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본관 앞에서 학생강사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4일 본관 앞에서 학생강사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강의 축소 중단하고 2018년 수준으로 강좌를 개설하라.” “담당 교수가 미정된 과목의 강사들을 확실히 채용하라.” 2019학년도 2학기 개설 강의 수가 또다시 감소하고, 담당 교수가 배정되지 않은 교과목이 늘어나자 학생과 강사들이 본관 앞에 집결했다. 학생과 강사들은 학교가 강사법의 취지를 왜곡한다고 규탄했다. 학교 본부는 빠르게 강사 채용을 완료해 담당 교수를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냈지만, 공개채용 과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강의 수 줄어 vs 교육과정 재편일 뿐

  24일 오전 11시 본관에서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학교 본부의 결정으로 강사가 담당하는 과목이 줄어 전체 강의 숫자가 감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사법을 계기로 강의를 축소해 학생의 교육권과 강사들의 고용 안정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김어진 분노의 강사들대표는 그동안 대학 교육에 기여해 온 강사들을 이렇게 잉여 인간 취급할 수는 없다며 탄식했다.

  제51대 서울총학생회 ‘SYNERGY’(회장=김가영)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학년도 2학기 개설된 전공과목 수는 1564개이다. 2018학년도 2학기보다 76과목, 올해 1학기보다는 49과목 줄어든 수치다. 1학년만 수강하는 자유정의진리를 제외하면 교양과목은 970개가 개설돼 작년 2학기보다 30과목이 줄었다. 이 중 핵심교양은 22%(13) 감소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교육과정이 재편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김지현 학사팀장은 사회 트렌드가 바뀌면 그것에 맞춰 교과과정 및 개설과목이 변한다강의 수는 줄었어도 총 수강생 수는 더 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NeMo ClassFlipped Class 등 바뀐 수업 방식을 활용하면 이번 학기에도 더 많은 수강생을 확보할 수 있다지난 학기에도 강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수업 방식의 변화로 실제 강의를 듣는 학생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개설과목 변화 두고 학생 의견 엇갈려

  개설과목의 변화에 대한 생각은 학생마다 사뭇 달랐다. 그간 유독 강의 수 감축 폭이 커 어려움을 겪었던 미디어학부는 사정이 나아졌다. 서예원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지난 1학기 개설과목은 다양성이나 수 측면에서 부족했지만 2학기 개설과목은 숫자도 늘고 다양성을 확보했다“2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강의 수는 적지만 강의 간 겹치는 내용이 많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해 커리큘럼을 개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전공과목을 적게 듣는 1학년 학생들은 핵심교양 과목이 줄어든 것에 불만을 표했다. 사범대 19학번인 박모 씨는 먼저 수강신청하는 고학년이 정원을 선점해 1학기 때 핵심교양 과목을 수강신청 할 수 없었다“2학기에는 1학기보다 개설과목 수도 줄고 평이 좋았던 강의는 개설되지 않아 원하는 강의를 듣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진우 부총학생회장은 강사 고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임교수들이 전공강의를 맡으며 전임교수들만 담당할 수 있는 핵심교양의 강의 수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당 교수를 알지 못해 아직 어떤 과목을 수강할지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81일부터 수강희망과목 등록이 시작되지만, 현재 수강신청 사이트에 게시된 교과목 중 담당 교수가 명시되지 않은 강의는 전체 개설강좌의 약 30% 정도다. 자유정의진리는 총 128개 분반 중 108개의 담당 교수 항목이 공란이고 글쓰기 과목은 46개 분반 중 40개의 담당 교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공강의 270개도 강사가 미확정된 상황이다.

  교무처는 담당 교수 항목이 비어있는 것에 대해 아직 채용이 진행 중인 상태라 강사가 내정돼 있더라도 수강신청 사이트에 표시하지 않았다지금 개설된 과목의 담당 교수는 분명히 전부 정해질 것이라 강조했다. 이형대 문과대학장은 현재 학교 방침은 강사를 충분하게 채용하자는 쪽이라며 학교는 2차 공채 이후에도 특별채용과정을 운용해 강사를 모두 채용할 의지를 가졌다고 말했다.

 

강사 공개채용 진행 중불만 잇따라

  현재 강의를 담당할 강사를 뽑기 위해 공개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1차 공개채용은 530일부터 65일까지 7일간 진행됐다.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를 합쳐 총 1318개 강좌의 담당 강사들을 모집했으나, 200여 강좌는 강사의 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71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2차 공개채용에선 1차 때 강사를 뽑지 못한 강의와 추가로 개설된 강좌를 포함해 400여 개 강좌의 강사 채용이 이뤄졌다.

  공대위는 1차 때 약 200개 수업이 강사 지원도 받지 못한 이유가 학교가 기존 강사들과 소통하는 데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공개채용 시 기존 강사들과 어떠한 상의 없이 강의 시간을 고정해버려 지원을 못한 강사가 많다는 것이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기존 강사들의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강사법의 취지인데 이번 채용 과정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주리 교무팀장은 강의 시간을 고정했던 건 오히려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들의 요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1차 공개채용 기간이 적절히 공지되지 않은 점도 비판을 받았다. 강 수석부지부장은 예년보다 지원 기간은 짧아졌는데 언제부터 공개채용이 시작되는지 기존 강사들에게 어떠한 공지도 하지 않았다공개채용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강사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공개채용과 더불어 교무처의 불통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어진 분노의 강사들대표는 617일 예정됐던 교무처장, 총학생회, 공대위 간 면담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됐다고 비판했다. 교무처는 당시 상황을 해명하며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주리 교무팀장은 논의할 내용을 먼저 교무처장 메일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메일이 오지 않았다본교 강사가 임용되는 91일부터, 절차에 따라 면담을 청한다면 얼마든지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신혜빈 기자 venus@

사진│배수빈 기자 sub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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