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으로 농촌사회 되살리고

수상형으로 좁은 땅 한계 극복

“주민과 협업해 지속성 확보해야”

 

제19회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가 4월 13일에서 1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가 지난달 13일에서 1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올해로 19주년을 맞은 행사에는 사흘간 전 세계 253개 사, 700개의 부스, 2만1124명의 참관객이 참여했다. 다양한 기업들이 탄소중립과 관련된 최신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며 ‘신재생 에너지 생태계의 축소판’으로 주목받았다. 행사의 핵심은 단연 태양광이었다. 영농형 태양광과 수상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태양광 에너지 산업의 동향을 살폈다.

 

  ① 영농형 태양광

  탄소중립 위해 임야에서 농지로

 

한화큐셀이 제19회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 영농형 태양광 모듈을 선보였다.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 현장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한화큐셀의 영농형 태양광 모델이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발전기 밑에서는 농사를 짓고 위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병행해 농지효율을 높인다. 한화큐셀 외에도 현대에너지솔루션과 신성이엔지 등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영농형 태양광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 영농형 태양광이 도입된 배경은 탄소중립이다.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는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국내의 지리적 여건상 수력과 풍력은 확보하기 어려운 데 반해 태양광은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임야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지만,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산을 깎는 등 환경파괴의 모순이 나타났다. 이때 들여온 방법이 영농형 태양광이다. 숲과 들을 훼손하지 않고 농사짓는 땅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면서 탄소중립에 기여한다.

 

  영농형으로 발전효율·농업지속성↑

  영농형 태양광은 일반 태양광에 비해 지면에 높게 띄워 설치되고 모듈 간 간격이 넓어 발전 효율과 농업 지속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태양광 발전 효율은 모듈의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안형근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폰도 발열이 심하면 성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태양광도 온도가 높을수록 효율이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모듈을 냉각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반 태양광은 전체 설치 면적에서 모듈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 등 모듈 간 간격이 좁다.

  영농형 태양광은 지면에서 최소 2.7m 띄워 설치되므로 냉각 효과가 좋고 발전 효율이 높다. 높이 띄운 태양광 모듈 하부에서는 기존의 농작물을 그대로 기른다. 남재우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이사는 “일반 태양광은 좁은 간격으로 설치돼, 태양의 고도가 낮은 겨울에는 앞 모듈의 그림자가 뒤 모듈을 가려 발전효율이 줄어든다”고 했다. 설치 면적 중에 모듈이 차지하는 비율을 30% 미만으로 하는 영농형 태양광에서는 거리가 충분히 띄워져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그늘이 생겨 농사에 방해가 되지 않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남재우 이사는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일조량을 조절하는 능동적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며 “지구 온난화 문제로 일조량이 지나치게 오르자, 프랑스 포도 농장에서 영농형 태양광으로 일조량을 조절한 것이 그 사례”라고 설명했다.

 

전라남도 보성군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의 모습. 아래쪽에 농사를 지으면서 발전효율을 높인다.

 

  농가소득 올리지만 과제는 ‘법제화’

  영농형 태양광은 농가의 소득 증대로도 이어진다. 가령 농지 1983㎡(600평)이면 전기 100㎾(킬로와트)를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 여기서 벼농사를 지을 때 예상 연매출액은 250만 원이다. 종자, 비료, 장비 등에 쓰이는 비용을 뺀 순수익은 대략 150만 원이다. 여기에 영농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면 전기 생산을 통한 순수익 800만 원(매출액 2500만 원)을 더할 수 있다.

  남재우 이사는 “태양광 발전 소득과 같은 농외소득을 통해 농민들의 수입이 늘어나면 농촌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늘어나 농업지속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인의 소유여야 하지, 농업인의 이익과 무관한 기업 위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서는 농업인이 영농형 태양광의 소유주가 되도록 보장받지 못한다. 영농형 태양광을 포함하는 법률체계 자체도 미비해,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대표발의한 ‘농업인 영농형태양광발전 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농업인들이 태양광 발전사업을 시작할 때 우선구매권이나 컨설팅 등을 지원받아 소득 향상과 재생에너지 생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에는 대략 60개 정도의 연구단지에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이 보편화된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남 이사는 “일본은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가 약 4000곳에 이른다”며 “우리나라가 일본과 접해 있어 작물의 종류나 성장 환경이 비슷한 만큼, 우리나라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명된다”고 설명했다.

 

  ② 수상 태양광

  “우리가 땅이 좁지 물이 없나”

  그린에너지엑스포의 부스 중에선 ‘스코트라’의 수상 태양광도 인기였다. 2년째 그린에너지엑스포를 찾고 있다는 경북대 에너지공학부 학생들은 관계자에게 수상 태양광의 원리와 환경문제 등의 쟁점에 대해 질문하며 관심을 보였다.

  수상 태양광은 물에 뜨는 부유체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시설이다. 육상 태양광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다. 수상 태양광은 물에 설치되기 때문에 설치되는 용지 면적의 한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발열도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육상 태양광은 장마 때 유실되는 등 토양이 해를 입는 경우가 많으나, 물에 설치할 경우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물속에서 부식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환경적인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져, 염해에 관한 제품 국제 성능시험(IEC 61701)을 통과한 태양광 모듈도 개발됐다. 안형근 교수는 “태양광 모듈을 생산할 때 유해한 중금속 중 하나인 납이 자주 쓰이지만, 국내 수상 태양광은 수중 생태계 보호를 위해 납 성분을 빼고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2012년 경남 합천군의 합천댐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이 상업화된 모델로서는 최초 사례다. 처음에는 500㎾를 발전하다가 작년부터는 그것의 80배가량인 41㎿(메가와트)로 규모를 키워 국내 최대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을 시작했다. 연간 최대 6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안 교수는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토지 면적이 좁은 대한민국에서는 수상 태양광이 좋은 대안이 된다”며 “작은 국토 면적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수상 태양광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댐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의 모습. 합천군의 상징인 매화를 형상화했다.

 

  “주민참여 북돋아 수용성 높여야”

  수질 오염과 경관 훼손을 이유로 수상 태양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수질 오염에 대해서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1년부터 9년 간 수상 태양광 실증 실험 모니터링을 통해 악영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엑스포 현장에서 질문을 받은 스코트라 관계자는 “수상 태양광이 설치되는 다목적댐은 음용수도 공급하는 용도”라며 “먹는 물인 만큼 대부분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며 매우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서는 지난해 3월 “댐 내 운영 중인 수상 태양광을 살펴본 결과, 모듈 간 간격 등을 통해 햇빛이 투과할 수 있는 충분한 수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며 “녹조 발생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수상 태양광이 보편화되지 않은 만큼 주민들의 우려는 지속해서 제기되지만,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꾸준히 설명을 내놓으며 오해를 불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관 훼손 문제도 주민들의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군위댐 인근 삼국유사면 주민들은 작년 말 한국수자원공사의 수상 태양광 설치 소식에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인각사, 아미산, 군위댐과 같은 문화관광자원으로 먹고사는 삼국유사면에 수상 태양광을 들이면 아름다운 경관이 훼손돼 관광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맥락이다. 이에 수자원공사에서는 패널 모양을 단순히 사각형이 아니라 꽃 모양으로 제작해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주민과의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모든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그렇듯, 수상 태양광 앞에 놓인 과제는 주민들과의 협업이다. 합천댐의 매화 모양 수상 태양광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투자 덕에 태양광 에너지 산업의 관광 자원화 성공사례로 꼽힌다. 주민들은 합천 수상 태양광 사업 비용에 4%가량 투자해, 20년 동안 투자금액의 10%를 매년 돌려받는다. 안형근 교수는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며 “해당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로부터 1㎞ 이내에 있는 주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는 등 주민과 상생할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 | 김영은 기자 zerois@

사진 | 문도경 기자 dodo@

사진제공 |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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