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경쟁률에 임용 포기하는 학생들

명확한 방향 없어 고민 깊어지기도

다른 진로 택해도 사범대 경험은 소중

 

  2022학년도 서울시교육청 중등 임용고시 일반모집의 경쟁률은 10.41대1이었다. 선발 인원은 590명이었지만 총 6142명이 지원한 것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임용의 문에,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사범대 학생들이 늘고 있다. 본교 사범대 21학번인 A씨는 “과에서 절반 정도는 임용고시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봉사나 교육실습 등 학교에서 요구하는 게 많아 다른 진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런 이유로 주변에는 휴학을 고려하는 동기나 선배들이 많다”고 했다. 사범대 학생들은 더 이상 임용만 바라보지 않는다.
 

  임용고시, 선택도 포기도 어려워

  치솟는 임용고시 경쟁률과 교원 축소 정책에, 사범대생들은 마음 편히 시험을 준비할 수 없다. 정지호(사범대 역교16) 씨는 여러 번 휴학했던 탓에 아직 임용고시에 제대로 응시해본 적이 없다. 주변엔 임용고시를 세 차례나 봤음에도 아직 합격하지 못한 동기들도 많다. 한 번 만에 합격하는 경우는 극소수고, 다들 시험에 여러 번 응시하고 있으니 걱정과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홍범(사범대 영교21) 씨는 공립 영어 교사를 꿈꾸며 영어교육과에 진학했지만, 선뜻 임용고시에 뛰어들겠다고 결정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임용 준비가 쉽지 않은 과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나서거나 사기업에 취업하는 등의 진로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임용과 취업을 동시에 준비할 때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사범대생 대부분은 2~3학년 때 진로를 한 방향으로 정하게 된다. 임용 공부를 선택하면 신임교원 채용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교사가 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고, 실패했을 땐 대학 졸업 후 새롭게 취업 준비를 해야 할 부담도 함께 짊어지게 된다. 하 씨는 “그렇다고 교사라는 진로를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아직 명확한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선택을 내리는 게 쉬운 과정이 아님을 언급했다.

  하홍범 씨는 아직 임용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학년이 아니다. 그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우선 다른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임용에 적합한 심화전공 대신 이중전공을 신청했다. 하 씨는 “많은 사범대 학생들이 이중전공을 신청하는 걸 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점점 좁아지는 임용의 문은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큰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고민 끝에 적성에 맞는 분야 찾아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기게 된 경우도 있다. 김종우(사범대 수교17) 씨는 사교육 강사를 꿈꾸고 있다. 그는 교사와 강사 중 본인과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두 직업을 비교했을 때, ‘가르치는’ 행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직업은 강사라고 생각했다.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을 전반적으로 챙겨줘야 하는 느낌이라면, 강사는 학생의 인성적인 측면보다 학습적인 측면에 더 집중하는 듯했다. 그는 “성격과 더 맞는 직업이 강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종우 씨는 현재 교육실습을 하는 중이다. 현직 교사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실습 과정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학생들이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터득할 수 있었다. 

  김종우 씨는 심화전공 과정을 선택했다. 최대한 빨리 졸업해 사교육계로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교육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심화전공을 선택한다. 물론 그 안에서도 차이는 있다. 그는 “전공선택 과목을 고를 때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필요한 과목 위주로 수강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적당히 학점을 채울 수 있는 과목을 많이 수강한다”고 했다.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교사라는 꿈에 확신이 있던 김채린(사범대 지교20) 씨는 점차 다양한 분야에 눈을 뜨고 있다. 대학에 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이 주어진 덕이다. 특히 학과 선배들이 CPA나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PD나 연구원 등 다양한 직종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임용고시를 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서울시 사회 과목 교원 신규 채용 TO는 한 자릿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임용고시에 도전하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다.

  명확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채린 씨는 좀 더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교사가 됐을 때의 단조로운 일상과 반복적인 삶이 본인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학을 배우는 것은 적성에 맞지만, 교직에 정말로 뜻이 있는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가 요즘 관심 있는 분야는 방송, 콘텐츠 제작이다. 교육 관련 방송이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생겼다. 그는 “임용고시를 준비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만약 준비하지 않는다면 방송 관련 직종에 도전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교사 아니어도 교육 실습 도움 돼”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를 바라보고 있지만, 사범대학의 목적은 ‘중등교원 양성’이다. 사범대생들은 ‘교사가 되기 위한 수업’을 듣는다. 본교 사범대 19학번인 B씨는 “모든 수업은 ‘학생들이 교사가 된다’는 전제하에 이뤄진다”며 “하나의 학문을 배우면서 다양한 진로 방향성을 고민해볼 수 있는 다른 학과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범대학을 선택했기에 당연한 일”이라 덧붙였다.

  교사를 꿈꾸지 않더라도 학생들은 사범대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아간다. 송정현(사범대 국교18) 씨는 ‘임용고시’가 아닌 ‘언론고시’를 택했다. 현재 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사실 그는 사범대에 진학할 때부터 언론인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아나운서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앵커’라는 직업을 동경해왔기 때문이다. 사범대 진학은 어머니의 의견을 따른 선택이었다. 송정현 씨는 “어머니는 안정적이고 존경 받는 삶을 살길 바라셨던 것 같다”며 “진학 당시에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교사를 희망하지 않는 그에게 매해 필수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 준비를 하는 게 다소 까다로운 일이긴 했다. 본교 사범대생은 졸업을 위해 적성검사 2회, 심폐소생술 2회, 한자 시험, 마약 검사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귀찮은 과정 속에서도 교육 실습은 송 씨에게 귀중한 경험이었다. ‘언론인’이라는 꿈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경험해보지도 않은 채 한 가지 목표만을 바라봤던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다.
 

  교육계 역시 사범대학에 입학하고도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사범대학은 교사가 되길 원치 않는 학생이 교원 자격증 취득을 포기하고 교육 실습 등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좀 더 다양한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김성일(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사범대학에서 배운 것을 다른 학문에 접목해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 말했다.

 

글 | 엄선영 기자 select@

일러스트 | 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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