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창업에 나서는 부담 줄여야
교원창업에 나서는 부담 줄여야
  • 조민호 기자
  • 승인 2020.05.31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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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창업의 절차와 현황

투트랙으로 교원창업 지원

증가 추세나 활성화는 아직

공간·행정지원 등 개선 필요

 

유연 내시경 무절제 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교원창업기업 엔도로보틱스

  대학의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는 교원창업. 본교는 창업에 뛰어들 교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학이 교육·연구 기능을 넘어 새로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대학재원을 확보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본교는 회사 지분의 일부를 학교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교원창업을 지원하는데, 교원창업이 성공해 지분 가치가 올라가면 대학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본교 교원이 학교의 도움을 받아 창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산학협력단 기술사업부가 주관하는 교원(실험실) 창업 방식을 택하거나 본교 기술지주회사 아래 자회사를 설립해 창업에 나설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사업화지만, 지분 구조와 투자 여부에서 차이를 보인다.

  전자를 희망하는 교원은 보유한 기술과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술보증기금의 예비벤처기업확인서를 발급받은 다음, 기술사업부에 교원창업을 신청해야 한다. 이후 산학협력단장 등의 내부인사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창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위원회에서 창업허가를 받고, 교무팀의 겸직승인까지 떨어지면 산학협력단과 교원창업허가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 교원은 창업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소유한 지분의 10%를 산학협력단에 기부해야 한다. 대학이 보유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실시권을 허가해주는 것 외에도, 기술사업부는 최대 3000만 원의 시작품 제작 비용, 비즈니스모델 설계, 법률 자문, 투자 연계 등을 지원해준다.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교원창업에 나서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지분 20%를 기술지주회사에 귀속시켜야 하지만,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기술지주회사로부터 자본금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기술지주회사는 정부지원사업인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의 운영사라는 장점도 있다. TIPS는 지주회사가 1억 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최대 9억 원의 자금을 매칭 지원해주는 제도로, 스타트업이 초기 자금을 확보하는 부담을 상당 부분 경감시켜준다.

  유연 내시경 무절제 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엔도로보틱스 대표 김병곤(차세대기계설계기술연구소) 박사는 기술지주회사가 시드머니를 투자해주며 TIPS에 선정되도록 지원해준 게 창업 초기에 절대적인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공계 위주의 교원창업

  본교의 지원을 통해, 서울캠에선 지금까지 총 20개의 교원 기업이 탄생했다. 기술사업부에선 올해 열린 첫 교내 창업심의위원회를 거쳐 5개 기업이 추가로 창업 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아이디어 창업이 대부분인 학생과 달리, 교원들은 학교에서의 연구성과와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창업에 나섰다. ‘엔도로보틱스는 공과대 기계공학과와 의과대 소화기내과 연구진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대표적인 교원창업 기업으로는 박세호(생명과학과) 교수가 설립한 기술지주회사 소속 이뮤노맥스가 있다. 항암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한다. 2015년 창업 이후 다수의 벤처캐피털로부터 78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220억 원으로 평가받는다.

  이공계 교수들이 교원창업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사회과학·인문학 분야의 교수들도 창업에 나서고 있다. 기술사업부 직원 문준혁 씨는 심리학과에서 교원창업을 한 경우가 있고,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인 인문계열 교수님도 계신다고 했다.

부담 큰 교원창업, 제도 바꿔야

  본교의 교원창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활성화됐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수준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본교의 교원 창업자는 2016년 기준 0, 20173, 20186명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대는 각각 7, 8, 21명이었다. 기술사업부가 지난 12월에 개최한 교원창업설명회에 110명이 넘는 교원과 학내외 관계자들이 참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이곤 있으나, 실제 창업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교원에게 창업이 추가적인 부담을 안겨주는 탓이 크다. 사업에만 몰입하기도 쉽지 않은데, 동시에 교원으로서 연구 활동과 학생 지도도 병행해야 해서다. 겸직 승인을 받아도 수업 일수와 수업 시간을 완화하는 제도적 규정은 없다. 소프트웨어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아이오티큐브를 창업한 이희조(컴퓨터·전파통신공학과) 교수는 창업 과정에서 학교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는 데 시간이 부족해 힘들었다고 했다.

  창업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도 교원창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문준혁 씨는 아직 교원창업에 대해 학교사회 내부에선 보수적인 인식이 강하다여러 행사를 개최해 교원창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교원창업을 위한 공간 등 행정적인 인프라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희조 교수는 교원창업 활성화를 위해선 창업 공간과 원스톱 행정지원 등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조민호 기자 domino@

사진제공 | 엔도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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