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 기술은 혁신의 발판”

현 고등교육, 시대 요구에 뒤처져

교원 다양성 확보 필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완화되면서 강의실이 다시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금,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학교육은 어떤 것일까. 박희등(공과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대학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온라인 강의의 지속적인 활용, 토론식 수업의 활성화, 교원의 다양성 확보. 학내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앞으로의 교육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해 볼 시점이다.

 

  이대로 보내긴 아쉬운 온라인 강의

  온라인 강의는 이미 대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수업이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병행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수업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교수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을 토대로 온라인 교육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변기용(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는 2년 반 동안 강제로 사회 실험을 했다일정 부분의 교육 활동에서는 온라인 교육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학생들은 정해진 강의실이 아닌, 원하는 장소에서 강의를 듣는다. 직장을 다니거나, 교생실습을 나가는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교수는 더 많은 학생에게 제한 없이 강의를 제공한다. 박희등 교수는 급한 일로 현장 강의가 어려울 때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면 휴강 혹은 보강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며 교수에게도 온라인 강의가 효율적이라 언급했다. 그는 타 대학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수업에 차용한다면 교원 채용에 쓰이는 예산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교육에 대한 논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2014년부터 운영된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학생들은 포럼(Forum)’이라 불리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업을 듣는다. 수업은 학생들의 토론과 발표로 진행된다. 교수는 학생들의 참여 정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후 참여가 저조한 학생들의 발표를 유도하며 수업을 원활하게 이끈다. 학생들은 세계 각국에 흩어진 7개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지역 기반 과제 등을 수행한다.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을 보장하는 형태다.

  코로나 이전의 대학들은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대면 위주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온라인 방식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코로나19는 대학이 온라인 수업을 활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2년 반의 사회적 실험은 막연한 우려를 이겨내고 온라인에서도 대학교육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온라인 수업 경험이 쌓이면서 효과적인 비대면 교수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권헌영(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교육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 이를 비상시에만 활용하는 것은 디지털 전환 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교육 기술과 인프라는 혁신 교육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기용 교수는 수업 참여자가 유대감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온라인 학습의 효과가 달라짐을 언급했다. 그는 학생들 간에 충분한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오프라인과 비교했을 때 온라인 학습 효과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온라인에서 원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 교수는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3월 한 달간 대면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유대감을 먼저 쌓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온라인 팀 프로젝트 활동 등을 병행하면 좀 더 원활한 진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희등 교수는 많은 강의실이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이를 녹화하고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이를 이용해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동시 혹은 혼용 강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강의식 수업을 오프라인을 통해 토론식 수업을 운영한다면 학생들의 창의적·비판적 사고를 배양시키는 대학교육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토론식 수업, 항상 정답은 아냐

  돌아온 강의실에도 여전히 질문은 없었다. 권헌영 교수는 학생들은 주어진 것만 습득하는 교육을 받아왔기에 대학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소통하고, 참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습 경쟁, 사교육의 성행, 입시 위주의 교육 등의 현 교육 시스템이 질문 없는 강의실을 만들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같다고 표현했다. 박희등 교수는 강의할 때 학생들의 질문이 없으면 답답하다고 전했다. 교수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제대로 전달된 것인지 가늠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권헌영 교수는 질문을 유도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토론을 뽑으며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해보도록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다. 변기용 교수는 학생 참여를 끌어낼 방안으로 토론식 수업과 문제 해결식 수업, *캡스톤 디자인, 학부생 연구 등을 제시했다. 그는 수업 유형에 따라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할 수 있는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교의 필수교양과목인 자유정의진리(자정진)’는 본교의 대표적인 학생 참여형 수업이다. 담당 교수인 오연경(교양교육원) 교수는 문제중심학습 과정으로 자정진을 개편한 이후 좀 더 실천 지향적인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은 자정진수업에서 자신의 발언이나 질문이 수업의 질을 높인다는 책임감과 즐거움을 경험한다이로 인해 참여의 적극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자유정의진리’는 본교의 대표적인 학생 참여형 수업이다.

 

  다만 토론식 참여형 수업이 항상 정답인 것은 아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토론 수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홍재인(문과대 사회19) 씨는 토론식 수업이라도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강의식 수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권헌영 교수는 기본적인 학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 시간 중 질문을 하거나 토론하는 행동은 상호존중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학습자는 토론에 참여하기 전 기초 지식을 충분히 습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효과적인 학생 참여를 위해서는 강의와 토론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박희등 교수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며 기본 지식을 쌓기 위한 강의식 수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 교실)’을 두 가지 수업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예시로 들었다. 학생들이 미리 강의를 수강하고, 이후 강의실에 모여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은 강의에서 기본 지식을 습득한 후 토론에서의 비평과 분석을 통해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토론 수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재광(정경대 정외19) 씨는 토론 수업은 온라인이 더 편리한 것 같다플랫폼 내에서는 자유로운 조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연경 교수는 온라인 토론의 장단점을 짚었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정서적 유대와 교감에 기반한 토론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온라인 환경에서는 발표의 부담이나 긴장감이 덜해 평소 발표를 어려워하던 학생들도 참여를 자원한다고 했다. “채팅창, 공유문서, 잼보드 등 텍스트 기반 온라인 도구가 참여의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질문 필요 없는 강의 설계가 문제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변기용 교수는 학생과 사회의 요구에 맞는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듣기엔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실제 대학교육은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라며 학생들의 의견이 교육 의사결정 시스템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생들의 진로 특성이나 요구에 맞춰 개인화된 교육을 제공하면 학생들의 참여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헌영 교수 역시 교수가 설계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 학습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할 수 있는 창의적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오연경 교수는 질문 없는 강의실은 질문이 필요 없는 강의 설계가 만든다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변화시켜 학습자의 참여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강의가 끝난 후 질문 있으면 하세요라는 말 한마디로는 학습자의 참여 영역을 확보하기 어렵다강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참여 형식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등 교수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원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문이 많이 출판되는 특정 분야의 교원을 집중적으로 충원하는 상황이 이해는 된다하지만 지금처럼 융합적 접근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특정 분야의 집중은 단면적이고 피상적이라 지적했다.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다양성은 대학이 가져야 할 핵심 가치라는 것이다.

  변기용 교수는 학령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대학이 위기를 맞이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4년제 사립 대학 위주의 고등 교육 시스템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고등 교육 시스템을 설명했다. 미국은 연구 중심 대학뿐만 아니라 학부 교육 중심 대학, 2년제인 지역 사회 대학이 있다. 직업 교육 대학, 평생 교육 센터로서 기능하는 기관도 있으며, 편입도 가능하기에 사람들은 각자의 진로나 적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 변 교수는 우리나라도 전체 고등 교육 시스템을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캡스톤 디자인: 산업현장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기르기 위해 졸업 논문 대신 작품을 설계·제작하도록 하는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

 

글 | 엄선영 기자 select@
사진제공 | 오연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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