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도 도시는 삶의 터전, 다양한 식생 환경 조성 필요
동물에게도 도시는 삶의 터전, 다양한 식생 환경 조성 필요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09.06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도시생태연구소 박병권 소장 인터뷰

환경 변화 적어 생존에 안정적

먹이사슬 단순화되는 경향 발생

생태계 전체의 균형 고려해야

 

  도시는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다. 짹짹거리는 새소리에 잠을 깨고 등굣길엔 길에 사는 고양이들이 반겨준다. 깜깜한 밤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주위만 둘러봐도 강아지, 고양이부터 전깃줄 위의 참새와 비둘기,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곤충들까지 여러 생명체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바로 도시다.

  이렇게 도시에 사는 동물을 두고 인간의 이해관계는 충돌한다. 생활에 해를 끼치면 유해동물로 지정하고, 피해를 입으면 민원도 넣는다. 먹이를 주는 행위를 두고 갈등도 빈번하다. 동물과 인간, 복잡한 도시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의 박병권 소장에게 도시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물었다.

 

- 도시동물의 생태계는 어떻게 형성되나

  “야생동물이 도시에서 발견될 때, 도시로 동물이 모였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의 영역으로 활동무대를 넓힌 것이라 보는 게 적합하다. 동물은 서식지를 한번 정하면 그곳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숲 하나에는 오랜 기간을 거쳐 그 곳에 서식해온 동물들의 영역이 다양하게 걸쳐져 있다. 이때 인간이 숲을 개발해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도 생물들은 재빨리 다른 거처를 찾지 못한다. 인간과의 동거가 시작되는 것이다.”

 

  도심 속 아파트, 가로등, 전봇대. 인간생활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들은 도시에 살게 된 동물들이 적응해야 할 대상이 됐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도시동물들은 문명의 이기도 자연의 일부라 생각하고 적응하며 살아왔다.

 

- 도시는 동물에게 서식지로서 적합한가

  “도시는 자연보다 환경 변화가 적고 안정적이다. 튼튼한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고 음식물도 훨씬 많다. 자동차 소음, 네온사인 등만 견딜 수 있다면 동물도 충분히 도심에서 살 수 있다

  도시 속 인공구조물이 동물에게 위협적일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는 선입견이다. 동물은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적응해나갈 또 다른 환경일 뿐이다. 각 동물들의 생존방식을 따졌을 때, 자연보다 도시환경에서 생존 가능성이 높다면 도시도 동물에겐 훌륭한 쉼터다.”

 

  도시동물의 생존 가능성은 도시의 환경이 동물의 생존에 필요한 물리화학적 요소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도시의 네온사인, 소음, 진동에 민감하면 살 수 없다. 땅에 사는 동물이 땅을 못 파거나, 공중 동물이 둥지를 틀 수 없다면 생존이 어렵다.

  도시환경에서 강력한 생존 경쟁력을 가지는 동물이 있다면, 단연 집비둘기다. 도처에 널린 따뜻한 공간과 풍족한 먹을거리는 집비둘기가 왕성한 번식활동을 하도록 만든다. 또한, 도시에는 비둘기 천적에 해당되는 조류나 포유동물이 많지 않다. 도시에 비둘기 수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 도시환경이 생태계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없나

  “핵심적인 문제라고 한다면 먹이사슬이단순해지는 것이다. 풀과 나무가 먹이사슬의 시작점인데 도시는 풀보다 나무가 훨씬 많다. 따라서 풀을 먹고 사는 곤충, 그 곤충을 먹는 양서류나 파충류의 개체 수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도심의 식생은 플라타너스 같이 특정 종 위주로 이뤄져 있다. 이 경우, 해당 식물 종을 섭취하는 동물만 급증하는 문제가 생긴다.

  육상동물보다 조류의 개체 수가 많은 도시의 특성도 먹이사슬을 단순화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먼 거리에 있는 음식도 빨리 낚아챌 수 있는 조류들은 도로, 구조물 때문에 이동에 제약이 있는 육상동물보다 개체 수가 많다. 특정 식물 종만 먹는, 조류 중심의 먹이사슬로 도시 생태계가 점차 변화한다고 볼 수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행태도 도시동물의 생태를 좌우한다. 길고양이가 대표적인 예다. 집고양이가 버려져 길고양이로 살게 되거나,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주는 과정에서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한 번 건넨 먹이지만 고양이들은이를 기억하고 계속 찾아온다. 그렇게 먹이를 주다보면 야생성도 잃고, 번식만 활발해진다. 길고양이의 개체 수는 늘어나지만 도심 속에 그들의 천적은 없다. 길고양이의 생태계가 계속해서 비대해진 원인이다.

 

- 인간의 행동도 제약이 필요할 것 같다. 도시동물 관련 정책은 잘 정비돼 있나

  “점차 나아지고 있는 추세이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도시동물의 순기능을 고려하기 전에, 정부 기준에만 맞춰 정책화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집비둘기는 유해동물이지만 그들이 음식물을 먹어치우는 것은 하수처리비용을 절약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유해동물로 단정하기 전에 전문가의 시선에서 집비둘기의 효용을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 했다. 비둘기가 주는 피해에 앞서 인간의 책임은 없는지 고민도 필요하다.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면 철저히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가령,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집비둘기에게 먹이 주는 것을 금지시켰다면 벌금을 물리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없이 법만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공공정책에 인간중심적인 시각이 깔려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에선 특정지역의 생태, 지리,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을 깃대종으로 두고 보호한다. 하지만, 향후 도시생태계에 존재하길 바라는 동식물에 대한 기대는 적다. ‘깃대종은 있어도 기대종은 없는 것이다.

  박 소장은 만약 서울에 파랑새가 와서 살기를 바란다면 파랑새가 어떤 생물이고, 어떤 조건에서 서식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에 맞게 환경 조성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현재는 그런 이해 없이 남아있는 까치만 깃대종으로 보존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동물과의 공존을 논한다면, 현재에 머무르는 게 아닌 생태계의 보존과 회복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 동물과의 공존 측면에서 도시 생태계를정비한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여러 동물이 살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도심 동물의 생태계를 위해선 먹이사슬이 복잡해져야 한다. 그 시작은 다양한 종류의 식물 종을 여러 군데에 심는 것이다. 인도 주변 보도블록의 한 칸만이라도 맨땅으로 남기거나 플라타너스 외의 가로수를 심는 것부터 이뤄져야 한다.

  또한, 우리 주변의 생물들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의 관점만이 아닌,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기와 싸워 이길 수 없다면 모기의 생존전략을 배우려는 시도도 해야 한다.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다수의 연구자들이 모기 연구를 진행하지만 그 누구도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모기의 생존전략이 더욱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 사람이 모기의 생존전략을 배울 수도 있다.

  일종의 칭찬 생물학이다. 이를 놓치면 도심 속 생명체들과의 관계는 전쟁으로밖에 흘러갈 수 없다. 인간의 관점만이 아닌 생태계 전체의 관점에서 각각의 동물이 가진 장점과 생존력에 대한 고려가 진행돼야 한다.”

 

글 ㅣ 이현주 기자 juicy@

사진제공 ㅣ 박병권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