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인권 감수성 향상의 계기, ‘포괄적 차별금지법’
사회의 인권 감수성 향상의 계기, ‘포괄적 차별금지법’
  • 조영윤 기자
  • 승인 2020.11.22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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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와의 티타임 (44) 서창록(국제대학원) 교수 인터뷰

정부가 제정 논의 앞장 서야

국민도 필요성 납득할 것

 

  629, ‘포괄적 차별금지법안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2007년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처음 제안된 이후, 국회 임기만료로 인한 폐기, 법안 철회 등의 이유로 7차례 입법이 무산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10명의 발의가 여덟 번째 입법 논의이다. 발의는 됐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제정을 둘러싼 각계각층의 대립은 여전히 팽팽하다.

  국내에선 첨예한 논쟁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세계인권의 관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보편적인 사회규범이라고 서창록(국제대학원) 교수는 말했다. 서창록 교수는 지난 917일 한국인 최초로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 위원으로 선출된 인권 정책 권위자다. 서창록 교수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세계적 함의와 발전 방향을 물었다.

 

  - 보편인권의 시각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인권은 매우 보편적인 사회규범입니다.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유엔헌장, 세계인권선언, 국제인권법에서도 차별금지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 당연한 말을 굳이 왜 법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법제화되는 것은 확연히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차별금지에 관한 인식은 존재하나, 아직 차별금지를 포괄하는 실질적 법안이 없죠. , 차별금지를 포괄하는 법이 없으니 차별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마땅한 근거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 OECD 국가에 비해 한국의 인권감수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이슈를 통해 한국의 인권 감수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QR코드나 명부작성을 통한 개인정보 공유를 매우 심각한 인권 침해로 여기는 분위기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죠. 물론, 코로나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 침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한 대응 수단이 현재 한국에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대부분의 OECD 국가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역할을 하는 법안이 이미 존재합니다. 한국에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충분히 차별을 막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여성이나 장애인 관련 개별법도 존재하므로 따로 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권고의 역할만 할 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으며, 아직 개별법이 없는 분야가 많습니다. 국적, 인종, 학위, 용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이 발생할 때마다 개별법을 따로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

(장혜영 의원 대표 발의 차별금지법안)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학문, 종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다. 법안은 동성애, 이단 등에 대한 학문적, 종교적, 양심적 표현을 혐오 표현 내지 괴롭힘으로 간주하여 차별행위로 규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동성애나 이단을 반대하는 내용의 교육자료, 홍보물 등을 제작하는 것이 불리한 대우를 표시·조장하는 광고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도 있다.”

(814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차별금지법 반대 성명문 )

 

서구 사회로부터 밀려오는 동성애 합법화의 물결을 막는 방패가 돼야 할 것이며 세상과 타협하며 본질을 잃어가며 몰락의 길을 갔던 일부 서구 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112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의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 )

 

 

  - 법안을 두고 사회적 합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대가 매우 심한 편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내용 중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 부분이 교리와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죠. 성경에서 동성애는 죄악으로 여겨지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독일의 성경 내용도 한국과 동일하지만, 성 소수자에 대한 보호는 한국에 비해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죠. , 성경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처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 내용과 관련해, 한국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부분은 동성애의 선천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성 소수자가 선천적인 것이 아닌, 후천적인 타락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과학적인 연구 결과도 있듯 동성애는 오른손잡이, 왼손잡이처럼 선천적으로 좌우될 가능성이 크죠. 따라서 성경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 소수자들을 후천적 타락의 존재가 아닌 존중 받아야 하는 주체로 바라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30년 전만 해도 왼손잡이들은 반드시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교육받았으며, 왼손을 사용하는 것을 매우 불길한 것으로 여겼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또한 인권 침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현재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에 대한 차별은 거의 없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한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관한 합의도 언젠가 가능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서창록 교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인권의식에 대한 예시로 미국의 노예제도를 들었다. 과거엔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차별이 된다. “노예제도는 미국 사회에서 아주 오랜 기간 유지됐죠. 지금은 사라졌지만, 노예제도가 있을 당시에도 그 제도를 없애고자 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노예제도 폐지를 위한 인권운동이 오랜 기간 지속했고, 점차 노예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덩달아 변화하며 제도는 결국 폐지됐습니다. 현대에 들어선 인권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고요. 물론 입장에 따라 달랐겠죠. 누군가에게 노예는 아주 유용한 사유재산이었을 겁니다. 그만큼 양측의 대립이 팽팽해 쉽게 폐지될 수 없었던 제도지만,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결국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현재 성 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같은 사람임에도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널리 자리 잡기까지 논의를 진행하고, 기다려야 할 겁니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면

  “지금도 그렇듯 법 제정으로 인한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이 가장 우려됩니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도 일정 비율의 유색인종을 선발해야 하는 기준에 대해, 능력이 아닌 인종을 우선 선발 기준으로 두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논쟁이 있었죠. 이처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로 여겨졌던 집단에 대한 우대를 역차별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반드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인한 것이라고만은 하기 어렵죠. 우리 사회의 차별을 줄여나가고, 사람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여러 갈등 역시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차별금지법안발의 다음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을 발표해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본격적인 제정에 앞서,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오가야 할까요

  “보통, 법안이 제정되는 경로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여 만들어지는 법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정부가 먼저 법을 만들고 점차 국민이 그 법을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후자의 상황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아직 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도 꼭 필요한 법안이라면 정부가 먼저 나서서 실행해야 할 때도 있어야 합니다. 물론, 반대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때로는 국가가 먼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프랑스의 사형제도 폐지도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시 프랑스에서도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정부는 오랜 시간에 걸쳐 폐지를 추진했고 결국 사형제도는 프랑스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죠. 오히려 사형제도 폐지 이후, 프랑스 국민들이 인권침해에 대한 관심을 점점 키워나가기 시작했어요.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로 우선 제정한 이후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인권에 대한 관심을 키우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서창록 교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우선이며, 사회적 합의는 장기간 논의를 통해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차별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보다 먼저 포괄적인 차별금지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법제화에 성공한 미국에서도 여전히 차별이 만연해 있다. 차별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해 인권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피해를 받은 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보상을 해 주고 점차 인권 침해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창록 교수가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글| 조영윤 기자 dreamcity@

사진| 이윤 기자 prof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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