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전의 시대 2020, 함께 딛고 일어서며 2021로
응전의 시대 2020, 함께 딛고 일어서며 2021로
  • 강민서, 성수민 기자
  • 승인 2020.11.29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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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부터 총장까지
모두가 낯설고 처음인 도전들
위기를 교육혁신 위한 기회로

  다사다난(多事多難). 한 해를 마무리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등장하는 수식어지만, 그 어떤 해보다 올해에 특히 어울리는 표현이다. 지난겨울 인류에게 찾아온 보이지 않는 위협은 대학사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례 없는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느라 교수와 직원, 학생 모두 애를 먹었고, 캠퍼스 내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해 교내 안전이 위협받았다. 캠퍼스에 발 디딜 기회조차 없었던 새내기부터 졸업식도 없이 학교를 떠나게 된 졸업생들까지, 학생들의 아쉬움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활동에 제약이 걸리자 학내 단체들은 어떻게든 대안을 강구해야 했다. 14년 만에 찾아온 총학생회의 부재까지 겹쳐 학생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수는 가르쳤고 학생은 수업을 들었다. 캠퍼스는 여전히 교육과 성장의 현장이었다. 전과는 다르지만 일상이 이어졌고, 대학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어느덧 2020년도 한 달만을 남겨두고 있다. 조금은 이른 작별을 고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한 해를 살아낸 본교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20’만 코로나학번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시작이자, 누군가에게는 끝이었던 한 해. 안타깝지만 그들의 2020년은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게 됐다. “방 못 뺍니다.” 1년의 끝이 아쉬운 새내기들이 매년 이맘때쯤 외치는 단골멘트지만, 올해 1학년들에겐 유난히 더 절실한 절규다. 새내기 새로배움터, 합동응원, 만우절 중짜, 입실렌티, 고연전. 모든 행사가 그들에겐 작은 화면 속 먼 세상 이야기였다. 김수진(보과대 바이오의공학20) 씨는 새내기 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못해 우울했다면서도 다른 대학생들이 겪어보지 못한 새내기를 우리 학번이 느껴본 거니까 색다른 경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 새내기들에게 2020년의 타지생활은 더욱 고됐다. 페루에서 온 티르사(Thirssa Liseth Cardenas Morveli, 정경대 행정20)방에서 컴퓨터로 세계와 소통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항공편이 끊겨 고향에 들렀다 오지도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중국인 유학생 원리(袁理, 정경대 경제20)“empty comfort zone(비어있는 안전지대)에 들어간 느낌이라 낯설고 힘들었다면서도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 한 해라고 말했다.

  입대를 앞둔 우지훈(보과대 바이오의공학19) 씨는 첫 헌내기인데 행사도 참여하지 못하고 새내기들과 친해지지 못한 채 군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학기를 온라인 강의로 마무리해야 했던 졸업생들의 사연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졸업생 신민정(노어노문학과 16학번) 교우는 학교를 못가니까 졸업하긴 한 건지도 모르겠다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있어 마지막 학년까지 성적이 중요한데, 수업과 시험체계가 바뀌어서 불안했다고 말했다.

사이버 강의는 처음이라

  올해 처음 강의를 맡은 조인영(정경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학생들에게 내용 전달이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은데 온라인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대면 강의만큼 피드백이 활발할 수는 없고, 강의 중에 딴짓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아 자책도 했어요.” 학생들과 대면할 기회조차 없는 전면 온라인 수업은 베테랑 교수에게도 난관이었다. 나흥식(의과대 의학과) 명예교수에게 2020년은 정년퇴임 이후 맞는 첫해였다. 그는 대면으로 교감해야 학생과 교수 사이에 시너지가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데믹 속에서도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존재했다. 노요한(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정년을 앞둔 지도교수와의 추억을 꼽았다. “점심은 꼭 설렁탕을 함께 먹었는데 하나 남은 깍두기를 서로 양보하기도 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느릿한 걸음으로 연구실로 돌아왔습니다. ‘자네도 나 때문에 노인 취급을 당하겠군! 껄껄하셨던 교수님의 호탕한 웃음이 기억에 남습니다. 계산은 항상 선생님 몫이었는데, 은퇴하신 뒤에는 제가 해야겠지요?”

  석영중 중앙도서관장은 과학도서관 1층 리모델링이 마무리된 날이 2020년 중 가장 기뻤다고 전했다. “새로 단장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일상이 무너져 버린 것 같은 와중에 많은 고대가족들과 축하의 시간을 나눴던 하루였다고 석 관장은 말했다

묵묵히 학교를 지킨 사람들

  “남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니 학교가 조용하다고 하지만, 저에게 올 한해 학교는 총성 없는 전쟁터였어요.”e-Learning 지원팀 직원 전미현 씨의 감회다. 학부와 대학원의 수업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돼 업무량이 급증했으나, 온라인 강의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3명밖에 없었다.

  이들은 단기간에 비대면 수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누구보다 고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온라인 강의가 낯선 교원을 위해 1학기 개강을 앞두고는 일주일 동안 하루에 다섯 번씩 워크샵을 열었다. 늦은 퇴근과 주말 출근은 기본, 2주 동안 학교 근처에 숙박하며 집에 가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미현 씨는 2020년을 정의하는 단어로 고진감래를 꼽으며 “1학기에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 웃을 수 없었지만, 2학기에는 비교적 안정을 찾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온라인 수업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학생들의 협조와 교수들의 노력이 있었다. 특히 낯선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적응하는 일은 교수들에게 도전이자 성장의 계기였다.

  Michael A. Mumford(국제어학원) 교수는 작년까지는 줌(Zoom)의 존재도 몰랐는데 지금은 하루에 몇 시간씩 줌을 사용하게 됐다며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로 줌 앱을 다운받았던 날을 선정했다. 엄인경(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 또한 올해를 교육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1이었다고 평가하며 두 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의 형태를 배우고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나흥식 교수는 지난 6월 있었던 퇴임식에서 대학이 앞으로 교육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퇴임사를 남겼다. “교수들은 유능한 연구자이지만 교육에 대한 검증을 받지는 않았다교수가 훌륭한 교육자로도 거듭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해 고민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자치의 명맥을 잇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들도 있다. 52대 총학생회의 출범이 두 차례나 무산돼 총학생회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비상대책위원회다. 올해는 특히 수업 및 시험 방식을 둘러싼 갈등, 등록금 반환 요구, 종합감사 등 총학생회가 중심이 돼 해결해야 할 의제가 많았다. 비대위장들은 단과대 회장직과 겸임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년을 보냈다. 지난 4월까지 비대위장을 맡았던 김민수 의과대 회장은 총학의 부재가 뼈 아픈 1년이었다비대위가 학교와 학생 모두로부터 대표성과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후임을 맡은 조율 전 문과대 회장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다독이고 힘을 낼 수 없어서 무기력이 지속됐다고 회상했다.

성장통겪으며 더 나은 2021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성장통이라는 말처럼 아픔을 겪으며 본교가 성장한 점도 있다. 많은 본교 구성원들은 2020년이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교육 방법을 개발하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조율 전 문과대 회장은 코로나19를 통해 비대면강의 역량이 강화됐다본교가 겪고 있는 공간부족 문제를 사이버 공간 활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석영중 도서관장은 비대면 강의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오히려 강의의 본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더 나은 강의 방식에 관해 연구할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2020년의 경험을 기반으로 2021년의 방향성에 대한 제언들도 들어볼 수 있었다. Mumford 교수는 모든 학생들이 적절한 환경에서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그들이 좋은 환경에서 온라인 교육을 받도록 학교의 기술적, 지식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양의 지혜를 강의하는 김윤섭 교수 역시 인터넷을 통한 각종 학습 시스템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질 2021년을 기대하며 가지각색의 소망도 전해왔다. 엄인경 교수는 본교가 정보에 근거한 장기 예측력을 갖추고 대학의 선제적 대응을 잘 보여줌으로써 한국의 대학교육을 선도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경호 교우회 사무총장은 코로나 극복 기금 캠페인을 통해 선배들이 나름대로 마음을 모았듯, 이제는 그 역할을 학생들이 이어서 해줬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정진택 총장은 아놀드 J.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도전과 응전개념으로 2020년을 정리했다. 정진택 총장은 올해는 예상치 못한 도전과 준비돼있지 않은 응전을 했다고 생각한다앞으로 코로나19라는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비하느냐에 따라 향후 5, 나아가 10년의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21년에 추구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 소통과 협력을 꼽았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고자 하실 경우에는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심지를 괴롭게 하며, 그가 행하는 일마다 혼란스럽게 한다. 이는 하늘이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그 뜻을 꺾고자 함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단련시키고자 하는 까닭이다.” 김윤섭 교수는 <맹자>의 구절을 통해 본교 구성원에게희망을 메시지를 전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민서·성수민 기자 press@

인포그래픽 은지현 기자 silver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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