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1 15:10 (목)
난항 겪는 대학기록관 '기록관리인식' 필요하다
난항 겪는 대학기록관 '기록관리인식' 필요하다
  • 이정환 기자
  • 승인 2019.11.03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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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록과 대학 고유의 역사까지 아울러야

  대학은 언제나 바삐 움직이는 공간이다. 학업을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학교에서 탐구의 족적을 만들어내고, 학교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수천 건의 문서를 생산한다. 대학의 기록관은 이들이 하루하루 생산해내는 수많은 기록물을 관리하며 대학의 역사를 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취약한 제도와 인력 부족으로 기록 관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학의 역사적·행정적 책무를 정리

  1999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기록관리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대학에는 공공기관으로서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부여되지 않았다. 일부 역사가 오래된 대학에서는 박물관을 중심으로 기록물을 보존하고 관리했지만, 이는 교사(敎史)를 규명할 자료의 수집에 치중돼 있었다.

  기록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대학도 별도의 기록관을 설치하고, 기록관리전문요원을 채용해 기록 관리 업무를 이행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생겼다. 정부의 관할에 있는 국·공립대학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설립한 사립대학 역시 기록물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사립대학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교육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 제정과 함께 대학 기록물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2000년대부터 대학마다 기록관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학 기록관은 각 부처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생산한 행정기록물을 수집한다. 과거에 진행된 대학의 주요 정책결정 과정을 현재의 학내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를 증빙할 수 있는 공공기록물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야 한다. 연세대 박물관 학예팀 이원규 차장은 대학의 교육자와 직원들이 진행한 업무에 신뢰성을 제공하는 것이 기록물의 증거적 가치라고 말했다.

  대학 기록관은 대학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기록물인 역사기록물또한 수집한다. 대학은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닌 교육과 연구라는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자, 문화적으로는 학내 구성원들의 공동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기록물들은 후대 연구자들이 역사적 실체를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의 대학사를 연구했던 김정인(춘천교대 사회과 교육과) 교수는 일제강점기 한국인 유학생들에 대해 연구하는 역사 학자들이 일본 대학에서 학적부를 열람하는 것을 보고, 과거의 자료를 잘 정리해 놓지 않았던 한국 대학 기록관에 아쉬움을 느꼈다행정기록물까지 포괄한 기록물 전반이 잘 관리돼야 대학의 역사를 제대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물 관리에 난항을 겪는 기록관들

  기록관은 독립형 기록관비독립형 기록관으로 나뉜다. 다른 부서에 소속돼 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독립형 기록관과 달리, 비독립형 기록관은 특정 부서에 소속돼 운영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독립 기관이기에 예산과 운영을 독자적으로 편성 가능하고, 기록물 관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독립형 기록관은 기록물의 효과적인 관리에 이상적인 유형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상당수의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은 총무처, 또는 박물관이나 도서관 산하에 편제된 비독립형 기록관을 유지하고 있다. 이원규 차장은 기록관이 박물관 산하에 편제되면 오히려 기록물의 전시나 보관을 위해 협업할 수 있는 틀이 주어진다독립적인 기록관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것은 관련된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갖췄을 때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한 기록관의 인력이 한 명 혹은 몇 명 수준인 경우가 대다수라, 방대한 분량이 생산되는 대학의 기록물 생산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독립기록관을 운영하는 국립대학 소속 기록물관리전문요원 A 씨는 기록관의 인력으로 대학의 기록 관리를 완벽히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업무가 비대해지기 쉬운 공무원의 특성상 기록물 관리에만 온전히 집중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본교를 비롯한 사립대학의 기록관은 법률상으로 기록물 관리의 강제가 용이한 국공립대와 달리 존립의 제도적 근거가 약하다.

  이에 한정된 인력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눈에 띄기 쉬운 역사기록물의 수집과 전시에 치중하느라 행정기록물의 관리에 약점을 보인다. 본교 기록자료실 서명일 과장은 기록물 관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가치가 낮게 평가받고 있다사립대학의 경우 기록관이 자립하기 힘들기에 기관의 존립 근거를 입증하기 위해서 교사(校史) 기록의 관리와 전시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역사기록물의 수집 관리 업무조차 관련 인력이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 연속성과 전문성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서명일 과장은 역사기록물의 관리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라도 학교의 역사를 익혀야 해서 업무 연속성이 중요한 직책이라며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직원이 6번 바뀌었을 정도로 인력의 변동이 심하다고 말했다.

 

대학 내 올바른 기록문화 정착해야

  선진 대학교와 비교해 한국에서의 대학 기록물 관리 문화는 개선할 부분이 많다. 대학 기록관의 실무자들은 대학 기록관이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적절한 제도적 틀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립대학의 경우 기존의 문서규정, 보관 보존규정 수준을 넘어서 기록물 관리 규정을 확립해야 한다. 이원규 차장은 사립대학 역시 등록, 이관, 폐기 등의 절차에서 기록관리법상의 시행규칙들을 준수하는 기록물 관리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기록관은 각 부서에서 문서가 누락되거나 유실되는 일이 없도록 기록관리의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록물에 대한 교내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도 필수적이다. 교직원, 교수, 학생 등 대학의 구성원들이 기록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관리와 보존의 필요성을 함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자치활동을 통해 생산된 기록물들은 1년 단위로 종료되는 자치활동의 특성상 기록물이 영속적으로 보존되고 있지 않고, 학생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기록관이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국립대 소속 기록관리전문요원 A 씨는 학생들이 만든 자료는 다른 기록물과 달리 제출해야 할 의무가 없기에 중요한 기록물이라도 협조를 얻기 어렵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서명일 과장도 학생회 등이 공개적으로 배포하는 유인물을 간접적으로 수집하는 수준일 뿐, 중요한 내부자료는 보관하지 못하고 있다다행스러운 점은 학생들 사이에서 점점 자신들이 소장한 기록들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기록관들이 장기적으로는 행정기록물과 역사기록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원규 차장은 ·공립대학 기록관의 경우 법령상의 행정기록물의 관리에 치중한 레코즈 센터(Records center)’의 기능이 더 강하다역사기록물과 행정기록물 양쪽에 대한 기록관의 통제력이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대 총무처 정유선 주무관도 행정기록물로 생산됐지만, 기록물로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역사기록물이 충분히 될 수 있다행정기록물과 역사기록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이상적인 기록물 관리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기록관이 어제와 오늘의 기록들을 제대로 수집하고 정리해 놓는다면, 대학들이 각자의 독특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미래로 도약할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동안 등한시 여겨졌던 대학 내에서의 기록관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이정환 기자 ec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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