려해야

  항공안전법상 민간헬기의 주간비행만 허용하고 있어, 민간 병원에 배치된 닥터헬기는 일몰 후 비행이 제한된다. 현재 야간에 발생하는 응급환자는 소방헬기로 이송하며 최소한의 응급처치만 이뤄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증 응급환자는 시간을 불문해 발생하고 야간에도 진료하는 병원은 소수여서 닥터헬기를 24시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야간엔 주간보다 주변 확인과 착륙장소의 안전성 확보가 어려워, 자칫 잘못하면 환자의 생명을 구하려다 항공 의료팀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조명시설 등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면 사고 위험은 줄어들지만, 현재 조명시설이 설치된 인계점은 약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산악 분포도가 높아 닥터헬기가 절실한 강원도에 조명시설이 있는 인계점은 단 한 곳도 없다. 김오현 교수는 유도 장치가 없는 곳에서 착륙하는 것은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야간 비행을 위해서는 조명시설을 구축해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당장 모든 인계점에 조명시설을 설치하기 힘들다면 외국처럼 자동차 서너 대의 헤드라이트로 시야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닥터헬기를 24시간 운용하는데 드는 인력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닥터헬기의 야간 이송 시 발생하는 득과 실을 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반경 270km 내의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야간이송을 요구하는 환자가 한 달에 평균 한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최연철 교수는 의료진, 조종사, 정비사, 운항관리사 등 인력이 주간에만 활동할 때보다 3배 이상 더 필요하다이는 예산 문제와도 직결되므로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 정책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혁준 교수는 야간이송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는 것은 공감한다다만 성급하게 닥터헬기를 24시간 운용하는 것은 안전과 비용의 문제가 있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소음 아닌 생명 살리는 소리

  작년 6, 경기 북부 권역외상센터 인근 주민들이 닥터헬기 소음이 너무 심해 집에 있던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고, 주택이 무너지는 것 같은 진동을 느낀다며 서울지방항공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지방항공청이 병원 측에 민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헬기장을 폐쇄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현재는 주민들과 소통하며 갈등을 푼 상태다. 이는 비단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라도의 한 인계점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인계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한동안 닥터헬기를 두고 마찰이 계속됐다.

  다행히 최근 들어 닥터헬기의 역할과 필요성이 대두되며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돼, 민원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닥터헬기 배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김오현 교수는 그동안 원주세브란스병원에 소음 민원이 상당히 많았지만 닥터헬기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민원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주민들이 환자 이송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한국항공응급의료협회는 닥터헬기 소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소생(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풍선을 터뜨리는 순간 발생하는 소음을 견디는 영상을 게재하는 캠페인이다. 닥터헬기 소리와 풍선이 터질 때의 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다.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소생캠페인#닥터헬기소리는생명입니다등의 해시태그만 달아도 된다. 양혁준 교수는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이 닥터헬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친근감을 갖는다면 소음 민원 등의 갈등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지지 아래 닥터헬기의 운행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생명과 안전을 지킬 기회 또한 늘어날 것이다.

 

정한솔 기자 delta@

사진 제공가천대 길병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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