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던 의사들, 정부와 전쟁 중
코로나와 싸우던 의사들, 정부와 전쟁 중
  • 신용하 기자
  • 승인 2020.08.29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일,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증가정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여의도에서 열렸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내놓자 병원밖으로 뛰쳐나왔다. 집단휴진, 사직서 제출까지 불사하며 정부 정책에 대해 극렬히 저항 중이다. 정부는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파업에 나선 수도권 소재 병원의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명령 불이행 시에는 행정처분(1년 이하 면허정지, 금고 이상 면허취소)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사건은 지난달 23일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설립 정책에서 시작됐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 정원을 늘리고, 폐교된 서남대 의대의 정원을 활용해 필수의료 분야 인력을 양성하는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증원할 의대 정원 중 300명을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뽑는다. 해당 전형으로 뽑힌 학생은 학자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졸업 후에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분야에 군 복무 기간과 수련 기간을 포함해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한다. 나머지 정원은 기존 대학에 추가로 정원을 배정하는 형태로 확대한다. 특정 분야의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조건이다. 중증외과, 소아외과 등의 특수전문 분야에 50, 의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 50명을 배정한다.

  정책 시행의 이유로 정부는 지역 간 의료 격차 회복, 필수 의료분야 인력 확충을 꼽았다.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1000명 당 의사 수가 2.4명으로 OECD 평균치인 3.5명보다 적다는 게 근거다. 보건복지부는 특히 중증외상, 소아외과, 감염내과 등의 특수, 전문 분야로의 의사를 지방에 충원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목표라 밝혔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의사 수를 늘리는 건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OECD 평균치에 미치지 못할 수는 있어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이 3.1%OECD0.5%에 비해 6배가량 빠르고, 의료접근성도 OECD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근거로 의사 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와 협의 없이 정책을 추진한 것도 반발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의료계는 단순히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증가 등을 통해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필수의료분야의 처우 개선과 수가 조정이 우선이라 주장했다. 높은 노동 강도, 낮은 보상체계로 일명 기피과로 불리는 중증외과, 소아외과, 흉부외과 등의 분야에 대한 처우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가 조정 없이는 적자뿐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 운영에 있어 기피과는 말 그대로 기피 대상이다. 의료 행위를 할수록 병원의 적자를 늘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8년 아주대병원·부산대병원·울산대병원 등 3곳의 권역외상센터를 대상으로 손익현황 분석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센터 3곳은 20173월부터 20182월까지 외상환자 1인당 평균 1458784원의 손해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의료분야는 수가가 낮게 책정돼있어 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다.

  가령, 소아외과는 진료에 필요한 비용이 타 과에 비해 크다. 소아의 치료는 어른보다 손이 많이 가 3배 이상의 인력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필수의료라는 이유로 수가 자체가 낮게 책정됐다. 그렇다 보니 아산병원, 삼성병원, 세브란스 병원 등의 대형병원 소아외과 경우도 약 5~10% 정도의 적자를 매년 기록한다. 보건 당국이 소아 가산율을 적용해 상황의 개선을 도모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세브란스 병원 소아외과 한석주 교수는 직장에서는 병원 돈을 축낸다고 눈치를 주고, 1365일 대기 상태로 집안 행사에도 마음 편히 참석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의 수익 창출은 상당수 장례식장’, ‘주차장’, ‘원내 편의시설’, ‘비급여 항목 진료과등에 의존한다. 필수의료에서의 적자를 그 외의 사업들을 통해 메우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병원 중환자 외과 이재명 교수는 전공의 때는 거의 매일 병원에서 살았고, 교수가 돼 밤에 퇴근해도 환자가 안 좋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잠도 못잔다비정상적인 수가 체계로 인해 노동 강도에 대한 보상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증외상 환자를 주로 보는 권역외상센터의 사정도 좋지 않다. 외상 외과 특성상, 병원에 의사들이 24시간 상주해야 하기에 기본적으로 5명 이상의 교대 근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수술과 진료를 해도 수익이 나지 않아 그 정도의 의사를 고용할 돈이 없다. 일하겠다는 의사는 있는데 병원이 그들을 고용할 돈이 없는 것이다.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김남렬 회장은 나라에서 민간에 외상센터를 지어 준 이후, 알아서 운영하라는 식으로 운영을 내몰고 있다매년 20~30억이 나오지만, 실제 병원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외상센터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에 정부의 운영비 보조가 병원 운영에 있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이러한 의료계 기피 과들의 상황을 알고 있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방관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남렬 회장은 국가 입장에서 같은 돈이면 외상보다는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외상 외과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의료의 다른 분야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지지와 표를 얻기에 좋다고 말했다.

 

  의료계, 정부의 계속되는 대립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3일 전공의협의회, 24일 의사협회와 두 차례에 걸쳐 대화를 진행했다. 정부는 현재의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진 이후로 정책 추진을 유보 및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의협은 정책의 철회와 원점 논의를 계속해서 요구하는 중이다.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중인데도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의사들에 대해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전공의협의회 주도로 무기한 집단휴진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의료계의 파업에 강력히 대응하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는 상황에서, 의료인의 공백은 빈자리가 크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정부의 유보적 입장에도 정책의 전면 철회 없인 집단행동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정부가 정책을 유보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걸로 보여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용하 기자 dragon@

사진양태은 기자 auror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