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충원난

사학비리로 13곳 폐교, 감사 허술

2040년엔 입학정원 19만명 미충원

 

  대학의 폐교는 학생, 교직원 등 학내구성원뿐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피해를 입힌다. 최근 22년간 폐교 수순을 밟은 대학 16곳 중 13개교는 사학비리, 3개교는 학생 미충원으로 교문을 닫아야 했다. 전문가들은 사립대학의 재정 문제로 인한 폐교가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본격화될 것이라 말한다. 감사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사학비리 역시 폐교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학비리, 대학을 망치다

  사학비리란 사학의 운영자와 그 관계자들이 저지르는 불법, 비리, 부패 행위를 말한다. 공금횡령, 회계조작 등 회계부정, 입학부정과 인사 비리를 포함한 학사 비리가 이에 해당된다. 학교 경비 1004억원을 횡령한 이홍하 씨로 인해 그가 설립한 광주예술대(2000), 서남대(2018), 한려대(2022)가 폐교됐고 광양보건대, 신경대는 부실대학으로 분류됐다. 

  이 밖에 성화대학(2012), 한중대(2018), 동부산대학(2020)을 포함한 10개교가 사학비리 적발 후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해 폐쇄됐다. 한려대는 법원에 의해 법인 파산이 선고되면서 문을 닫았다.

  ‘사립학교법’에 따른 대학 자체 감사의 낮은 실효성이 사학비리 성행의 이유다. 사립 대학은 매년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결산서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 교육부는 2020년 4월부터 1년간 16개교(고려대, 홍익대, 연세대 등) 대상 교육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16개교의 교육부 감사 지적사항은 총 508건이었다. 반면, 대학 자체 감사 지적사항은 교육부 감사를 진행한 해를 포함한 3년간 총 32건에 불과했다. 그중 11개 대학은 자체 감사 지적사항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비교적 투명성이 보장되는 교육부 감사는 감사 주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감사 규정 제4조(감시대상 및 주기)는 교육부 본부, 교육청 등에 대한 감사 주기를 3년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사립대학에 대해선 ‘필요한 경우’ 실시한다고 규정한다. 5년 이상 외부 감사·조사를 받지 않은 경우, 중대한 비리에 해당하는 민원이 제기된 경우 등에 해당할 때 감사 우선 ‘고려’ 대상이 된다.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교육부 감사대상 대학은 연간 20여개이며 종합감사는 3~5개 학교에 불과하다. 감사가 시작된 1979년 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립대는 전체 359개교 중 113개교에 달했다. 변수연(부산외대 교육혁신센터장) 교수는 “사학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교육기관이라는 공공성에 근거해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재정난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21년 사립대학 재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학과 사학법인이 벌어들이는 모든 자금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54.9%로 집계됐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사립대가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대학의 재정건전성은 크게 악화된다. 지금까지 건동대(2013), 경북외대(2014), 대구미래대학(2018)이 학생충원난으로 폐교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사립대를 중심으로 폐교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학교육연구소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보고서(2021)에 따르면 ‘만 18세 학령인구’로 추계한 대학입학가능인원은 1차 감소기인 2020~2024년, 7만1000명 감소한다. 유지기인 2025~2031년에는 입학가능인원이 40만명 선에서 소폭 증감하다 2032년부터 2차 감소기가 시작돼 2040년에는 28만3000명까지 감소할 예정이다. 2021년 사립대학 입학 정원인 47만2496명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미충원 규모는 2021년 4만명에서 2024년 8만명으로 늘어난다. 2040년엔 19만명으로 추산된다.

 

  2020년 전체 사립대학의 학부등록금 수입은 총 10조2953억원이었다. 학생 감소에 따라 등록금 수입도 2024년 8조9981억원(-12.6%p), 2040년 6조8186억원(-33.8%p)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수도권보다는 지방대학, 규모가 큰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대학에서 등록금 수입 감소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구변동과 미래 전망: 지방대학분야’ 보고서에 따르면 2046년까지 전국 대학 385개 중 195개교가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331개 대학 중 146곳(44.1%)만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학 공급 과잉, 정부 역할은

  1995 년 김영삼 정부는 ‘5.31 교육개혁’ 아래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시행하면서 학교 운영에 자율과 경쟁의 원리를 도입했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사립대의 무분별한 설립을 초래했다. 시행 이후 교지(交址), 교사(校舍),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최소 요건만 갖추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누구나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1996년에 7개교가 신설됐고 1997년 11곳, 1998년 14곳이 새로 생겼다. 사립대학 수는 1996년 109개에서 정책이 폐지된 2013년 156개까지 늘었다. 2010년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준칙주의 도입 후 설립된 대학 가운데 교원확보율 미충족 대학이 80%,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미충족 대학이 46.7%, 교사확보율 미충족 대학이 28.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로 대학 과잉공급 현상이 발생하자 정부가 택한 해결 방안은 평가를 통한 사립대학 퇴출 정책이었다. 구조개혁을 명목으로 이명박 정부는 평가를 통한 하위대학 퇴출 시스템을 마련했고, 박근혜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 문재인 정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실시했다. 연덕원 연구원은 “역대 정부 구조조정 정책은 고등교육개혁 청사진 없이 학령인구 감소 급감에 대응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으로 추진됐다”며 “양적 팽창을 부추긴 정부 정책의 과오를 바로잡고, 대학이 적정 규모로 경쟁력을 갖춰 운영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요셉 기자 son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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