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추진, 제대로 된 방향인가
정부의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추진, 제대로 된 방향인가
  • 남민서 기자
  • 승인 2020.08.29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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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정책국장 인터뷰

  723,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을 포함한 ‘4대 의료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논쟁이 뜨겁다. 인력 충원과 공공의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며 학계에서도 여러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정책의 기로를 예측할 수없는 가운데, 보건복지정책에 오랜 기간 관심을 기울여온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정책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 인터뷰

  의료 공급자 분산하는 정책은 한계 있어

이규식 원장은 의료 수요자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번 보건의료정책, 어떻게 바라보나

  “대구가 중심이 된 코로나 1차 대유행 당시, 지역의사로는 수가 부족해 전국 각지 의사들의 지원을 받았다. 정부는 이 기회를 통해 의사 부족 문제를 부각하고, 의과대학 정원 400명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증원되는 정원 중 300명은 지방의사로 일정 기간 복무하게 된다.

  지방의사로 입학하는 학생들과 공공의대 졸업자를 의무 복무시킨 후, 일반의대 졸업자와 동일하게 일반개업을 허용해 지역 간 의사 수 격차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왜 의사가 부족해졌는지 제대로 된 진단 없이, 그리고 공공의료의 정의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을 발표했다.”

 

  - 그렇다면 공공의료의 정의는 무엇인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2조 제1호는 공공보건의료를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와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ㆍ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전 국민의 의료 이용을 보장하는 것은 건강보험의료가 유일하다. 따라서 건강보험의료가 공공의료가 되고,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의료를 공급하는 민간병원도 공공의료생산자가 된다. 한국에는 사실상 민영의료가 없는 것이다.”

 

  - 현재 공공의료가 별도 논의되는 이유는

  “전국민을 의료보장하는 국가에서 공공의료를 별도로 정의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2000년 당시 외국의 사정에 어두워 공공의료를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의료로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해주는 수가로 생산하고 건강보험에서 심사하기 때문에, 민간인지 공공인지 의료 제공 주체를 따질 게 아닌 누가 효율적으로 의료를 생산하는지를 봐야 한다. 독일과 네덜란드 같은 유럽 국가는 민간병원의료도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면 전부 공공의료로 간주하고, 정부 지원도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간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한국도 2012년에 법률을 개정해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아닌 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의료로 공공의료를 재정의했다. 고대안암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제공하는 의료 모두 정부가 정한 수가를 받고 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를 지불한다. 고대안암병원이 학교법인 소유이기에 공공의료 생산자가 아닌 것이 아니란 얘기다.

  모든 의과대학이 공공의료를 생산하는 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정책에서 볼 수 있듯 정부는 관습적으로 개정 전 정의를 혼용해 공공의대 정책을 발표했다.”

 

  - 의료의 도시 편중은 명백하다. 이번 정책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가

  “1989년 전 국민 의료보장을 실시하며 의료의 지역 간 편재를 막기 위해 정부는 기초자치단위(//)인 중진료권과 광역자치단위(/)인 대진료권을 설정하고 의료의 지역화를 기획했다. 1차로 환자의 거주지가 속한 중진료권 안에서 진료받고, 필요에 따라 대진료권에 있는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도록 했다. 여기서도 완치가 어려우면 서울이나 다른 대진료권의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이용자를 분산해 의료의 지역화가 이루어져 의료자원이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어나자 1995년 대진료권을 철폐하고 1989년에는 중진료권도 철폐했다. 거주지 근처 의료기관에서 진료의뢰서를 받기만 하면 바로 서울의 3차 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2004KTX 개통과 함께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더욱 몰려들며 의료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됐다.

  따라서 환자들이 수도권에 몰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공급자인 의사를 지방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의료편중 해결할 수 없다. 과거 정부는 지방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그 지역에서 활동하라는 의미에서 각 도 단위로 의과대학을 인가했지만, 환자가 없는 지역에서 개업할 의사는 없어 실패한 정책이 됐다.”

 

  - 의료정책은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가

  “법률에 기반해 정책을 투명하게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보건의료기본법15조에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돼있다. 규정대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병상계획, 인력계획을 착실히 준비했다면 의료파업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기초해 공공의료를 운영했다면 공공의대 설립과 같이 말도 안 되는 정책은 수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각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무리 없는 정책이 마련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정책국장 인터뷰

  국민 편의 고려해 공공의료 책임 질 지역의사 양성해야

남은경 정책국장은 국민이 중심된 의료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의 이번 정책이 등장한 배경은

  “의사 수가 부족하고 특히 취약지역 인력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전국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를 매년 4000명 정도 모집한다. 선발하는 의대 정원이 3000명이기 때문에 늘 부족할 수밖에 없는 거다. 인기과는 몰리고 비인기과는 계속 양성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정책은 지역의사제도 도입으로 지역학생들을 선발해 교육하고, 그 지역에 남아 일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 향후 10년간 지역의사 3000명과 일반의사 1000명을 뽑아 의사를 늘리는 게 정부의 목표다.

 

  - 정부의 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 세금으로 양성한 지역의사는 어떤 의사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안에는 공공의사라는 개념이 빠져있다. 정책대로 별도 선발된 학생들은 면허 취득 후 지역에서 10년만 복무하면 되는데 그중 4년은 일반의대와 같은 전공의 수련과정이다. 사실상 6년만 지역에 남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지역에서 복무해야 하는 의사가 아니라, 지역에서도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여야 한다고 본다.

  의무복무 6년 후 지역에서 헌신하는 공공의사라는 교육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체계적 교육시스템과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다양한 행정적인 여건까지 필요하다.

  결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역 의료의 보완점은 무엇인지,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계획을 수립하고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 수가 조정도 방안으로 제시되는데

  “수가 조정이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 수가를 더 높여도 누가 어떻게 지역에 갈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담보할 수 없다.

  대학병원은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이미 일반병원보다 훨씬 높은 수가를 받고 있다. 응급의학과, 필수의료과 등 정부가 정책적으로 키워야 하는 과에 대해서는 별도 가산급 부여 등 여러 제도가 존재한다. 그런데 병원은 비급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과에만 의사를 많이 배치하고 그런 환자만 돌보기 원한다. 정부는 이미 기피 과를 육성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감독하지는 않는 것이다. 수가를 보정하는 기존의 방식은 계속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부가 다른 방법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 우리나라 인구 대비 활동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이 OECD 평균보다 빨라 8년 후에는 활동의사 수가 평균을 넘어선다는 견해도 있다

  “그 근거는 설득력이 없다.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양의학이 발달해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에 인력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70년대에야 의대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당시 10년 내외로 1000명이 증원됐다. 이때 증가했던 의사들이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어느 시기에 이르면 그들이 동시에 빠져나갈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이 예측구간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다.

  현재 전국 의대 정원이 약 3000명인데, 사망과 의사활동 불가 등 자연감소율은 5~10%. 300명 정도가 자연적으로 감소하고 3000명이 늘어나는 사이클이었는데, 자연감소율 외에 1000여 명이 빠지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변동률만 보고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현재의 증원이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나

  “그래서 정부가 5년 후에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향이 잘못됐다 싶으면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10년까지도 보는 이유는 그때도 의사가 부족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사 수를 단계적으로 늘리면 안 된다. 많은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 현재 의사가 7~8000명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의사들을 어떻게든 빠르게 양성해낸 다음에 인력조절을 해야 한다. 지금 증원하는 인력들은 향후 3~40년 정도까지 부족한 의료인력을 메울 것이다. 10년 후 예상치 못한 지점이 있으면 그때 조정하면 된다.”

 

  - 의료정책은 어떻게 수립돼야 하는가

  “국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의사들의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국민에게 의료 서비스와 편의를 쉽게 제공할 수 있는 방식과 정책에 대한 고민이 우선해야 한다.

  국민도 냉철하게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 자신이 내는 보험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챙기지 않으면 어느샌가 그것이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로만 가고,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을 것이다.”

 

 

글│남민서 기자 faith@

사진│양태은 기자 aurore@

사진제공│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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