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메시지 전달의 창

“겁내지 말고 한눈을 팔라”

여전히 열린 도전의 문

 

한태우 대표는 'TAEWOO(태우)'라는 활동명으로 노래하고 있다.

 

  음악과 스타트업, 이제 막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 동시에 도전하기에는 조금 버겁게 느껴지는 두 분야다. 흔히들 생각하는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안전하고 정형화된 하나의 길만 걷는 삶에서 벗어나, 하고픈 일에는 모두 부딪혀 보는 사람이 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핀테크 분야의 스타트업 팀에 속해 있는 한태우(경영대 경영16) ‘HANUL’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애매함’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은 한태우 대표는 ‘보컬플레이2’, ‘싱어게인2’ 두 개의 오디션에 출연하면서도 본교 경영대학의 지원 아래 스타트업 ‘HANUL’ 팀을 이끌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무대 위의 멀어만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여느 대학생처럼 매일 아침 경영본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한태우 대표를 만나 봤다.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기에

  “곡을 쓰는 게 제 삶을 기록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서 평생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음악을 얼마나 많은 사람과 나눌 것인지만 확실치 않았던 거죠.” 한태우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타를 연주하고 곡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설 수 있는 무대에는 모두 올랐다. “민주광장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참여했고 경영대 축제 무대에는 3년 내내 섰어요. 심지어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도 축제 무대에서 노래했어요.”

  입대 이후에도 음악을 멈추지 않았다. 휴게 시간마다 짬을 내서 프로듀싱과 작곡을 이어갔다. 부대 안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직접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계기로 오디션 프로그램 ‘보컬플레이2’ 출연 제의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기회였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 한태우 대표의 본격적인 가수 생활이 그렇게 시작됐다.

  자신만의 사업을 하겠다는 그의 꿈도 오래전부터 확고했다. “단 한 번도 흔들렸던 적이 없어요. 경영학과도 창업하기 위해 진학한걸요.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내용 하나하나가 제 꿈과 직결되어 있어 전공 공부도 즐거웠어요.” 창업이라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대표는 도전을 거듭했다. 결국 네 번의 시도 끝에 2021년, 경영대학 스타트업 연구원 소속의 핀테크 스타트업 팀 ‘HANUL’을 이끌어 나가게 됐다. ‘HANUL’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를 자동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두 분야를 병행하는 생활의 어려운 점에 대해 한 대표는 “없다”고 답했다. “몸이 힘들기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각 분야의 일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잘 느끼며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태우 대표가 이끄는 'HANUL'팀이 제2회 DTB데이터활용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음악도 하나의 스타트업”

  한 대표는 스타트업과 음악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한다. 특히 무명가수로서의 삶이 스타트업 CEO로서 팀원들과 함께 나아가는 길과 닮았다.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음악, 즉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고 사람들에게 선택받고 사랑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자신을 알리기 위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내가 만들어낸 ‘나의 것’을 한다는 점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경영학에서 배운 내용이 음악적인 부분에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산업 분야에서 일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상품을 디자인하고 경쟁우위를 고려해야 한다.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하고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장기간의 계획은 어떻게 세울지 늘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음악을 하는 것과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활동이 또 다른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요.”

 

  애매한 도전의 힘

  한태우 대표는 ‘싱어게인2’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애매함’이라는 단어도 빌렸다. “저는 애매함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저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조금씩 하는 것을 좋아했다. 대상이 무엇이든 배우는 것을 즐기다 보니 언제나 하나만 깊이 있게 하기보다는 전문가가 되기 직전에 멈췄다. 사람들은 애매함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런 의미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분야를 융합시킬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애매한 습성이 있어야 가능한 거거든요. 여러 분야에 도전하되 너무 일찍 멈추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까지 간다면 충분히 장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한 대표는 “한눈을 팔라”고 당부했다. “한 가지 일에만 매몰되면 불행을 찾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대상이 없을 수도 있어요. 어차피 성공을 향한 길이 한 가지 일의 전문가가 되는 것뿐인 세상은 이미 지나갔으니 하고 싶은 일은 전부 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정체성은 음악이 아닌 가사에

  한 가지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신념은 그의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태우 대표는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음악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음악적 정체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음악에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가사’인 것 같아요. 저는 가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음악의 전체적인 요소는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가사는 음악과 분리된 것이거든요.” 음악 전체에 대한 정체성은 조금씩 흔들릴 수 있어도 가사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와 정체성은 지키자는 것이 한태우 대표의 가치관이다.

  자작곡의 가사를 통해 그는 세상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아티스트로서 자신과 같은 청년들의 고민을 가사에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 가사는 대부분 20대의 외로움과 불확실한 미래로부터 오는 불안감을 담고 있어요. 스스로 느끼는 감정,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고민 등을 소재로 삼는 편인 것 같아요.”

  그는 데뷔 싱글 ‘Pause’에는 자신의 불안함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고민과 소중한 사람들이 떠날 것만 같은 불안함을 담았어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과 시간을 잡아두고 싶은 마음을 가사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두 번째 디지털 싱글 ‘hitmeup’에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담았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혼자 모든 것을 견뎌 내느라 지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보고자 했어요. 이를 잘 설명하는 부분이 ‘힘들 때 제게 전화해 달라는 가사’라고 생각해요.”

 

  - 동기와 후배에게 한마디 한다면

  “가끔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내고 고려대에 입학했다는 건 뭘 해도 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건데 그걸 많이들 잊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 확신을 더 가지라는 말, 조금은 막살아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제가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것처럼,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지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여러분도 깨달으셨으면 좋겠어요. ‘싱어게인2’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같은 맥락이에요. 저같이 여러 분야에 도전하는 선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후배들이 무의식적으로라도 주위를 돌아보면서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이라는 공간이 제공해주는 가장 유의미한 가치는 도전과 경험이거든요.”

 

글 | 이가림 기자 forest@

사진제공 | 미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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