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올바른 일자리 정책 기조인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올바른 일자리 정책 기조인가
  • 남민서, 최낙준
  • 승인 2020.07.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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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노동정책연구소 김성희 소장, 김동원(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차별 없는 세상 위해 정규직화 확산해야

외주화 시대, 정규직화 정책은 낡은 사고방식

  지난해 12월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193252. 정부가 올해 말까지 달성하기로 한 205000명의 94%를 달성한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정규직 전환 역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됐지만, 채용 절차에 의문이 제기되며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인국공 사태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비정규 노동과 사회 양극화를 연구하는 본교 노동대학원의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김성희 소장과 고용관계를 연구하는 김동원(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마주했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김성희 소장 인터뷰

차별 없는 세상 위해 정규직화 확산해야

 

  - 인국공 사태, 어느 지점에 주목하나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키는 고리다. 특히 인국공은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즉 간접고용된 노동자가 전체 직원의 90%에 이르러 그 문제를 심각하게 안고 있었다. 이번 인국공 정규직 전환은 현장 서비스를 모두 수행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놓인 임금 및 신분 차별 상황을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다만,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모델로 민간부문의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자했던 목표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일반 기업이 참고할만한 정책이 부재해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이 병행되지 못하고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이 더 외딴 섬처럼, 특혜처럼 보인 것이다.”

  - 비정규직 차별은 어떤 형태로 나타났나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다른 신분처럼 분리해놓는 풍토가 IMF 경제위기 이후 쭉 이어져 왔다. 인국공 관리업무는 본사 정규직이 하고, 나머지 현업은 비정규직이 한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분리, 차별적 인식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효율적이라는 미명 아래에 비정규직을 사용하지만, 직종 차별적, 학력 차별적 사고가 다 녹아있다. 전근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현장업무 자체가 가지는 중요성을 그만큼 존중해줘야 한다. 합리적 차이는 있되, 과도한 차별은 없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게 바르다고 본다.

  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임금을 주는 게 3~4년 후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호봉제에 따라 연봉이 올라가는데도, 직고용하는 게 효율적인 이유는 그동안 중간업체에 그만큼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 비정규직 차별은 정규직 전환으로 해결되는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같은 노동이지만 기술직이라서 차별이 가해지는 사회를 바꾸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 차별문제가 대두된 초창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시간당 임금을 더 주는 프리미엄 제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당 임금만큼이나 시간 외 수당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임금구조를 고려했을 때 이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후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별을 입증하기 어렵고, 사용자랑 척지면서 신고하기도 힘들어 무용지물이 됐다.

  결국, 비정규직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중요하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온전한 일자리 창출 정책과 정규직 전환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 정규직 전환에 앞서 해결할 문제가 있지않나

  “차별적인 사회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차이가 어느 정도까지 용인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다리만 놓는 게 아니라 땅을 메워 하나의 스펙트럼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의 경력을 존중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중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일을 10년 한 사람이 정규직 초봉도 못 받는 사회가 아니라, 그 경력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다.

  또, 질과 함께 양의 문제, 즉 일자리 창출 정책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 통렬한 반성이필요하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하고 비정규직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른 중소기업에 도급을 맡기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 이런 고용공시제, 임금공시제 실현을 통해 민간부문에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본다.”

  - 향후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제언한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속도는 굉장히 느렸다. 직접고용 비정규직만 직고용 대상으로 하던 정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포괄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현재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규직 전환이 민간부문에 확산되는 데 또 10년씩 걸리면 안 된다. 차별이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공공부문 일부만이 아니라 민간부문에 확산되고, 그것이 일자리 창출 정책의 기준이 돼야 한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기 정말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 문제에 공정성이 큰 화두가 되곤 한다. 하지만 더 넓은 시각에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로 가기 위한 큰 공정성 과제와 미시적 공정성 과제를 잘 어울려서 바라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 소장은 정규직 전환이 민간부문에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 소장은 정규직 전환이 민간부문에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원(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외주화 시대, 정규직화 정책은 낡은 사고방식

 

- 인국공 사태의 충돌 지점을 짚는다면

공사 내의 문제와 전체 노동시장 차원의 논의로 구분할 수 있다. 공사 내부적으로는 기존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되며 회사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공사의 1000명 남짓한 정규직 직원은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기존의 사무 관리직보다 많은 1900명의 보안검색 직원이 새롭게 정규직으로 들어오면 회사의 정체성에 혼란이 생긴다. 회사의 미션과 비전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방침에 의해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이 이뤄지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회사의 인건비가 한정된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특정한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거다.”

- 정규직화 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IMF 경제위기 이전에는 정규직 채용이 일반적이었지만, 경제위기를 겪으며 정규직이 조직을 경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교의 경우엔 일부 정규직에게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준다는 이유로 방만한 운영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게 당시 많은 회사가 핵심역량이 아닌 직종은 외주를 맡기게 됐다.

초기에는 정규직이 좋고, 비정규직은 나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경제 흐름이 외주를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외주를 맡는 회사는 전문성을 갖추고, 기술을 축적하고,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다. 외주를 맡기는 회사도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이러한 경영 방식이 오히려 보편적이다. 그걸 다시 옛날로 되돌린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노동시장이 바뀐 지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낡은 사고방식인 셈이다.”

- 공기업의 고용정책은 민간 기업과 다르지 않은가

공기업은 일반기업과 달리 효율성뿐 아니라 공공성 또한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공기업을 너무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국민이 내는 요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재정 부담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운영을 방만하게 하는 꼴이 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폭 전환하게 되면 노동 유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공기업이 사회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임금도 호봉제로 계속 올라가 장기적으로 공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 그렇다면 일자리 정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이번 정규직 전환이 큰 문제로 불거진 이유는 전체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다. 줄어든 일자리를 누가 어떻게 나눠 가지는지에 대한 합의는 굉장히 어렵다. 계속되는 제로섬 싸움 속에서 공정성 시비가 붙는 것이다.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일자리 창출이다.

기업이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해외로 자꾸 빠져나가고 있다. 꼭 필요한 규제는 남기되, 불필요한 절차상의 규제를 과감하게 줄여서 국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지금 선결해야 할 과제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다.”

-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시사점은

이번 사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중단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한 회사의 채용 자체가 사회정의에 의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선례가 남았다. 채용을 정의의 문제와 연관 지어 생각해볼 기회가 된 것이다.

아무리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해도 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면 직원은 결국 구조조정 되기 마련이다. 정규직이 되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본인의 유능함과 성실성을 가꿔 고용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동원(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주화 시대에 정규직화는 낡은 사고"라고 말했다.
김동원(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주화 시대에 정규직화는 낡은 사고"라고 말했다.

남민서·최낙준 기자 press@

사진양태은 기자 aur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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