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취업 불이익 당할까 걱정”

지역 상인 “폐교 인근 다 망해”

폐교 교수 64% 정신적 질환

 

  대학 정원 미충원 규모가 지난해 4만명에서 2024년 8만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대로면 2040년엔 19만명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대학 폐교도 대거 이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피해 완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폐교대학 학생들은 ‘지역내’ 편입학을 보장받지 못한다.
폐교대학 학생들은 ‘지역내’ 편입학을 보장받지 못한다.

 

  특별편입학, 학습권 보장 부진

  ‘고등교육법 시행령’ 29조는 폐교대학 학생들의 타교 편입학을 보장하지만 ‘지역 내’ 편입학은 보장하지 않는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정부가 폐교 인근 대학에 편입학 수용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대학 수용 가능 인원이 적거나 지역 내 유사 학과가 없는 경우, 학생은 원래 살던 곳에서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편입 대학의 일부 학생은 “폐교대학에 재학 중이던 학생의 학업 수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편입을 반대하기도 한다. 전북대 의대 학생들이 서남대 의대 학생들의 편입학을 반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임 연구원은 “편입생 수용대학의 교육 여건 악화를 방지하고 지역 내 편입학이 최대한 가능할 수 있도록 수용대학에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학생들의 편입학 비율은 낮은 편이다. 2014 국정 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명신대, 벽성대학, 성화대학 학생 2116명 중 920명(44%)만이 편입학했다. 같은 해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건동대, 경북외대, 벽성대학, 선교청대, 한민학교 학생 182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도 732명(39.6%)이 특별편입학을 포기했다.

  폐교는 졸업생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폐교된 서해대학을 졸업한 A씨는 “회사에 지원하며 출신 대학을 적을 때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지 걱정됐다”고 호소했다. 사립대학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생 정보를 포함한 기록 관리를 해야 한다. 폐교를 앞둔 대학에 성실한 기록 관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일례로 2008년 폐교된 아시아대는 재단 관계자가 관련 서류를 무단 폐기하고 학교 컴퓨터는 도난당해 학업을 인증할 기록이 없어지기도 했다.

 

대학이 가진 부지 등의 자산은 규모가 커 재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다.
대학이 가진 부지 등의 자산은 규모가 커 재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다.

 

  임금 체불과 실업에 고통받는 교직원

  2000년 이후 파산한 10개 학교법인 중 부채 청산을 완료한 법인은 경북외대 1곳 뿐이다. 밀린 교직원 임금은 법인이 청산해야 할 부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법인의 청산 미이행은 교직원 임금 체불로 이어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해산 법인의 채무액은 659억6000만원에 달했다. 이중 체불임금은 2012년에 폐쇄된 성화대학이 9억8000만원, 2018년 문을 닫은 한중대가 448억원이다. 한국교수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교직원 1400여 명이 최대 850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

 

2018년 폐교된 한중대의 모습. 법인인 광희학원은 청산을 미루고 있다.
2018년 폐교된 한중대의 모습. 법인인 광희학원은 청산을 미루고 있다.

  대학의 청산이 완료되면 잔여재산이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에 법인은 의도적으로 청산을 늦추기도 한다. 한중대에서 9년간 재직했던 최종진 전 교수는 “법인인 광희학원은 체불임금을 청산할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지만, 일부러 청산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가 나서 빠른 청산을 도모하고 교직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법인의 조속한 청산을 돕기 위해 ‘사립학교법’과 ‘한국사학진흥재단법’을 개정해 사학진흥기금 내 청산지원계정을 신설했다. 청산지원계정은 청산에 필요한 자금 대출에 사용된다. 계정은 정부 출연금과 학교법인의 청산 후 잔여재산 등으로 마련된다. 교육부는 올해 폐교대학 청산융자 사업 예산으로 673억원을 신청했지만, 114억 원만 예산안에 반영됐다. 체불임금 규모만 45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삭감된 예산은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

  또한 현행법상 사립대학 교직원은 ‘임금채권보장법’, ‘고용보험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체불임금 보전 및 실업급여 대상이 될 수 없다. 변수연(부산외대 교육혁신센터장) 교수는 “사립대학 교직원은 안정적인 고용 상태를 누리는 직종으로 인식됐기에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았다”며 “사립대학 폐교가 본격화되고, 최근에는 교원 노조가 만들어지는 등 노동자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길(아주대 법학과) 교수는 “해고된 교직원에 대한 임금채권 우선변제권 확보, 고용보험의 임의가입 허용, 전직지원서비스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폐교대학의 교직원은 재취업도 힘든 상황이다. 최종진 전 한중대 교수는 “폐교 교수가 같은 직종으로 재취업한 경우는 5% 미만”이라며 “직원 중에는 막노동에 나선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덕재 전 성화대학 교수는 “‘망한 학교 교수’라는 딱지가 따라 붙는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도 생겼다. 김정희 전 성화대학 교수가 2017년 폐교대학 교수 44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64%에 달했다.
 

  폐교, 지역 소득 감소로 이어져

  대학 폐교는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힌다. 2021년 국토 지리학회지가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서남대 폐교는 지역 인구 감소로 인한 직접소득 감소, 학교 지출비 감소로 인한 간접소득 감소 등을 초래했으며 남원시는 연간 약 260억~344억원의 소득 피해를 본다. 서남대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B씨는 “대학 폐교 후 소득이 반으로 줄었다”고 호소했다. 원룸임대업자 C씨는 “학생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인 고객을 받고 있다”며 “학교 인근에 있는 상점과 원룸은 다 망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한중대 폐교는 동해시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당시 한중대엔 교수 59명, 직원 18명, 재학생 1038명이 있었다. 동해시 인구는 같은 해 6월 기준 9만1718명이었다. 변수연 교수는 “지역 대학 소멸의 대가는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지역 경제 피해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 류요셉 기자 sonador@

사진제공 | 최종진 전 한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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