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소지자가 임용 규모 4배 넘어

교육부는 교원 양성 인력 억제

“학생 따라 교사까지 줄일 필요 없어”

 

  2021년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학령인구(만 6~21세)는 748만2000명이다. 2013년 939만7000명이었던 것에 비해 매년 그 수가 줄고 있다. 교육기관도 휘청이고 있다. 지방대학은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초·중 통합 학교 설립에 대한 논의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범대학 역시 교육기관에 닥친 위기를 피해 갈 수 없다. ‘학생이 줄면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신규 교원 채용 규모가 점점 작아지는 상황에서 사범대 학생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하홍범(사범대 영교21) 씨는 “사범대학 나오면 교사가 된다는 말은 다 옛말 같다”며 “교사가 되고 싶어 사범대학에 왔으나 교원 축소 등의 이유로 다른 진로도 고려 중”이라 밝혔다.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사회는 정말로 교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사회일까. 
 

  넘치는 공급 감당 못하는 임용고시

  “다들 재수, 삼수하면서 임용고시에 매달리고 있죠.” 정지호(사범대 역교16) 씨의 말처럼 임용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등교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많은 중등교원 인력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에 교사 수요가 급증했으며, 정부는 그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사범대학이 중심이 되어 교원 양성 기능을 수행했지만, 사범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일반대학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거나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필요한 강의를 수강하면 중등교원 자격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현재 교사에 대한 수요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학년도 임용고시 선발 인원은 중등교사 4410명, 특수(중등)교사 588명, 보건·사서·영양·전문 상담교사 2436명이었다. 또한 교육부는 2020년 ‘미래교육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교원수급 정책 추진 계획’을 통해 2024년까지 매년 4000명 내외의 신규 중등교원을 채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반면 중등교원 자격증 소지자는 매년 2만여 명씩 늘어난다. 2022학년도 중등 임용고시 일반 모집에서 국어는 14.75대1, 영어는 12.7대1, 수학은 10.35대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시의 경우 국어가 21.77대1, 영어는 17.91대1, 수학은 12.16대1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신현석(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가 될 수 있는 인력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것은 지금처럼 임용고시 경쟁률이 20대1을 넘는 것이 아니라 경쟁률을 2대1, 3 대1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라 언급했다.

 

2022학년도 서울시교육청 중등 임용고시 일반모집의 경쟁률은 10.41대1이었다. 교육부는 임용고시 경쟁률 적정화를 위해 ‘중등교원 양성 규모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2학년도 서울시교육청 중등 임용고시 일반모집의 경쟁률은 10.41대1이었다. 교육부는 임용고시 경쟁률 적정화를 위해 ‘중등교원 양성 규모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쟁률 적정화 위해 교원 양성 규모 축소

  정부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등교원 양성 규모 감축’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0년 교원양성기관 역량 진단(5주기)’을 진행해 C등급을 받은 학교에 대해서는 정원 30% 감축, D등급은 50% 감축, E등급은 교원 양성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감축 대상은 사범대학 및 일반대학 교육과 130여 명, 일반대학 교직과정 1800여 명, 교육대학원 1200여 명 등이었다. 이는 2022년 입학생부터 적용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을 통해 또다시 중등교원 양성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각 양성기관의 기능을 세분화함으로써 규모를 적정화하고자 했다. 일반대학 교직과정에서 공통과목(국어, 영어, 수학, 체육, 음악, 미술, 정보·컴퓨터, 기술, 가정, 사회, 과학 등) 과정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반대학 교직과정은 전문교과, 제2외국어, 신설·신규 분야, 비교과 중심으로 운영된다. 또한 교육대학원은 첨단·신규 분야 및 특수·비교과를 제외한 교원 양성 과정 자체를 축소하고 교육대학원의 기존 목적이었던 ‘ 현직 교사 재교육’ 중심으로 개편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교육부가 제시한 교원 양성 시스템 개선 방향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 한국교총 측은 “중등교원 자격증 취득 경로가 채용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교원 양성 목적형 대학으로서의 사범대학 운영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며 “다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전했다. 정지호 씨는 “최소한 교직 이수 인원을 제한한다면 임용고시 응시 인원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교육대학처럼 교원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경로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정책안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4주기 평가에서도 3000여 명의 정원이 감축됐으나 교원 수요가 줄어드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현석 교수는 “해당 평가는 4년에 한 번씩 진행되기에 효과가 당장 나타나진 않는다”며 “언제까지 정책 기조를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급진적인 정원 감축은 부담스러울 것”이라 분석했다.

  교사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차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사범대 학장인 김성일(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결심하는 시기도 이유도 다양하다”며 “하나의 경로만 허용하는 획일적인 방식은 교사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과대 20학번인 A씨는 대학 입학 이후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느껴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그는 “주변에도 대입 이후 교사의 꿈을 꾸게 된 사람이 많다”며 “교직과정을 통한 교원 양성을 제한하는 건 대학 진학 후 적성을 찾은 인재를 놓치는 일”이라 말했다.

 

  “미래교육 위해 오히려 교원 수 더 늘려야”

  교원 양성 규모를 무작정 줄이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교총은 교육부가 약 4500명이던 중등교원 신규 채용 규모를 2030년까지 3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한 것을 두고 사범대학의 급격한 정원 감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교총은 “급격한 정원 감축은 대학의 재정 건전성 악화와 교육의 질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학 교부금 증대를 통한 교육재정 보조 등 예산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오히려 더 많은 교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성일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었다고 해서 교사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라며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별화된 학습이 이뤄지는 환경에서 교사의 역할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미래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서 상담하고, 학생들에게 이 학습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것”이라며 “1대1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라 언급했다.

  실제로 ‘개인화된 학습’이 도입되면서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면 도입을 논의 중인 ‘고교학점제’는 학습자가 원하는 과목을 자신에게 맞는 수준에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양한 선택 과목이 개설되는 만큼 교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 발표된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 수급 관련 쟁점’에 따르면 국어, 영어, 수학을 제외한 과목 대부분에서 교원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현장 경험에 기반한 임용 필요”

  수요에 맞지 않는 교원 과잉 공급은 개인과 사회 양쪽 모두에게 아쉽다. 확신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몇 년간 임용고시에 매달리는 개인도, 유능한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사회도 부담이다.

  현 상황의 해결책으로 논의되는 것은 교원 수요를 늘리는 방안이다. 공급 억제보다는 교단뿐만 아니라 교원이 필요한 자리를 찾아 수요를 늘리자는 것이다. 신현석 교수는 “교원 확대는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다양한 부처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교원 확대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다른 부처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무 행정직이나 상담·복지 인력에 교원 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기 위주의 현 임용고시 제도가 많은 이들이 적성에 대한 고려 없이 수험생활에 뛰어들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일 교수는 좋은 교사로 성장하기 위한 현장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교육부가 실습학기제 도입을 논의 중인데, 교사자격증 취득 후 1~2년 정도 시보교사 역할을 수행하게 한 후 교사로 임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실습학기제’는 기존에 한 달 남짓인 교육 실습 기간을 한 학기로 늘려 학생들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임용제도가 현장에서 학습자 혹은 동료 교원에게 받은 평가에 기반해 교사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범대학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강대중 원장은 20일 본교에서 진행된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설립 50주년 기념 및 미래교육연구원 창립 기념 심포지움’에서 사범대학의 정체성이 ‘교육자를 양성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 원장은 “평생학습시대에는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교육자가 있어야 한다”며 “교육이 필요한 곳에 적시에 투입할 수 있는 사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엄선영 기자 select@

사진 | 강동우 기자 ellipse@

인포그래픽 | 김연수 기자 lotus@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