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작해 세계 20만 명 사용

“무료서비스, 적자 나도 계속할 것”

블록체인 활용한 ‘선행플랫폼’ 목표

 

조수원 설리번플러스 대표는 “블록체인과 연동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선행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조수원 설리번플러스 대표는 “블록체인과 연동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선행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시청각 장애인이었던 미국의 작가 헬렌 켈러. 그의 선생님 앤 설리번의 이름을 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설리번플러스(Sullivan+)’는 카메라로 인식한 정보를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 등 시각 보조 가 필요한 사용자들에게 음성으로 안내한다. 2019 년 LG 유플러스와 제휴해 출시한 뒤 200여 개국에서 19개 언어로 20여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설리번플러스는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2021년 정보문화유공국무총리 표창, 2022년 글로벌 모바일 어워즈 접근성·포용성 위한 최고의 모바일 사용사례 등을 수상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설리번플러스 조수원 대표를 만나 설리번플러스의 성장 과정부터 미래 비전까지 물었다.

 

  - 설리번플러스는 어떤 서비스인가

  “시각장애인이 보조기기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일상생활을 돕는 앱이다. 방 안을 스캔해 리모컨과 같은 물건을 찾거나, 택배나 고지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해 명함이나 책을 읽어주거나 사람의 성별, 나이, 표정 등을 알려준다. 탑재된 AI가 우수한 성능이 아니다 보니 ‘20대 여자가 웃고 있습니다’와 같이 단순한 문장만 구사하지만, 사용자들은 만족한다. 갤러리에 있는 사진이나 지인이 보내준 사진을 설리번플러스를 통해 확인하게 된 한 사용자가 ‘보이는 사람은 별거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한텐 별거다’라고 해 보람을 느꼈다.

  현재 19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에는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러시아어로 시작했는데, 힌디어, 아랍어, 페르시아어, 체첸어 등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자동번역기로 번역되다 보니 우스꽝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러다 이탈리아 사람 한 명에게 메일이 왔다. 시각장애인인 여자친구를 위해 번역을 돕고 싶다는 거였다. 선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 현재는 19명의 자원봉사자가 번역 교정작업을 돕는다.

 

  - 설리번플러스를 시작한 계기는

  “사람들은 원대한 포부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정말 어쩌다가 시작했다. 중소기업에서 20년간 일하다가 벤처기업인 투아트를 세우고 AI 기반의 딥러닝 이미지 인식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다 개발자 직원들의 친구 한 분이 갑자기 시각장애인이 된 뒤로 집에만 머물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 사연을 접했다. 도와줄 방법을 찾던 중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카메라로 사람의 표정을 인식해 나이와 기분을 알려주는 ‘씨잉 (Seeing) AI’를 아이폰 용으로 출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한국에선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았고, 언어도 영어만 제공됐다. 이런 유용한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쓸 수 있도록 ‘씨잉 AI’를 벤치마킹해,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한 게 설리번플러스였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도 금방 할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 UI를 세 번이나 바꿨다

  “처음에는 접근성의 개념을 모르고 기본적인 인식과 안내 기능만 개발했다. 그래도 시각장애인들이 설리번플러스를 지지하며 후기를 남겨준 게 기억에 남는다. 출시 초기 커뮤니티 후기 중에 ‘써봤는데 되는 게 없었다’는 불평 글이 하나 게시됐는데, 다른 사용자들이 댓글로 “연습하느라 시간은 걸렸어도 정말 괜찮은 서비스다. 뭘 배웠으면 연습을 해야지 남 탓이냐”며 옹호받은 것도 기억난다. 출시 이후 사용자들이 준 피드백을 바탕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버튼마다 설명을 붙이는 건 기본이었다. 시각 장애인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한 줄로 나열된 기능들을 계속해서 넘기며 찾기 때문에 그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고민했다.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웹와치’라는 웹 접근성 품질인증 기관에서 인증을 거치며 업데이트했다.”

 

  - 무료 앱인데 수익을 낼 수 있나

  “설리번플러스는 무료 앱인 데다 광고도 없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므로 시각 광고를 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 오히려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든다. 초기에는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월 3달러의 구독료를 받을 생각도 했다. 그런데 사용자들의 메일을 받고 직원들도 구독료를 받지 말자고 말렸다.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사용자들이 “설리번플러스 덕분에 시험공부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는 내용을 담아 온 감사 메일이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월 1달러도 부담인데, 장애인이면 경제적으로 더 취약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서비스를 계속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개발해, 9월 베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 어떤 방향으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사용자를 늘리면 수익을 창출할 방법이 생긴다.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을 도우려는 정안인(正眼人)들을 유입하고자 한다. 현재는 AI를 통해 단순한 시각 정보만을 제공하는데, 정안인들이 풍경 사진을 보고 세밀하게 묘사해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틈날 때 접속해서 가능한 만큼 글을 남기면, 이러한 ‘선행’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객관적인 증빙까지 이어지도록 할 예정이다. 사용자의 참여만큼 NFT를 발행해, 관련 기관에서 봉사시간으로 인정하거나 제휴 기업에서 보상을 주는 식이다. 이렇게 시각장애인과 정안인 모두가 참여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커뮤니티로 성장한다면 그게 진정한 배리어프리 아닐까. 한 마디로 ‘블록체인과 연동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선행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글 | 김영은 기자 zerois@

사진제공 | 조수원 설리번플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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