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20:22 (화)
함성은 같아도 시대에 따라 바뀐 응원의 색깔
함성은 같아도 시대에 따라 바뀐 응원의 색깔
  • 안수민 기자
  • 승인 2019.09.01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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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전 응원문화 변천사

  공식 고연전이 실시된 지 올해로 어언 55년째. 고연전은 그저 하나의 운동경기가 아닌, 양교를 상징하는 대학문화로 자리 잡았다. 55년의 긴 역사에는 군부독재 시절부터 민주화를 이루기까지의 한국의 근대사가 깃들어있다. 시대에 따라 고연전을 즐기는 학생들의 응원 양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금의 고연전 갖춰진 건 1965

  1927년 축구경기로 시작된 양교의 스포츠대항전은 해방 이후까지 이어져, 1965년에 현재와 같이 5개 운동종목(농구럭비아이스하키야구축구)이 확립된 첫 공식 고연전이 실시됐다. 1961516 군사정변에 이은 휴교령과 본교의 대한체육회 탈퇴로 인해 4년간 개최가 중단되기도 했다. 프로스포츠가 한국에 정착하지 못했던 시절이기에 초기 고연전은 방송국이 경기를 생중계할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컸다. 다만 혼란스러운 시대상황 속에서 고연전은 잠시 휘청이기도 했다. 황호곤(중어중문학과 79학번) 교우는 “1974년 긴급조치가 내려지는 등 시국이 불안정했을 무렵엔, 학내에서 고연전 참여에 대한 찬반의견이 많이 갈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60년대 말 학생들은 흰색 상의에 꼬깔모자를 주로 쓰고 있었다.
60년대 말 학생들은 흰색 상의에 꼬깔모자를 주로 쓰고 있었다.

  1960년대 말 고연전을 즐기는 학생들의 복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 학생이 흰색 옷을 입은 걸 볼 수 있다. 흰색 상의와 치마를 단정히 입거나 한복을 차려입은 여학생들도 눈에 띈다. 남학생 또한 흰색 셔츠에 긴바지를 단정히 입었다. 또 사람들이 모두 머리에 고깔 같은 모자를 쓰고 있는 점이 이색적이다.

 

70년대부터는 학교의 상징색이 사용된 썬캡을 착용했다.
70년대부터는 학교의 상징색이 사용된 썬캡을 착용했다.

  1970년대부터는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대표되는 양교의 색깔이 정기전에 상징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70년대 말부터 고려대는 가운데에 호랑이가 그려진 빨간색 썬캡을, 연세대는 독수리가 그려진 파란색 썬캡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박성준(국어교육과 78학번) 교우는 당시의 고연전 분위기가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응원단이 빨간색, 노란색, 흰색의 커다란 종이 꽃 수술을 나눠줘 응원 세레모니에 맞춰 흔들었다며 당시의 꽃술 응원을 설명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학생들이 색색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가 경기 도중 응원 카드섹션을 했고, 럭비 경기가 끝나면 뱃노래와 농악대의 가락에 맞춰 차전놀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80년대 고연전은 학생운동적 면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80년대 고연전은 학생운동적 면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학생운동의 일환이었던 80년대 고연전

  1980년대는 군부 독재의 시기였다. 신군부 세력으로 집권한 전두환은 1987년까지 독재 정권을 이어갔고, 교내에서는 군부 독재에 대한 반감과 함께 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곤 했다. 그러다 1980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이 하나둘씩 밝혀지자 군부 독재를 타도하자는 여론으로까지 이어졌다.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고연전 및 시가행진을 탄압하기도 했는데, 1983년에는 정부의 압박으로 정기전 개최취소 공동성명서가 발표되자 학생들이 학교에 해명을 요구하며 학생회관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고연전은 군부 독재정권 타도 운동의 일환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당시 교내외에서의 시위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마침 수많은 학생들이 한 장소에 결집하는 고연전은, 학생운동의 차원에서 목소리를 결집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응원 사이사이에도 정권을 규탄하고 민주화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또 현재 고연전 기간 경기장 펜스에 학교 교호와 로고가 새겨진 현수막을 거는 것처럼, 80년대 고연전에서 학생들은 전두환 군부 독재 타도하자와 같은 플래카드를 경기장 곳곳에 걸어놓곤 했다.

  경기가 끝난 후 시가 행진에서도 고연전의 학생운동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은 시가행진 도중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외치는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시위참여를 유도했다. 1985년 고연전은 고연민족해방제로 명칭을 변경하는 등, 더욱 대대적이고 정치적인 시가행진이 진행됐다. 정부는 하늘에 경찰 헬기를 띄우고 길 곳곳에 전투경찰과 사복경찰을 배치했다. 본교 학예부장 김상덕(역사교육과 84학번) 교우는 “1만 명 이상이 줄서있는 대열에 전경들이 최루탄을 쏘며 탄압하기도 했다흩어지다가 앞이 안보여서 짓밟히는 학생도 있었고 신발과 가방을 잃어버리는 등 아수라장이었다고 기억했다.

  1980년대에도 복장에 대한 특별한 가이드라인은 없어 학생들은 모두 자유롭게 입고 고연전을 즐겼다. 학교 상징색에 맞춰 빨간 티셔츠와 파란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도 일부 눈에 띄지만, 편하게 교련복을 입고 오는 학생들도 있었고, 다양한 색깔의 과 티를 맞춰 입고 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1970년대 유행했던 고려대의 빨간 썬캡과 연세대의 파란 썬캡도 여전했다. 김상덕 부장은 “1985년에 학생들이 민주·민족·민중을 뜻하는 삼민주의가 적힌 썬캡을 쓴 적이 있었다당시 정부가 민중이라는 단어를 북한에서 쓰는 반국가적 용어로 해석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한 학생이 구속될 뻔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대티의 등장과 최근 레플리카 문화

  1990년대 후반까지도 학생들의 옷 색깔은 여전히 다양했다. 검은색, 흰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의 과 티셔츠가 주로 성행했다. 빨간색, 파란색 썬캡도 여전히 사용됐지만, 지금 우리가 상징처럼 떠올리는 고연전용 빨간 티셔츠의 모습은 드물었다.

  현재 본교 응원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빨간 고대티2000년대에 들어서야 보편화됐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전 국민이 붉은 악마티셔츠를 맞춰 입은 이후로, 고려대 학생들도 빨간 티를 단체로 맞추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유니스토어 정소영 직원은 유니스토어에서도 2000년 즈음부터 빨간 고대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응원가를 부르며 흔드는 빨간 비닐봉지도 고대티와 함께 2000년대 이후 처음 나와, 이에 대응하는 연대생들은 파란색 응원봉을 가져와 부딪치기도 했다.

  빨간 고대티는 밀레니엄 대학생들의 필수품이 됐지만, 최근에는 더 나아가 복제 유니폼인 레플리카가 학생들 사이에 유행이다. 가장 흔한 것은 농구 레플리카지만, 아이스하키나 축구 레플리카를 입는 학생들도 늘고 있는 등 가지각색 레플리카를 고연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고연전 시즌이 다가오면 유니스토어와 크림슨스토에서도 고대티와 함께 레플리카를 준비한다. 정소영 직원은 유니스토어가 농구 레플리카를 만들기 시작한 지도 벌써 십 년 정도라며 이번에는 하키 레플리카도 새로 들어올 예정이라 전했다. 본교 공식브랜드샵인 크림슨스토어 또한 20179월부터 자체 제작한 응원용 농구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첫해에는 296, 작년에는 427개의 농구티가 팔려, 올해는 전년보다 많은 물량을 제작할 계획이다.

  고려대학교 축구부 서포터즈 미니프런트 KUFF레플리카를 입는 건 운동장에서 직접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과의 유대감을 표현하는 중요한 표식이라며 확실한 것은 레플리카도 이제 고려대 응원 복장 중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안수민 기자 sally@

사진제공 | 본교 기록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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