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형평성 문제로 접근해야”

“NDC는 목표치보단 실천이 중요”

“국가역량 신재생E 개발에 집중”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문제는 세대 간 형평성 갈등 문제”라며 “청년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성세대에 목소리를 내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세계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새롭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 55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한국과 EU(유럽연합), 일본을 비롯한 41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만나 경제학자가 본 국내 탄소중립 정책의 현황과 방향에 대해 들었다.

 

  - 탄소중립은 경제적인가

  “탄소중립을 하면 경제적 비용이 따른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주요 산업인 석유 화학, 철강, 반도체, 시멘트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산업 분야인데,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기술적으로 큰 비용이 든다. 정책 집행에 드는 사회적 비용도 있다. 소비자도 부담이다. 반면 탄소중립을 하지 않으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과 식량이 부족한 자원 위기가 발발한다. 탄소중립을 하지 않았을 때 훨씬 더 큰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인류는 탄소중립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 탄소중립이 경제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나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운용사 APG는 한국전력이 석탄사업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투자액 6천만 유로를 매각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또 다른 기업(금융기관)이 응징한 사례다. 탄소중립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이제 세계 자본의 흐름 중 하나가 됐다. 과거에는 수익성만 따지며 재무적 투자를 했다면 이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투자 기준으로 본다.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탄소중립을 위한 것인지 구분하는 체계가 최근 등장한 ‘그린 택소노미’다.”

 

  - 국내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NDC*)인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은 가능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강력한 수준이라곤 보기 어렵지만, 실상 도전적인 목표다. EU는 1990년 대비 55%,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기준 연도는 국가별로 탄소배출이 가장 많았던 해다. 기준 연도 이후로는 탄소배출이 감소했기 때문에, 기준 연도가 더 앞선다는 건 그만큼 탄소배출량 감축에서 앞선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2018년부터 2030년까지 40%를 줄이겠다는 한국은 배출량을 더 빠르게 감축해야 한다.”

 

  - NDC 40%가 비현실적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목표대로 40%를 감축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보다 적게 달성하더라도 정부, 기업, 국민이 함께했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책임감 있게 노력했다고 인정받을 근거가 된다.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과감히 노력해야 한다. 경제학자로서 단언하지만, 탄소중립 안 하다가 경제가 망할 수는 있어도 탄소중립을 하다가 망하지는 않는다.

 

  -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에서는 NDC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파리협약 제4조 제3항인 ‘후퇴 금지 원칙’이 있어 불가능하다. NDC를 기존의 40%대로 가져가되,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에 변화를 줄 것이다. 탄소배출 부문은 전환, 산업, 수송, 건물로 구분되는데, 전환부문의 감축목표가 44.4%로 가장 높고, 산업은 14.5%로 가장 낮다. 전환부문은 발전방식을 ‘전환’하면 돼 줄이기 쉽지만, 산업부문에서는 기존 방식을 대체할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현 정부에서는 산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더 줄이자고 한다.”

 

  - 산업부문의 탄소배출량이 많지 않나

  “지난해 기준, 전환부문과 산업부문은 각각 37%와 36%로 네 부문 중 가장 큰 배출량 비중을 차지한다. 산업계는 집단의 목소리를 내기 쉽다. 정부에서는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줄이자고 하지만, 네 부문의 평균이 NDC인 40%가 되려면 산업부문을 더 줄이는 건 곤란하다. 정부에서 부문별 감축목표를 조정한다면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 산업계의 탄소배출 감축 부담은

  “경제의 녹색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기업들의 경쟁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기업가들은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과 ESG를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삼기 시작했다. 녹색 경제활동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친환경적이지 않은 경제활동은 외면받는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이 친환경으로 전환해야 하는 구조가 돼버린 이상, 탄소배출 감축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 탈원전 폐기 정책이 탄소중립에 차질 빚을까

  “우려하는 부분이다. 원자력 발전만큼은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현재세대와 미래세대 간의 형평성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 우리 시대가 당면한 핵폐기물 처리 문제라는 사회적 갈등의 소지를 미래세대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 산업계의 우려만 반영해선 원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원전 신규 건설도 문제다. 원전은 새로 짓는 데 10년에서 15년이 걸리고 비용도 10조에서 15조 원이 든다. 지금 신규 원전 건설을 시작해도 2040년에 완공돼 NDC 목표 달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사회적 에너지가 원전 논의에 쏠리는 사이 국내 산업기반이 약해져 국제 경쟁력을 잃는 ‘산업공동화’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피로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원전 신규 건설을 성급하게 논의해선 안 되는 이유다.”

 

  - 탄소중립 제1의 과제는

  “발전 비중이 8%인 신재생에너지를 50%로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전과 가스를 사용하더라도,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전력망 구축도 중요하다. 해법은 전문가들이 이미 제시했으니, 국민 공감대 형성과 실천이 관건이다. 청년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라 목소리를 내면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 탄소중립을 게을리하면 미래세대는 더 큰 문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파리기후변화 협정에 따라 참가국이 스스로 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글 | 김영은 기자 zerois@

사진제공 | KDI 나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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