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학생들은 진로 불안, 산업계는 인력난 걱정
학생들은 진로 불안, 산업계는 인력난 걱정
  • 김군찬 기자
  • 승인 2019.09.29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연구요원 정원 감축 논란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은 헌법과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병역의무의 형태는 다양한데, 그중에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통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대체복무제도의 일환인 전문연구요원들이다. 올해 5, 이들 전문연구요원에 대한 감축 논의가 불거졌다. 이에 과학기술계·산업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가경쟁력 약화와 부족한 인력수급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10월 이후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가경쟁력 위해 도입, 현재도 정당성 있어

 우리나라 병역복무제도는 크게 현역병, 전환복무제도, 사회복무요원제도, 대체복무제도 등으로 분류된다. 1973년에 처음 시행된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병역자원 일부를 병무청장이 선정한 병역지정업체에서 3년간 연구인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병역대체복무제도이다. 이는 석·박사 등 고급인력에게 학문과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연구 기회를 부여해 국가산업의 육성·발전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 시행됐다.

 전문연구요원의 복무 형태는 대학원(박사과정)과 기업부설 및 정부출연연구소 복무 두 가지로 나뉜다. 대학원 복무는 박사·석박사과정 수료 후 3년간 대학원에서 복무하며, 기업부설 및 정부출연연구소 복무는 석사학위 취득 후 3년간 해당 연구기관에서 복무한다.

 이러한 전문연구요원 감축 논의는 지난 2016년부터 이뤄졌다. 당시 과학기술계 등의 반발로 시행하지 못했지만, 국방부가 기존 2500명의 전문연구요원 연간 선발인원을 반 가까이 축소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는 계속 흘러나왔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다시 불붙은 시점은 효과적인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연구요원 제도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지난 5월 열린 한림원탁토론회였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전문연구요원 연간 선발인원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한 감축배경은 인구감소로 인한 병역자원 부족이다. 잉여 병역자원이 충분했고 대체복무제도라는 제도를 통해 연구개발 경쟁력을 쌓아야 했던 최초의 도입 환경과, 부족한 병역자원과 향상된 연구 경쟁력을 가진 현재의 환경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목적의 병역특례가 용인됐던 이전과 비교해 현재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의식이 확대됐다는 점도 전문연구요원 선발인원 감축의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연구로 국가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전문연구요원의 최초 도입 취지가 현재에도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과학기술이 경제력과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예전보다 커졌다전문연구요원 제도는 대체복무의 한 형태로서 복무자 개인, 연구기관, 국가에도 긍정적인 제도로 정당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인구감소로 인한 병역자원 부족은 사실이지만, 전문연구요원은 전체 병력수요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이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에 이득이 된다는 입장도 있다. 이기훈(GIST 안보과학기술센터) 교수는 적정 규모의 병력을 확보하는 것이 전투력 발휘와 군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수십만 명 중 연간 2500명을 과학기술 인재양성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국가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계는 반발, 이공계 학생들은 울상

 전문연구요원 정원 감축 조짐이 보이자, 과학기술계는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지난 7월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한국의학한림원 등 4개 과학기술 단체가 전문연구요원 축소 반대 성명을 냈다. 또한, KAIST, GIST, DGIST UNIST로 구성된 과학기술원 교수협의회도 축소 계획의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과학기술계는 치열한 글로벌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과학·기술인재는 국가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연구활동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 주최한 전문연구요원제도, 그 해법은 없나?’ 토론회에서 김성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학술 부회장은 기술패권주의가 팽배한 세계무대에서 우수인력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임상호(공과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과기인재가 필수라며 연구능력이 가장 왕성한 20대의 연구 활동에 공백이 생긴다면 과학기술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공계 대학원 기피 현상의 지속과 우수인력 해외유출 가속화 가능성도 전문연구요원 필요성의 근거다. 지난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간한 고급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효율적 운영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없었다면 대학 및 기업체에서 복무하고 있는 전문연구요원의 30% 이상이 석사 자체를 진학하지 않았을 것이라 답했다. 또한 동일 연구에서 KAIST·연세대·서울대 등의 대학에 소속된 요원들의 40% 이상이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없다면 병역문제 해결 이후 해외유학을 가겠다고 답한 바 있다. 임상호 교수는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 미달사태는 청년들로부터 외면받는 이공계의 현실을 보여준다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청년들의 이공계 대학원 진학과 고급두뇌의 해외유출 방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실질적 편입 대상자인 이공계 학생들의 고민도 크다. 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제도의 미래가 확정되지 않아 본인의 진로 설계를 못 한다는 것이다. 생명과학대 석·박사 통합과정 2학기인 A 씨는 정원 감축 논의를 바라보는 주변의 이공계 학생들은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언제든지 감축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해한다제도의 감축이든 유지든 확고한 방향이 제시돼야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력 충당의 이유로 감축한다는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실질적인 국방력 향상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8개 대학의 총학생회와 대학원 학생회로 구성된 전문연구요원 감축 대응 특별위원회는 입장문 발표,기자회견 진행 등 전문연구요원 폐지 및 축소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국내 8개 대학의 총학생회와 대학원 학생회로 구성된 전문연구요원 감축 대응 특별위원회는 입장문 발표,기자회견 진행 등 전문연구요원 폐지 및 축소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에 지난 7, 4대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 서울대, 포스텍, 고려대, 연세대 등 8개 대학의 총학생회와 대학원 학생회로 구성된 전문연구요원 감축대응 특별위원회(의장=임지현)’가 전문연구요원 폐지 및 축소 계획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 감축 계획 발표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대학가에 알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 연합이 결성된 것이다. 임지현 의장은 입장문 발표 후 진행한 서명운동에 7000여 명이 참여했고 각종 관련 토론회에 참가해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으로의 고급인력 수급 가로막아

 전문연구요원 정원 감축은 201811월 기준 한해 선발되는 2500명 중 3분의 1 가량이 배정되는 중소벤처기업에도 큰 타격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전문연구요원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303개의 중소기업 중 85.1%가 이 제도를 확대 또는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제도 축소·폐지가 기업 인력 사정에 미칠 영향으로 52.4%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 응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전문연구요원의 중소기업 복무 비중은 29.1%로 대기업·중견기업(9.6%)3배 이상이다라며 현행 복무인원 규모도 중소기업의 인력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한 상황으로, 제도 축소·폐지 시 중소기업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중소기업 병역대체복무제도의 효과성 분석에 따르면 전문연구요원이 1인당 중소기업의 매출액 증가액에 미치는 영향은 459만 원, 중소기업 복무 인원 1469명의 산업생산 증가액은 총 6748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총 13247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 4393명의 추가 고용을 유발하며 총 4623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문연구요원과 같은 대체복무제도는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의 인력수급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며, 실제로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연구요원 정원 감축은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기현 성신전기공업() 대표는 전문연구요원제도, 그 해법은 없나?’ 토론회에서 우수 인재확보에 따라 중소기업의 성패가 결정된다많은 기업이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우수인력 확보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개선을 통해 계속 발전해나가야

 이처럼 과기계와 산업계 등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이지만, 편법복무, 부실복무 등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개선과 감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한 벤처기업의 대표가 대표이면서 동시에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는 사례가 적발됐으며, 카이스트 연구원에서 복무하는 전문연구요원들의 부실한 복무 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악용 사례는 이전보다 줄어들었고 현재는 생체인식을 통해 근태를 관리한다부실 복무문제는 담당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실효성 있는 복무관리체계를 구축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복무에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효과와 정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활발한 분석이 필요하다. 임상호 교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당사자에게 특혜임은 분명하다특혜라는 지적에 대한 현 제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 규모가 제도 도입 당시보다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국가 수준의 인력정책 틀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욱 교수는 국방부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병역의무를 이행 중인 소중한 인적 자원으로 여기고, 인재의 육성과 활용에 있어 국가적으로 가장 유리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국방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 김군찬 기자 alfa@

사진제공 | 전문연구요원 감축대응 특별위원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