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한다. 인간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해결할 문제를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처리한다. 다양한 산업에 전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용기술이라는 점도 인공지능이 주목받는 이유다. 인공지능이 국가경쟁력과 직결한 사항으로 대두되며 관련 인재 육성도 핵심 과제가 됐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까지 국내 인공지능 개발 인력은 수요보다 약 9900명 모자랄 전망이다. 2022년까지 14139명이 필요한데, 관련 인력은 4153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정부는‘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AI 대학원 프로그램의 확대·다양화 등을 통해 AI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실무형 인재 양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실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형(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와 성균관대 이지형 인공지능대학원장을 만나 국내 인공지능 인재 양성의 방향성을 물었다.

 

  - ‘인공지능이 왜 필요한가요

  이지형 원장인공지능은 이제 일종의 패러다임이 됐어요. 우리가 생활에서 말하는 인공지능은 대개 기술이 아니라 패러다임으로서의 인공지능입니다. 패러다임화 된 인공지능이란 데이터를 이용해 문제를 푸는 것을 의미해요.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인간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풀겠다는 거죠.

  인공지능을 패러다임화 된 인공지능, , 우리가 닥친 문제를 저비용·고효율로 푸는 것으로 이해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해야만 하는 거예요. 어느 나라는 문제를 사람이 해결하고, 어느 나라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동으로 빠르게 해결합니다. 미래에 어떤 나라가 앞서갈지는 너무나 자명한 거예요.”

 

  - 국내 AI 인재가 얼마나 부족한가요

  김진형 명예교수전반적으로 컴퓨터 전공자가 부족합니다. 인공지능 전문가는 더 부족해요. 미국의 스탠퍼드대는 공과대 정원(1570) 중 절반 정도인 745명이 컴퓨터과학을 전공합니다. 반면에 서울대는 15년동안 컴퓨터공학과 정원이 55명 그대로예요. 수도권 규제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리 사회가 컴퓨터과학이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릅니다(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학교 등 인구집중유발시설의 계획과 수립 과정이 정부 심의를 받도록 한다). 아니면 다른 학과의 정원을 줄이고 그 TO를 가져오는 수밖에 없는데, 누가 선뜻 자기네 학과 인원을 내주겠냐는 말이죠.

  단순히 학위 소지자들만 늘려서 될 문제도 아닙니다. 의사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를 하는 것처럼, 공대는 졸업하면 바로 엔지니어가 돼야 해요. 그런데 대학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졸업하니 기업에선 현장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인재가 없다고 합니다. 졸업하자마자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공학자를 길러내야 해요.”

  이지형 원장소위 ‘AI 인재가 국내보다는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진 겁니다. 여러 상황이 있지만, 다른 변수를 다 제거하고 기업으로만 한정해봅시다. 국내의 인재가 왜 해외로 갈까요? 단순히 돈을 많이 줘서가 아닙니다. 해외의 기업이 더 도전적인 시도를 많이 해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직장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갈등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스스로 매력적인 기업이 돼야 해요. 매력적인 기업이란 어떤 사람이 그 기업에 가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기업입니다. 이런 기업이라면 인재들도 자연스레 국내로 모여들 거예요.”

 

  - 정부가 고급 AI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에 10년간 최대 190억 원을 지원하는 ‘AI 대학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지형 원장인공지능 대학원은 인공지능을 특화해 고민하는 대학원입니다. 컴퓨터공학과 안에서 인공지능을 다루면, 인공지능은 그 안에서 ‘one of them’이에요. 컴퓨터공학과는 인공지능보다 컴퓨터 공학이라는 전체 학문 분야를 발전시킬 고민을 하겠죠. 이와 달리 인공지능 대학원에선 인공지능을 잘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을 어떻게 선발하고,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데 특화된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할지 독립적으로 고민할 수 있습니다.

  여러 교수가 인공지능이란 주제 안에서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내기도 합니다. 다양한 학과에서 떨어져서 연구하다가 모이니 더 큰 효과가 나지요. 국가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는 인공지능 인재를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대학원을 설립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김진형 명예교수저는 컴퓨터과학이라는 더 큰 틀에서 교육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MIT‘school of computing’이라는 컴퓨터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쳐요. 그 안에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법 전공자, 언어학 전공자, 인류학 전공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컴퓨터학과에서 인공지능을 분리하면 인공지능 전공 학생을 더 많이 뽑을 수 있으니 당장은 좋겠죠. 하지만 컴퓨터를 배우지 않고 인공지능만 배워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인공지능 대학원이라고 좁게 운영할게 아니에요. 컴퓨터과학이라는 큰 틀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하게 해야 합니다. 물론 인공지능 대학원을 만들어서 지원하는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요.”

 

  - ‘AI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전 국민 AI 교육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김진형 명예교수“AI가 뜨니까 이제 정부에서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본질을 잘 모르면서 용어에만 집착하는 거 같아요. 정말 AI 강국이 되려면 초··고 때부터 코딩을 배워야 합니다. 안 그래도 2018년부터 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치지만, 수업시수도 부족하고 교원도 부족해요. 체육선생님을 가르쳐 컴퓨터 수업을 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학도 마찬가지예요. 코딩을 한번도 못 하고 졸업하는 대학생이 태반입니다. 단순히 재정 지원만 늘릴 게 아니라 교육계 전반에 걸친 고민이 필요해요.”

 

  - 앞으로 인공지능 인재를 어떻게 육성해야 하나요

  이지형 원장맞춤형 인재 육성이 필요해요. ‘인공지능 인재는 상당히 모호한 개념입니다. 다양한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핵심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사람, 개발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갖고 문제를 푸는 사람, 코딩해주는 사람 등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이용해 문제를 풀 때 들어가는 노력이 100이라고 하면 6~70은 데이터를 가공하는 데 들어갑니다. 핵심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건 전체의 5~10이에요. 인공지능 대학원은 이 핵심 알고리즘을 만드는 사람을 키우는 겁니다.

  인공지능 인력의 수요를 분야별로 나눈 다음, 분야별로 양성 정책을 펼쳐야 (사회의 인공지능 인재) 수요를 채울 수 있습니다. 전방위적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성균관대 인공지능대학원 이지형 원장이 인공지능 인재의 육성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진형 명예교수단순히 기술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윤리 교육도 같이해야 합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고를 내면 누구한테 책임을 물어야 하나요? 이전과 달리 책임의 주체가 다양해요. 엔지니어가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나갈 때 윤리적 감수성이 강하지 않으면 안 돼요. 몇 년 전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배출량을 임의 조정하도록 엔진제어장치를 프로그래밍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배기가스 배출량을 검사할 때만 저감장치를 작동시키도록 해서 환경기준을 충족한 거죠. 앞으로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요. 인공지능을 현장에 배치하려면 감시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김진형 (KAIST 전산학부) 명예교수는 인공지능 인재 양성 과정에 윤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맹근영 기자 mangrove@

사진두경빈 기자 hayabusa@

사진제공이지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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