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생, “학교와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 필요”

등록금 인상에 불만 “이유 설명해야"

 

학교 측, “외국인 전용 서비스로 인상 불가피”

“학생 의견 반영해 장학제도 등 개선하겠다”

 

 

  외국인 학부생은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을 말한다. 2021학년도 2학기엔 1788명의 외국인 학부생이 재학했다. 최근 5년간 외국인 학부생의 등록금은 20185%(신입생만 적용), 20194%, 2020년 3.8%로 꾸준히 인상됐다. 지난해엔 동결됐지만, 올해 다시 신입생 7%, 재학생 3% 등록금 인상이 결정됐다. 외국인 학부생들은 정원외 모집인원으로 대학평균등록금을 산정하는데 포함되지 않는다. 학교는 등록금 인상 이유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영역 확장 장학금 확대 교육권 보장 등을 들고 있다.

  취재 과정 중 만난 외국인 학부생들은 대부분 등록금 인상 사실과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본지는 학교 본부가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교육권 보장 등에 대한 외국인 학부생의 의견을 듣고 직접 답할 수 있도록 지난 22외국인 학부생과 학교 본부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에는 김철호(문과대 사학19·중국), 유민준(문과대 노문21·우즈베키스탄), Naama Benamy(문과대 언어20·미국), Ravael Rajan(심리학부21·캐나다), Sabina(자전21·러시아)씨가 참여했다. 학교 측에서는 이희경 국제처장, 장길수 기획예산처장이 자리했다.

 

  외국인 학생만 등록금 인상, ?

  김철호 |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대학가에선 등록금 인하가 논의됐습니다. 특히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해외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학교의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가 없었죠.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학부생의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 등록금을 인상했으면 구체적인 등록금 인상 이유와 등록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장길수 기획예산처장 |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지원해야 했기에 지출이 늘어난 부분도 있습니다. 외국인 학부생의 등록금만 인상한 이유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서비스 확대와 새로운 지원 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위한 재원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비자 발급 이력 관리 시스템을 시행할 예정이고 교육권 보장을 위해 올해 대표 영어 강의 100개를 추가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1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됩니다. 지원 대상인 외국인 학부생들이 내국인 학생들보다 더 많은 재정 부담을 해야 합니다. 등록금 인상 사실과 이유는 포털에 공지하겠습니다.”

  김철호 | “등록금심의위원회에는 외국인 학부생을 대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총학생회장도 우리한테 요구사항을 묻지 않았어요. 학교 측이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말한 등록금 인상안과 인상 이유에 외국인 학부생들이 동의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장길수 기획예산처장 |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총학생회장이 외국인 학부생 등록금 인상을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이후 논의를 거쳐 외국인 재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시설과 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았던 것을 고려해 등록금 인상률을 처음에 제안한 7%에서 3%로 낮추었습니다. 등심위에 외국인 학부생 대표가 참석해 직접 의견을 전달하면 좋겠지만, 위원회 참여 인원에 제한이 있어 현재는 어렵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이 등심위에 반영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외국인 학생대표가 직접 등심위에 참가하지 못하더라도 의견들이 등심위에 잘 반영되도록 총학생회와 협의해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유민준 | “앞서 말씀하신 외국인 학부생 지원 사업이 어떻게 구상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수요조사를 통해 학생이 필요로 하는 지원과 프로그램을 파악하고 사업을 만드신 건가요?”

  이희경 국제처장 | “기존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학부생을 대상으로 글로벌서비스센터(GSC)에서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어요. *쿠이사(KUISA)를 통해서도 의견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Naama | “외국인 학생들은 등록금 납부 방법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1년 전에 글로벌서비스센터에 등록금 분할납부가 가능한지 문의했는데 불가하다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로 표기된 고려대학교 포털(KUPID)에서는 분할납부가 가능했습니다. 결국 포털을 통해 등록금 분할납부를 신청했지만, 다른 외국인 친구들은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영어로 번역된 포털이 필요합니다.”

  이희경 국제처장 | “영어 버전 포털을 만드는 것은 가장 시급한 사업입니다. 총장님께 건의해 이미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인상된 등록금을 한 번에 내기 어려운 외국인 학생들이 등록금 분할납부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등록금 인상만큼 장학금 확대를

  Naama | “외국인 학부생이 신청 가능한 장학금 항목이 매우 적습니다. 유일하게 전액 장학금이 지급되는 성적우수장학금은 선정 기준이 매우 모호하죠. 지난 두 학기 동안 성적우수상을 받았지만, 장학금은 받지 못했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찾은 자료들에 따르면 성적우수장학금을 받기 위해선 4.3 이상의 학점이 필요했어요. 선정 기준이 너무 엄격합니다. ‘외국인면학장학금을 받으려면 가계 곤란을 증명하는 교수 추천서가 필요했습니다. 많은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1800명에 달하는 외국인 학부생 중 단 25(본지 취재 결과 19명으로 확인)이 면학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스스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힘듭니다. 장학금 확대가 절실합니다.”

  이희경 국제처장 | “‘성적우수장학금에 고정된 선정 기준은 없습니다. 매 학기 달라지는 장학금 편성 예산에 따라 장학금 받는 학생 수가 정해집니다. 성적우수상을 받았지만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지 못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해요. 우수한 성적에도 장학금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해 장학금을 지급할 방법을 찾겠습니다. 면학장학금은 말씀하신 대로 신청 절차가 복잡합니다. 교수 추천서를 받기도 매우 어렵죠. 하지만 학교 측에서 학생의 가계 곤란을 파악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국제처는 교수 추천서 외에 가계 곤란을 증명할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장길수 기획예산처장 | “외국인 학부생 장학금 예산 편성 비중이 작은 것은 사실입니다. 개선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외국인 학부생의 등록금 인상이 결정됐으니 올해는 적게라도 장학금 예산을 확대하겠습니다.”

  김철호 | “2년 연속 4점대 이상의 학점을 유지했지만, 장학금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습니다. 성적우수장학금은 선정 기준이 엄격하고, ‘성적향상장학금0.7 정도의 학점 상승이 필요합니다. 4점대 학점에서는 그 정도의 성적 향상이 불가능하죠. 저보다 성적이 훨씬 낮지만, 성적향상장학금으로 쉽게 장학금을 받은 사례를 여러 번 봤습니다. 성적향상장학금의 선정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희경 국제처장 | “국제처에서도 성적향상장학금의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단순히 2점대에서 3점대로 성적이 오른 학생이 아닌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단순히 성적 상승만으로 장학금 지급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저 기준을 정하는 것을 논의 중입니다. 입학 성적을 바탕으로 지급하던 4년 전액 장학금을 1년 장학금으로 제한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의 장학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원어민처럼 말하는 법배운다니

  Ravael | “외국인 학부생도 학교에 입학할 때 영어능력시험을 봅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들어야 할 영어교양과목이 정해지죠. 영어능력시험에서 96점을 맞아 ‘Academic English’ 수업을 들어야 했고, ‘원어민처럼 말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영어 원어민입니다. 이 수업은 제게 필요 없었습니다.”

  이희경 국제처장 | “영어능력시험 성적으로 인해서 영어 원어민이 ‘Academic Englsih’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해했으며, 교양교육원과 함께 개선하겠습니다.”

  Ravael | “지난 학기에 한국어 고급수업을 들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많이 없었던 저에게 복지제도를 포함한 5개 주제로 진행되는 수업은 너무 어려웠어요. 교수는 수업에서 저를 차별하고 제게 폭언을 했습니다. 제 발표를 중단시키더니 부족하고 다 틀렸어”, “이런 표현을 모르면 수업에서 나가야 해라고 말하기도 했죠. 성적은 물론, 제 자존감도 떨어뜨린 수업이었습니다.”

  이희경 국제처장 | “사과드립니다. 교양교육원에 문의해 교수들이 한국어 능력에 차이가 있는 학생들을 더 세심하게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

 

  “직접 학교에 불만사항 전하고파

  Sabina | “학교로부터 다양한 교내 활동과 행사를 홍보하는 이메일을 받습니다. 모두 한국어로 쓰여있죠.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잘하진 못하기 때문에 홍보 메일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활동과 행사는 모두 한국어로 진행됩니다. 저는 공부만 하러 한국에 온 게 아닙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스타트업을 같이할 동료를 찾고 싶고 행사에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희경 국제처장 |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외국인 학부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은 영어로 홍보하겠습니다.”

  유민준, Sabina | “오늘은 좌담회를 통해 학교 측에 외국인 학부생들의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이런 자리가 없어도 학생들이 모여 불만 사항을 공유하고 대표자가 이를 학교에 전달할 수 있는 채널, 커뮤니티가 항시 운영돼야 합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의 멘토들과 쿠이사의 버디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멘토와 버디도 시험공부를 해야 하고 그들의 삶을 살아야 하죠. 이제 우리가 우리의 불만사항을 직접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외국인 학부생들끼리 자유롭게 소통할 창구가 필요하고 학생들을 대표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희경 국제처장 | “외국인 학부생들 간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같은 수단을 이용해 국제처에서 그 창구를 만들겠습니다. 학생처장과 학생회에 외국인 학부생을 대표하는 임원이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쿠이사 대표를 학생회 임원에 포함하는 것을 논의 중입니다. 어떤 방법이 됐든 외국인 학부생들을 대표해 학교 측에 의견을 전달할 사람과 단체를 만들겠습니다.”

 

  좌담회에서 외국인 학부생과 학교는 코로나19로 직접 만나 얘기 나눌 기회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학부생들은 학교 행정에 갖고 있던 의견을 마음껏 쏟아냈다. 학교는 이들의 고충에 공감했고 정책 개선을 약속했다. 좌담회는 예정 시간보다 1시간이 지나 마무리됐다.

 

*쿠이사(KUISA) : 외국인 및 재외국민 정규학생의 학업 및 생활전반에 도움을 주는 국제처 글로벌 서비스센터 산하 자원봉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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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류요셉 기자 sonador@
사진 | 문도경 기자 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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