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떠나는 제도종교 ··· 일상 속으로 종교 가치 확산해야
신도 떠나는 제도종교 ··· 일상 속으로 종교 가치 확산해야
  • 김영현 기자
  • 승인 2020.05.16 2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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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탈종교화

  김모(한양대 영문17) 씨는 천주교 모태 신앙이다. 어렸을 적엔 어머니를 따라 매주 미사에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성당에 가는 일이 없다. 시간 여유가 없어 성당 활동에 참여하기 현실적으로 힘들어진 이유가 크다. 특히 주일 미사는 연속성이 중요해 빠지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그렇지만 김 씨는 자신이 천주교 신앙을 잃은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굳이 하느님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뿐이에요. 지금은 종교에서 안식을 찾는 것보다는 문화생활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휴식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나중에 하느님에게 의지할 필요가 생기면 다시 미사드리러 가지 않을까요.”

  오래도록 신앙생활을 해온 김정희(·55) 씨는 평탄했던 삶에 굴곡이 생기며 오히려 맹목적인 신앙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느꼈다. 교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며 자기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 “큰 의미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지만, 종교의 교리와 형식이 제 삶과 괴리되는 것을 느끼며 회의감이 커진 것 같아요. 개인의 필요와 욕구로 종교를 찾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순수한 신앙심만 있었다면 신자가 되기보다는 성직자직을 택하지 않았을까요. 신자의 입장에서는 교리와 교칙 준수에 대한 강조보다는 실천적이고 유연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종교인구조사에서 종교인 비율이 10년 전(54%)에 비해 약 340만 명 감소한 43.9%로 확인되며 탈종교화현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개신교, 불교를 포함한 종교계는 모두 종교 인구의 감소가 탈종교화라는 이름이 붙기 전부터 이미 가시적인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승려 교육현장에 있는 박수호(중앙승가대 불교사회학부) 교수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신도 수 감소는 불교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졸업 후 사찰 현장에 나가 있는 스님들이 신도 수 감소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탈종교화를 종교 일반으로부터의 탈락이라기보다는 제도권 종교로부터의 이탈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성표(울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3대 종교가 종교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종교 지형상, 종교인 감소는 제도권 종교에 속한 비율이 감소했다는 의미라며 운세에 기대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봤을 때, 비종교인이 는 것을 종교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감소했다고 이해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제도권 전통종교로부터의 이탈 과정에서 학계가 주목하는 것은 소속 없는 신앙이다. 기성종교에서 강조하는 신에 대한 믿음, 의례, 신앙 공동체의 세 요소 중 믿음만을 기반으로 개인 영성의 자유로운 개발을 이루는 것이다. 이현지(국제학부14) 씨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며 한 교회에 정착하지 못했다교회에 나가진 않지만, 외국에 남은 친구들이 매일 보내는 성경 말씀을 꾸준히 읽으며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재룡(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나안 신자(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개신교인)’와같이 제도와 장소의 종교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신앙을 갖는 흐름이 확대될 것이라며 종교계는 이러한 추세를 고려해 종교인의 개념을 확장하고 이들을 포용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적 역할 무너지며 신뢰 잃어

  제도권 종교 인구의 감소는 상대주의적 도덕관을 제시하는 포스트 모던으로의 이행과 종교에 가용한 물리적 시간을 침범하는 상업 자본주의의 확대와 맥을 같이한다. 거시적인 사회 흐름에 포함된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는 종교가 공공성에 대한 의무를 도외시하는 것이 꼽힌다. 예배 등의 종교적 가치를 우선하는 과정에서 사회 공공의 가치를 훼손할 때 비판이 가해지는 것이다. 김재명(건양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신도명단을 밝히지 않았던 신천지에 쏟아진 비판도 종교의 공적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설명했다.

  종교 지도자와 종교 단체의 폐단도 종교의 공적 역할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 전명수(공정대 공공사회학부) 교수는 교회의 기업화, 세속화, 교리적 배타성, 목사 세습 문제 등 종교가 노출하는 여러 문제 속에서 사랑과 같이 성경이 말하는 실천적 가치를 확인할 수 없을 때 신자들이 제도종교에서 이탈한다고 말했다. 불교 역시 도박승, 범계 등 불교적 실천에 어긋나는 모습을 끊임없이 드러내며 신도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박수호 교수는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유지돼온 체제에 대한 개혁 논의가 끊임없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음에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종단의 권력화 등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쌓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청년층 탈종교화의 주요한 이유로 한국 제도종교의 불평등한 의사결정 방식이 지적된다. 연공서열이라는 유교적 관습이 종교공동체와 결합하며 한국만의 종교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청년층의 종교 인구 감소율은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종교인구조사에서 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송재룡 교수는 교회 운영회와 장로회를 연장자가 독점하는 의사결정 환경이 특히 젊은 층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 같다청년들은 교회의 전반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고, 청년부 행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져 마치 과 같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청년층 종교인이 감소하는 것을 두고 이탈이 아니라 진입선택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성택(문과대 철학과) 교수는 “10대 시절과 달리 성인이 된 후 주체적 판단을 통해 종교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엔 이탈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종교로 진입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세계적인 근대화 흐름 속에서 종교가 선택의 문제가 되고, 부모 세대에서 모범적 종교인의 모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교적 가치, 실천적으로 모색해야

신도 수가 급격히 감소하자 현재 종교계는 단순 기복적 기능을 넘어 사회 참여적이고 생활 밀착적인 새로운 종교적 정체성과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신행혁신운동인 붓다로 살자운동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도법 스님의 제안으로 포교원의 핵심 종책이 된 붓다로 살자, 제도종교의 기복 중심적인 신행(불교 활동)을 넘어 수행과 자비 실천 중심의 신행을 바탕으로 내 안의 진짜 붓다(깨달은 자)의 모습을 되찾아 삶 속에서 실천적으로 구현하자는 내용의 운동이다.

  같은 맥락에서, 불교 수행법 중 하나로 제시되는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위로는 보리를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에서 신자들은 기복적인 측면이 강한 상구보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하화중생이라는 자비행 중심의 대승불교적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박수호 교수는 탈종교화가 불교계에 불러일으킨 심각한 위기의식 속에서 스님들은 나름의 해법을 찾고 있고, 방점은 적극적인 보살행, 사회 참여적 실천에 있다고 말했다.

  ‘생활 종교라는 새로운 종교 형태의 가능성도 제시된다. 전명수 교수는 주일 예배와 같이 특정 요일에 일정한 장소에 모여 종교 의례를 행하는 것은 종교를 일상생활과 분리해 인식하게 한다한국 종교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 지점이라고 말했다. 향후 종교는 생활 종교의 형태로 신자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남녀평등, 사회복지, 건강 등 일상과 직결된 실질적인 문제들을 신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현종(서울신학대학 교양교육원) 교수 역시 종교의 발전과 확산을 신과의 만남이라기보다 사랑과 베풂 등 종교의 가치가 곳곳에 녹아드는 것이라고 느끼는 종교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학계는 종교계가 탈종교화 현상을 문제상황으로 규정하는 것보다 불가피한 변화의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탈종교화 속에서 제도종교가 스스로의 성격과 정체성을 어떻게 변용할지 주목된다.

 

김영현 기자 carol@

인포그래픽윤지수 기자 ch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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