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다단계 시장은 비정상... 소비자 친화적 법제도 필요”
“현 다단계 시장은 비정상... 소비자 친화적 법제도 필요”
  • 송다영 기자
  • 승인 2021.03.14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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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인터뷰
백대용 겸임교수가 우리나라 다단계 판매 시장의 현주소와 개선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백대용 겸임교수가 우리나라 다단계 판매 시장의 현주소와 개선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다단계는 유통 방식의 일종

정상적 다단계는 전업 불가능

팽이형 수익모델 지향해야

 

  ‘옥장판’, ‘자석요’. ‘전기장판’. 다단계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키워드다. 과거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불법 피라미드 사건 이후 우리나라에선 다단계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다단계 판매는 유통 방법의 일종일 뿐,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백대용(연세대·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다단계 시장에서는 본래 가지고 있는 순기능이 완전히 발현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상적인 다단계 판매 시장을 논하면서도 현재 우리나라 판매 시장은 비정상적이라며 비판했다. 3일 광화문 사무실에서 백대용 교수에게 대한민국 다단계 판매 시장의 현주소와 개선방안을 들어봤다.

 

- 정상적인 다단계 판매 업체의 역할과 조건은 무엇인가

  “상품의 중간유통 과정을 없애 고품질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자는 게 다단계 판매 방식의 본래 취지다. 복잡한 유통과정과 마케팅 작업 대신, 직접 제품을 써본 소비자가 주변인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기업은 수익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곧 판매원이 되는 시스템이다. 이상적인 다단계 판매 업체에서 중간 판매원은 금액은 적더라도 고정 수입이 있다. 이런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고품질’, ‘저가’ 그리고 ‘꾸준한 수요’다.

  중간유통을 생략하면 소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상적인 다단계 판매업체가 고품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일상생활에서 꾸준하게 소비되는 품목이어야 하는데, 생활용품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런 좋은 상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할 소비자가 필요하다. 판매원은 이런 소비자를 찾아 기업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 국내 다단계 시장의 현주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19년도 발표한 합법 다단계판매업체 주요 정보에 따르면, 상위 1% 판매원은 연간 평균 6000만원, 나머지 99% 판매원은 53만원을 가져간다. 이렇게 극단적인 피라미드 형태의 수익 구조는 분명 비정상이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1%는 기업이 설립될 때 사업에 관여한 선발주자다. 일반적인 다단계 회사에서 후발주자인 나머지 99%는 절대로 1%의 자리에 올라설 수 없다. 대부분의 업체 상품이 다단계 판매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의 질에 비해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게다가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취급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는 떨어지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꾸준히 구매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품을 팔면 합법적인 다단계 판매 업체 내에서도 사재기 강요가 일어날 수 있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제품을 파는 회사는 꾸준한 소비를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회사는 수익창출 방법으로 판매원을 이용한다. 교육 중 은근히 판매원에게 사재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상 플랜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도달하는 실적 판매량에 따라 보상금액이 달라지는데, 구성방법에 의해 사행성이 극단적으로 높은 플랜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실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목표 실적을 제시하고, 충족할 시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이다. 사재기를 강요하는 교육 시스템과 사행성이 높은 보상 플랜이 결합돼 판매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빚을 내서 제품을 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와 달리 정상적인 다단계 판매 업체들의 수익 모형은 팽이형이다. 높진 않지만, 일정한 수입이 발생하는 중간 판매원이 절대적으로 많다. 상품 자체가 저가여서 판매원이 받는 수입은 적을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필수품이기에 꾸준한 수요가 존재한다.

  정상적인 다단계는 절대 전업이 될 수 없다. 판매원의 수입은 개인의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작은 보너스 개념이다. 하루종일 다단계 판매에만 매진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한 달에 3개 사던 생필품을 갑자기 30개를 사지는 않는 게 당연하다.”

 

-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피해보상 제도는 구축돼있나

  “강매나 사재기 유도는 방문판매법에 저촉되는 불법 행위다. 업체와 판매원의 계약 체결을 강요하거나 거짓을 알리는 행위, 기만적 방법을 이용해서 거래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판매원이 하위 판매원을 데리고 오면 업체가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 소위 말하는 ‘사람 장사’가 될 만한 모든 행위가 불법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적다. 문제가 있는 다단계 회사에 있으면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사이비 종교 단체에 세뇌당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빠져나오더라도 복잡한 소송 과정 때문에 그냥 잊고 살고 싶다고 말하는 피해자가 대부분이다.”

 

- 소비자 보호를 위한 효율적인 규제 방안을 찾는다면

  “정부 주도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 처벌을 강화하고, 관할 조직을 만들어 감시 인력을 충원하는 데 그치면 안 된다. 공무원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에 불과할 수 있다. 공무원 수를 늘린다고 모든 다단계 회사를 감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 규제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소비자에게 권력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전면 도입이 필요하다.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도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소비자에게 친화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소송 과정에 참여하는 것부터가 힘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렵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승소하더라도 겨우 본전 찾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패소하더라도 소송한 소비자에게만 보상하면 되니 큰 타격이 없다. 집단소송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모든 피해자에게 보상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기업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 기업의 ‘배 째라’는 식의 태도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시장에서 직접 기업을 감시, 감독할 수 있게 되면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 다단계 판매 시장의 순기능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구조를 만들어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는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제공한다. 초기자본은 없지만, 부업을 갖고자 하는 주부나 학생에게 꾸준한 수입을 얻을 기회를 준다. 기본적으로 본업에 충실하면서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상품을 자연스럽게 추천하다 보면 소액이라도 고정 수입이 생길 수 있다. 핵심은 욕심부리지 않는 것이다. 결국 다단계 판매도 본래의 취지에 따라 기업의 유통 방식으로 잘 활용되면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글 | 송다영 기자 foreveryoung@

사진 | 이윤 디지털콘텐츠부장 profit@

일러스트 | 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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