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살이길서 핫플 가능성 찾아

임대료·접근성 등 상권분석도

“고대 골목만의 정체성 찾아야”

 

모종린(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성수동, 익선동, 연남동. 고유한 건축물과 골목길의 특색을 살린 서울의 한 동네들이다. 본교생들은 ()안암을 외치며 고대 밖에서 핫플레이스를 찾는다. 본교 일대도 이처럼 한 동네가 될 수는 없을까? 눈이 약하게 날리던 지난달 17일 오후,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를 고려대역 앞에서 만났다. 그와 함께 제기동 고대앞마을, 안암동 참살이길, 정경대 후문 거리를 산책하며 캠퍼스 주변 골목상권을 점검했다. 본교생 사이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하다고 알려진 공간부터 가게가 드문 구역까지 구석구석 살피며 본교 골목상권의 현재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물었다.

 

 

  “핫플 들어서기엔 건축자원 부족

  제기로5고대앞마을에 들어선 모종린 교수는 골목길의 건물 양식에 주목했다. 익선동에는 한옥, 성수동에는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공장 건물이 남아있어 그 자리에 가게들이 들어섰다. 이에 비해 고대앞마을에는 원룸 건물과 같은 다가구 주택이나 연립주택이 대부분이다. 모교수는 골목상권 형성이 유리한 건물 형태로 단독주택을 꼽으며 가게가 들어설 만한 건축자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가구 주택은 건물 구조상 단독주택보다 1층에 가게 공간을 내기 어렵다차라리 가게가 들어오기 좋은 상가건물을 새로 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좋은 예시로 가리킨 것은 이국적인 외관으로 이목을 끄는 신축 빌딩 파인트리 원룸이었다. 원룸 건물이더라도 1층과 2층에 잘 꾸며놓은 카페인 카페파인이 들어서 있어 좋은 건축자원이라는 것이다.

  고대앞사거리에서 길을 건너, 수제 케이크 카페 헤이피와 브런치바 미뇽이 있는 제기로2길 골목에 들어섰다. 모 교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 길을 부르는 이름이 없다는 데 대해 인근 상인들이 홍보를 위해 거리의 별칭을 정하는 등 플레이스 브랜딩(Place Branding)’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레이스 브랜딩이란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처럼 특정 장소를 브랜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참살이길처럼 거리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 방법이다.

 

  골목길의 조타수, 로컬크리에이터

  제기동에서 안암동으로 산책은 계속됐다. 모종린 교수는 옆살이길에서 본교 골목상권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가 주목한 곳은 서점 지식을 담다였다. 사방으로 인문사회과학 서적이 가득 꽂혀 있는 이곳은 높은 층고로 쾌적한 독서 공간을 제공한다. 정치과학 분야의 책들이 다수 큐레이팅 돼 있는 것을 본 모 교수는 책장에서도 왠지 고대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려대의 정체성이 반영된 듯한 공간이라고 평했다. 골목상권이 발전하려면 근본적으로 이런 책방과 같은 문화자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아직은 이런 공간 자체가 수적으로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옆살이길의 발전에 있어 모 교수는 더 많은 로컬크리에이터가 골목길로 모여들 것을 강조했다. 로컬크리에이터란 지역의 자원,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소상공인을 뜻한다. 현재 옆살이길에는 창업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심미성을 갖춘 카페, 식당, 주점 등이 있는데, 이들이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는 로컬크리에이터 가게인 셈이다.

  모종린 교수는 참살이길이나 개운사길과 같은 대로변 상권엔 주로 프랜차이즈 점포나 휴대전화 대리점이 들어서는 데 반해, 골목길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가게가 들어와 동네를 한층 특색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이런 가게가 아직 적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고대상권은 정문 앞 제기동, 참살이길, 옆살이길, 개운사길과 정경대 후문까지 꽤 넓은 면적에 펼쳐져 있는 만큼 로컬크리에이터 가게가 30~40개는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상권의 면적에 비해 그 수가 적은 상태라며 골목이 많은 옆살이길에 더 많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입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암골 산책의 종착지는 정경대 후문 옆 카페 라플루마앤보헤미안이었다. 본교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곳은 강릉에서 유명한 보헤미안박이추커피를 세운 커피 전문가 박이추가 1980년대에 개운사길에 1호점을 냈다가 작년 11월 자리를 옮긴 곳이다. 모 교수는 이곳과 나란히 자리한 아기자기한 커피전문점 써니사이드커피를 가리켜 이런 카페들도 로컬의 매력을 살리기에 충분해 보인다안암동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연계해서 홍보함으로써 이런 가게들이 잘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골목길 경제학으로 본 고려대

  산책 후에는 모종린 교수와 카페 라플루마앤보헤미안에 둘러앉아 ‘C-READI 모델을 바탕으로 고대의 골목상권을 분석했다. ‘C-READI 모델은 모 교수의 저서 <골목길 자본론>에 정리된 개념으로, 골목상권의 실태를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에 자원을 투입하도록 도와주는 체크리스트다.

  여섯 가지 평가 항목은 각각 문화자원(Culture), 임대료(Rent), 기업환경(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공간디자인(Design), 정체성(Identity)이다. 모 교수는 문화자원(C)이 풍부하고 임대료(R)가 저렴한 지역에 뛰어난 기업가(E)가 진입해 창업하는 것이 골목상권의 출발이고, 접근성(A)과 공간디자인(D)을 개선하면서 공동체 정체성(I)을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인 상권 성장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먼저, 고대상권은 본교 캠퍼스 외에 특별한 문화자원(C)이 없다. 주위에 제기동 선농단과 서울 약령시장 등 역사적인 공간이 있지만, 거리가 멀어 인근 골목상권의 직접적인 문화자원이 되기는 어렵다. 모 교수는 고대 골목상권이 성공하려면 근처에 공원이나 책방, 공연장, 미술관과 같은 문화시설이 더 세워져야 한다며 풍부한 문화자원이 우선될 것을 조언했다.

  임대료(R)는 평이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자료를 보면, 20213분기 기준 1평당 월환산임대료는 안암동(109263)이 서울시 평균(124146)을 밑돌았고, 제기동(125312)은 서울시 평균과 비슷했다. 성수23(134188)과 같은 인기 동네보다는 절대적으로 낮은 시세지만, 건축자원이 열악해 핫플이 들어서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성비는 낮다.

  기업환경(E)에서는 더 많은 로컬크리에이터를 골목으로 끌어모을 첫점포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점 지식을 담다나 카페 라플루마앤보헤미안과 같은 공간이 브랜드가치를 발전시키면, 그곳을 중심으로 더 많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모이고 가게를 세워 골목길에 매력을 더한다. 모종린 교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지역 고유의 브랜드를 형성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새로운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이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접근성(A)에 대해 모종린 교수는 고려대는 이태원이나 합정동과 같은 6호선이어서 외부 접근성은 괜찮지만, 내부 접근성은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본교 서울캠이 인문계캠퍼스, 자연계캠퍼스, 의과대학으로 나뉘어 있어 상권들도 갈라져 있기때문이다. 그는 캠퍼스를 나누는 길마다 차도로 뚝 끊겨서 보행 환경도 좋지 않다걷기 좋은 거리가 곧 장사하기 좋은 거리이므로 골목상권 발전을 위해선 보행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간디자인(D) 측면에서도 본교 골목상권은 불리했다. 건축자원은 기본적으로 가게가 들어서기 어려운 건물들뿐인 데다가, 골목 전봇대마다 길게 늘어진 전선들도 미관을 해친다. 참살이길과 안암오거리의 상가도 매우 낙후된 상태다. 부동산 관계자는 제기동은 행정적으로 준주거지역이어서 상가 신축이 가능하지만, 안암동의 경우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상가가 낡았어도 신축에 한계가 있어 쉽게 바뀌기 어렵다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한다면 용적률을 늘리고 상가를 신축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목에 고대다움깃들려면

  정체성(I)‘C-READI 모델의 마지막 항목으로, 앞선 항목들이 어우러져 나타내는 골목길의 고유한 가치를 뜻한다. 모종린 교수는 고려대학교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민족고대 이미지와 막걸리 문화를 예시로 들었다. 실제로 본교만의 특징적인 막걸리 문화를 반영한 점포들은 고대상권에 특색을 불어넣고 있다. 제기동에 있다가 몇 년 전 안암동으로 옮긴 나그네파전이나 옆살이길의 고대인이 애정하는 막걸리등이 그 예시다. 본교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점포들이 전통적인 막걸리 문화를 담고 있다면, 옆살이길의 한식 요리주점 , 안암은 인스타그래머블한 막걸리와 전통주 문화를 보여준다.

  모 교수는 본교 골목상권의 약점에 대해 고려대 정체성이 뚜렷한 것에 비해 동네 자체의 정체성은 아직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대상권이 행정적으로 동대문구와 성북구에 동시에 걸쳐 있다는 점이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끝으로 모종린 교수는 고려대의 정체성을 반영하면서도, 눈길을 사로잡아 발길이 닿도록 하는 가게들이 더 들어선다면 이곳만의 고유한 골목길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고 조언하며 그 정체성은 앞으로 여러분이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스타그래머블: 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글 | 김영은 기자 zerois@
사진 | 김선규·김영은 기자 press@
일러스트 | 김정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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