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어느나라 사람이든 때를 밀겠지만 우리는 특히 결벽증을 갖고 있는 것처럼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뿐만 아니라 남의 결벽까지도 철저하게 요구하기에 그럴 것이다. 지난 시대가 너무도 많은 찌든 때를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결벽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래선지 요즘 우리사회를 지켜보면 국가 전체가 때를 밀기 위해 목욕탕에 모여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시대의 비리나 잔재 같은 부패라는 때를 다 밀어버릴지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목욕탕의 기억을 되살려보자. 제법 붐비는데도 탕 안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수도꼭지 앞에서 열심히 때를 밀고 있기 때문이다. 30분 이상 자리에 앉아 때를 미는 사람이나 특별히 때밀이까지 불러 때를 밀어내는 사람 등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지나가다 벌겋게 충혈된 몸이라도 훔쳐보면 저러다가 혹시 살점이라도 떨어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사뭇 지금의 정치판 모양새가 목욕탕과 똑같지 않은가? 예컨대 목욕탕에 구성원을 살펴보면 여당은 자기 몸엔 때가 없다며 목욕을 하지 않으려는 고집 센 아이같고, 야당은 목욕탕 앞에 버티고 서서 아이가 들어오면 때라는 때는 모조리 밀어버리겠다고 벼르는 때밀이 같다. 그리고 국민은 아이와 때밀이 사이에서 관찰하는 부모와 같은 양상이다.

구성원간의 관계도 비슷하게 설정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제17대 총선이라는 새 옷을 입기 전에 몸이 더러워서 때를 밀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는 더러운 것이 체질적으로 좋은지 아니면 자기보다 덩치가 큰 때밀이가 무서워인지 도대체 때를 밀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 아이는 왠지 부모의 마음이 바뀌었으면 하는 눈치다. 덩치가 큰 때밀이는 기다렸다는 듯 지저분한 아이가 들어오기 만을 기다린다. 서너시간 눌러 앉아 때 빼는 솜씨를 보이는 척하며 때가 많으니 때값도 톡톡히 받겠다는 속셈이다.

우리사회는 때를 밀어 못밀어 하면서 시간을 보낼 만큼 느긋하지 못하다. 부모가 원하기에 아이는 빠르게 때를 밀어야 한다. 그리고 때밀이는 정성을 다해 때를 밀어야만 한다. 이것이 부모의 진정한 속마음, 정치 부패 척결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 역시 지켜보고 관찰하며 같이 때를 밀어야 한다. 자식만 더러운 게 아니라 이런 자식을 둔 부모 역시 더럽지 않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지켜만 보는 부모를 두고, 때밀이가 부모도 때가 많다며 속으로 비웃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빨리 때를 밀어야 하는 게 시급하다. 예컨대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새로운 기분으로 목욕탕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 진정한 정치 개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하건데 지저분한 때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미는 여당과 구석구석 깨끗하게 때를 밀어내는 야당, 지켜보는 부모 모두 말끔하게 때 한번 밀었으면 한다. 사실 의외로 목욕탕 물은 빨리 식기 때문에 찬물은 아이를 때 밀기 싫게 할 것이고, 때밀이도 때를 못 미는 악순환의 고리만 만들 것이다. 때를 밀기 위해 또다시 4년의 시간을 기다릴 것인가?  

<鎬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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