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비용 커 감당 어려워

“학교 차원에서 지원 필요”

 

통학버스가 세종캠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22학번 신입생 고모 씨는 28일 교내 커뮤니티에서 통학버스 수요조사를 했다. 서울에 살고 있어 통학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관련 공지는 물론, 문의에 대한 명쾌한 답변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면수업을 코앞에 둔 고모 씨는 통학버스 운행은 학생회 담당이라는 답변만을 받을 수 있었다. 세종총학은 고모 씨에게 당장의 통학버스 운행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적은 이용자로 인한 적자를 언급하며 “지난해 11월 운행 당시 통학생이 하루에 10명 이하였다”며 “학생회비 모두를 통학버스 계약에 쓰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고모 씨는 직접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고모 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1시 5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한 수요조사에서 169명의 학생이 통학버스를 이용할 것이라 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주중 요일별 평균 이용자가 100명을 넘었다. 그는 “지난해는 대면과 비대면이 병행돼 통학버스의 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대면으로 전환 된 지금 총학생회의 공식적인 수요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세종총학은 14일부터 강남, 양재, 죽전, 신갈을 지나는 임시 통학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현진섭 세종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 이전 자료를 기반으로 정류장을 결정했다”며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한 노선만 임시 운행한다”고 말했다. 임시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글로벌대 22학번인 박모 씨는 “셔틀이 없었다면 3시간 반 걸리는 거리인데 셔틀이 생겨서 통학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A씨는 “기존에 강변에서 이용했던 통학버스를 강남까지 가서 타야 해 아쉽다”며 “하나뿐인 통학버스가 너무 이른 시간에 출발해 많은 학생이 이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익대 세종캠퍼스의 임시 통학버스는 오전 7시, 8시에 출발하는 반면 본교 세종캠의 통학버스는 오전 6시 40분에 출발한다.

 

오전 6시 40분 양재역에서 학생들이 임시 통학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세종캠과 조치원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학교지원으로 운행되지만 횟수가 축소됐다. 지난해 1학기엔 하루 61회 셔틀이 다녔지만, 2학기부터 하루 44회로 줄었다. 이번 1학기부터 전면 대면으로 강의가 진행되지만 하루 44회를 유지했다. B씨는 “횟수를 늘리지 않고 하루 44회를 유지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복지팀은 “학생들이 많이 탑승하지 않아 재정 지출이 심했다”며 “대면으로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감축해야만 했던 것”이라 전했다.

 

  전권 가진 총학은 단독 해결 불가

  통학버스 운행 전권을 갖는 총학생회 측에서도 문제를 즉시 해결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현진섭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학교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돕고 싶다고 답했었다”며 “하지만 여러 사정이 겹쳐 실상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1학기 개강 전, 세종총학은 학교 본부에 통학버스 운영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학교 본부는 작년 11월 2주간의 운행으로만 적자 3000만 원이 발생한 선례를 들며 지원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후 새내기 오리엔테이션과 등록금 심의위원회, 예결산 특별위원회 등을 준비하며 학교와의 통학버스 관련 협약은 미뤄졌다. 현재 세종총학은 결정권을 가진 교학처장이 새로 임명돼 시기상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입학설명회에서 학교 측에 통학버스가 있다고 안내받은 민모 씨의 어머니는 “당연히 학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왜 학생회가 전권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버스 계약 여건은 통학버스 미운행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버스회사와 먼저 계약을 한 후에 학생들이 낸 통학버스 비용으로 지불했다. 버스회사는 코로나19 이후 수요예측이 불확실하다는 상황 때문에 대차료 선입금을 요구했다. 현재 학생회가 가진 학생회비가 전년도 이월분에 불과하기에 대응에 필요한 금액이 부족하다. 1년 집행비는 4~5월에야 지급된다. 학교 측의 도움을 받아야 짧은 기간이라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학교 본부는 통학버스 지원금 지급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학생복지팀은 “임시운행 중이라 하더라도 조사한 수요보다 실제 탑승하는 통학생이 너무 적다”며 “예전처럼 홍익대와 같이 진행해 손실을 피한다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답했다. 홍익대와 계약 중인 A업체 측은 “정부세종청사가 생기면서 다양한 교통수단의 증가로 통학버스의 수요가 줄었다”며 “평균적으로 65명 정도가 탑승하는 홍익대와의 협약을 고려대가 원한다면 사측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세종캠과 홍익대는 현재 서로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학교 본부는 총학생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이미 무지개관광 측과 교직원버스, 조치원역 셔틀버스를 계약해 운행 중이다”며 “굳이 다른 업체를 선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학생회가 전권을 가질 일이 아니다”며 “학교 차원에서 당연히 진행해야 할 복지다”라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학생회가 전권을 갖지만 당장은 단독으로 진행하기 힘들다”며 “학교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본교는 통학버스는 총학생회의 사업이라고 일축했다. 대차료 지원 관련해서는 일정 수요에 도달하지 않으면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글 | 오찬영 기자 luncheon@

사진 | 김예락·오찬영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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