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 시대 슬픈 현상이자 취준생의 조력자
구직난 시대 슬픈 현상이자 취준생의 조력자
  • 장예림 기자
  • 승인 2021.09.05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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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사교육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노량진 학원가 빌딩에는 취업 사교육 업체들이 빽빽하게 입주해 있다.

 

10명 중 7명, “취업 사교육 필요”

채용시장서 경쟁력 확보 목적

취업 사교육, 마땅한 대체재 없어

  “백 퍼센트 취업 보장합니다.”, “나만 없는 직무경험, 걱정된다면?” 취업에 목마른 대 학생들을 자극하는 문구들이다. ‘남들은 다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취업 준비생들은 사교육을 찾는다. 취업 사교육을 바라보는 취업 준비생, 교육전문가, 대학관계자, 사교육 업체 대표의 시선을 담아봤다.

 

확대되는 취업 사교육 시장

  먼저 취업 사교육의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각 대학 경력개발처에서 대학생의 취업·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취업 사교육에 해당하지 않는다. 취업 사교육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자격증/시험 대비 강의 외에도 어학연수, 직업교육훈련, 구직스킬(자기소개서/면접) 등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이영민(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취업 사교육 시장은 입시 사교육과 함께 오늘날 사교육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사교육이 성행하는 원인은 명확하다. 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기준 청년 실업자는 30만 8000명에 달한다. 청년 실업 문제가 극심해지면서 구직자 10명 중 7명은 구직 보조수단으로서 취업 사교육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사람인에서 진행한 ‘취업 사교육에 대한 생각’ 조사에 따르면 신입 구직자 994명 중 66.3%가 취업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직자들은 취업 사교육을 통해 취업 정보탐색이나 자기계발 등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자 한다. 배호중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다 보니 구직자들이 취업 사교육에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 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안에 더해 수시채용과 블라인드 면접평가 도입 등 기업별로 채용방식이 다변화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은 더 늘었다. SK그룹이 공채 축소를 발표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 10곳 가운데 절반(현대·기아차/한화/KT/LG/SK)이 대졸신입 공채제도 폐지를 예고한 상황이다. 종로에 소재한 유명 취업컨설팅 업체의 관계자는 “이전에도 상·하반기 공채 시즌엔 수강생이 많았지만 SK의 발표 이후 컨설팅 상담문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취업 준비생들은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취업 컨설팅 업체에서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노리는 광고를 쓰기도 한다.

 

“학생 역량 중요하다지만 컨설팅은 필수”

  취업 준비생들을 괴롭게 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다. 사교육 업체마다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소득이 없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웃도는 사교육비는 부담스럽다. 결국 비용 부담으로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게 한다. 고액의 취업 컨설팅을 받은 박모 씨는 “부모님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양 질의 사교육을 경험하고 준비했으니 구직과정에서 다른 취업 준비생들과 차별화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과외나 아르바이트로 사교육비를 마련하는 취업준비생도 있다. 숙명여대 졸업생인 이모 씨는 학부생 시절 과외로 돈을 모았다.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저축한 돈은 이미 바닥 난 상태다. 서류 전형까지는 어렵지 않게 합격했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저렴한 학원 탓인가 싶어 그사이 면접학원도 두 번이나 옮겼다. 이 씨는 “취업 전부터 마이너스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며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비싼 사교육비에도 취업 사교육을 찾게 되는 사연은 심리적 압박 때문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취업 준비생 9명 전부가 취업 사교육을 이용하는 이유로 불안감을 꼽았다. 취 업 사교육 업체는 광고나 상담을 통해 취업준비생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취업 사교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취업시장에서 경쟁력 없는 지원자로 비칠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컨설팅 필수’ 등 불안감을 조장하는 표현으로 광고를 제작해 배포한 컨설팅 업체가 한국소비자원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기자가 2학년임을 밝히고 한 취업 사교육업체에 상담을 문의하니 “3학년 때 학원에 오면 늦는다”며 “2학년 말에 자기소개서 준비를 마치고 3,4학년 때는 자격증 시험에 매진해야 취업 가능성이 높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학원을 등록하면 취업이 보장되냐는 질문엔 “도움은 되겠지만 모든 건 학생역량에  달렸다”며 대답을 흐렸다.

 

“채용시장 변화 따른 당연한 흐름”

  전문가들과 취업 준비생들은 “취업 사교육은 거부할 수 없는 선택지”라고 입을 모은 다. 입시 사교육에는 ‘공교육 내실화’라는 대안이라도 있지만 취업 사교육의 상황은 다 르다. 사교육의 대안으로 대학교육을 제시하면 “대학이 취업양성소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물론 대학의 경력개발센터가 취업 사교육의 서비스를 일부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실제로 본교의 경력개발센터는 진로상담 및 소그룹 교육. 취업교육, 학생-교우 네트워크, 학생-기업 네트워크, 현장실습학기제 등 5가지 유형의 취업·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조신윤 본교 학생처 경력개발센터 주임은 “현직 교우와 함께하는 실무 과제형 취업스터디는 직무부트캠프처럼 현직 교우가 지도하는 실무과제 중심의 교육”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종류와 개수 면에서 사교육 업체에 준하는 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영민 교수는 “대학 경력개발센터는 모든 학생들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보편성에 초점을 맞춘다”며 “개별 학생들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기엔 인력과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경력개발센터의 프로그램 대신 컨설팅 업체를 찾은 김모 씨는“ 대학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은 상시로 운영되는 게 아니어서 원하는 시기에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시채용의 바람이 부는 취업시장은 취업 준비생들의 직무역량을 강조한다. 이젠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반도체 공정실습에 참여한 정모 씨는 “관심 직무관련 사교육에 참여하는 것만큼 직무 역량을 계발하는 데 보편적이면서 확실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과거 기업인사는 일단 신입사원을 뽑아놓고 회사에서 키워서 직무에 배치하는 형식이었다. 지원단계에서도 인문계열과 이공계열로만 구분했다. 이재성 코멘토 대표는 “획일화된 인재상을 기준으로 삼는 대규모 공채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며 “현 취업시장은 수시채용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직무전문가를 선발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하는 이유다.

  신입구직자들이 취업 전 경력을 쌓을 방법은 인턴이 유일한데 인턴의 기회마저 제한적이다. 이재성 대표는 “도리어 민간업체의 서비스에서 직무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그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취업 사교육이 공교육이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과 직무까지 아우르는 상황이다. 이영민 교수는 “과도한 비용문제를 제외하고는 이제 취업 사교육을 문제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면서 “변화하는 채용시장에 맞춰 취업 사교육 업체가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취업 사교육은 시대적 조류로 자리 잡았고, 취업 준비생들은 그 조류에 속절없이 불안한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취업 준비생이 취업난 속 불안을 달래줄 취업 사교육에 손을 내민다.

 

 

 

글│ 장예림 기자 yellme@

사진│ 조은진 기자 zephyros@

인포그래픽│ 송원경 기자 bille@

일러스트│ 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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