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병원 '젠더 팀', 환자 중심 맞춤 진료 제공한다
안암병원 '젠더 팀', 환자 중심 맞춤 진료 제공한다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1.03.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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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병원 젠더클리닉 담당의 2인 인터뷰

상담에서 수술까지 '통합 관리' 젠더클리닉

 

국내 대학병원 최초 젠더건강센터

다학제적 접근으로 환자 관리

 

  올해 1월부터 본교 안암병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호르몬 치료, 수술 등 성별 트랜지션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젠더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내분비내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정신건강 의학과의 의사 6명이 모여 ‘젠더 팀’을 결성했다. 이들은 트랜스젠더가 성별 불쾌감을 해결하고,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부합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토털 케어’를 구축했다.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안암병원 젠더건강센터는 트랜스젠더의 안정적인 삶의 변화를 위해 다방면의 치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 젠더클리닉 설립 배경은

황나현 교수 | 학부생 시절, 패션 잡지사 에디터인 친구 덕에 트랜스젠더를 주제로 한 화보 촬영 현장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트랜스젠더들과 대화를 나눴다. 의학적 측면에서 그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성형외과에서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진료과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결심이 젠더클리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드물었다. 많은 환자가 태국까지 가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부작용이 나타나도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태국으로 가서 치료받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우리나라의 성형의학 수준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데, 굳이 환자들이 해외에서 수술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병원에서 클리닉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러 학회에 참여해가며 공부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병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

  벨기에에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의가 모여 팀을 이룬 ‘젠더 팀’ 형식으로 젠더클리닉을 진행한다. 팀 체제 운영을 통해 진료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미 성별 트랜지션 진료 경험이 있는 교수님들 위주로 ‘젠더 팀’ 의료진을 섭외했다. 다들 흔쾌히 함께하겠다고 했다. 많은 분의 도움 덕에 올해 1월 젠더건강센터와 젠더클리닉을 개설할 수 있었다.

 

- 어떤 클리닉을 제공하나

황나현 교수 | 안암병원 젠더클리닉은 ‘맞춤 진료’를 진행한다. 성전환을 원하는 환자는 먼저 정신과 진료를 받고, 호르몬 치료를 하며 성별 정체성에 따라 살아보는 시간을 가진 뒤, 최종적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은 성형외과에서 맡는데, 사람마다 필요한 수술 내용이 다르다. 예를 들어 목젖 수술이나 가슴 수술의 경우, 환자의 의사와 필요에 따라 수술 여부가 달라진다. 그래서 각자에게 맞춤형 진료를 제공한다.

한규만 교수 | 한 개인이 경험하고 표현하는 성별과 생물학적으로 부여받은 성별이 일치하지 않아 성별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은 심리적, 사회적으로 고통받는다. 우울증과 불안증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에는 자살 충동을 느낀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이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한다.

  WPATH(World Professional Association for Transgender Health)에서 제공하는 표준 지침은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 최소 1년간 자신의 성별 정체성대로 살면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호르몬 치료도 받도록 권고한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이 기간에 상담을 통해 환자의 심리적 고통에 대한 면담 치료를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우울증 치료와 같은 약물치료도 병행하며, 수술 전까지 환자의 정신 건강 관리를 맡는다.

 

- 안암병원 젠더클리닉만의 장점은

황나현 교수 | 안전한 환경에서 개개인에 맞는 진료와 치료, 수술을 제공한다. 학계의 최신 의학 지식을 기반으로 환자와 상담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WPATH와 같은 해외 학회도 참여하고 있고, ‘젠더 팀’과 성별 트랜지션 사례를 두고 연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한규만 교수 | 환자의 모든 면을 케어할 수 있는 다학제적 접근, 즉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성별 불쾌감은 진료과 하나에서 전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산부인과나 내분비내과에서 호르몬 치료도 하고, 심리적 고통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관리한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환자에게 수술 후의 신체 변화에 대한 사전 교육도 제공한다. 안암병원 젠더클리닉은 각 진료과 전문의들을 모아 팀을 꾸렸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 앞으로 어떤 클리닉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나

황나현 교수 | 국내 대학병원에서 정식으로 젠더건강센터, 젠더클리닉을 연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아직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바가 없어 그만큼 어깨가 무겁고, 어려운 첫 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트랜스젠더가 겪는 어려움 중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트랜스젠더를 적 대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개선돼야 한다. 대학병원이 젠더클리닉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트랜스젠더의 목소리가 커지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규만 교수 | 성별 불쾌감을 겪는 분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이런 분들이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젠더클리닉이 환자 중심의 진료로 성별 불쾌감을 겪는 분들의 고통을 덜고 싶다.

 

이성현 기자 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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