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인근 식당 평균 19.3%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에 어쩔 수 없어”
지출 줄이기 위해 소비 형태 변해

 

 서울캠 주변 식당 사장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려야했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른햇살, 미스터국밥, 알레스카에 서 온 연어가 맛있는 집, 백소정.

  물가상승으로 변한 학생 생활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정경대 후문에서 박진혁(공과대 건축사회17) 씨는 점심을 먹기 위해 평소 즐겨 찾는 ‘고른햇살’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다. 자리에 앉아 참치김밥과 치즈라볶이, 토종순대를 주문했다. 올해 초 고른햇살이 자리를 옮기며 참치김밥은 3500원으로 500원 올랐다. 지난달 9일에는 4000원으로 한 번 더 인상됐다. 치즈라볶이와 토종순대 또한 가격이 1000원 상승했다. 지난 3년간 고른햇살 메뉴는 대부분 1000원 정도 인상됐다.

  박 씨는 정후 근처에서 자취하며 주로 가성비 좋은 식당에 가곤 했다. ‘고른햇살’, ‘비야’, ‘동우설렁탕’, ‘서울쌈냉면’ 등이다. 그가 좋아하는 “정 많고 푸짐한 안암”에 어울리는 곳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직접 밥을 해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생활비는 그대로인데 식당 메뉴들은 다 올랐기 때문이다. 직접 요리하는 것도 원재료 가격이 만만치 않게 상승해 부담은 여전하다. 박 씨는 “가끔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식당에 가는 것과 가격이 비슷하다 느껴 난감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8.3%, 전쟁 이후 9.6% 올라

  본교 서울캠퍼스 주변인 △참살이길 △개운사길 △정문·고대사거리·종암동 법대 후문에서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3년 이상 운영 중인 식당(술집, 카페 제외) 53곳의 주요 메뉴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을 조사했다. 평균 가격 상승률은 소수점 두 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8월과 2021년 8월의 주요 메뉴 가격을 비교한 결과, 2년 사이에 인근 식당 가격 상승률은 평균 8.3%로 나타났다. 2021년 8월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인 2022년 8월을 비교하면 상승률은 평균 9.6%였다. 2019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3년 사이 식당 메뉴 가격은 평균 19.3% 올랐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메뉴 가격이 오른 주요 식당은 고른햇살, 비야, 동우설렁탕 등이다. 모두 1000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고른햇살 측은 “코로나로 인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니다”며 “2년 동안 오른 물가에 자연스레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가격이 오른 식당은 ‘연어이야기’, ‘토담’, ‘유자유’ 등이다. 정문 근처 식당 연어이야기의 ‘숙성연어회 小’는 전쟁 전 2만 3000원이었다. 지난 7월 해당 메뉴는 3만 5000원으로 인상됐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유자유는 지난달 주요 메뉴를 1500원 인상했다. 유자유 사장 임정택(남·57) 씨는 식자재비가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당분간 더 인상할 예정은 없다”고 전했다. 대표메뉴 가격이 1000원씩 오른 토담 사장 서순희(여·60) 씨는 원자재 상승뿐 아니라 인건비도 부담이라 밝혔다. 서 씨는 “저희 부부를 포함해 3명이 일하고 있다”며 “아주머니 월급을 주고 나면 우리에게 남는 돈은 한 명 월급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물가상승에 적응하는 학생들

  김다은(미디어18) 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평소 백주년기념관에서 공부한다. 김 씨는 개운사길 쪽에서 자취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점심시간이 될 때쯤 식사를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김 씨는 새내기 시절, 주변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안암 상권의 물가상승에 대해 “대학가 식당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며 “최근 가성비를 많이 따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식당에 직접 가기보다는 배달을 시켜 먹거나 요리해 먹는 편이다. 배달 음식도 최근 가격이 올라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식자재를 직접 사는 게 혼자 사는 자취생에게 부담이라 밀키트를 산다. 그는 “밀키트 가격이 1, 2학년 시절 인근 식당 가격과 비슷하다”고 평했다. 현재 김 씨는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구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또한 제휴사 쿠폰을 사용하거나 여러 혜택을 확인한 후 카드사를 옮겨가며 생활비를 절감한다.

  오른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조현욱(사범대 수교19) 씨는 스스로 하루 1만5000원 식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조 씨는 “안암 근처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자니 가격이 꽤 비싸다”며 “아르바이트비는 안 오르는데 가격 인상이 부담돼 쓰는 돈을 줄였다”고 말했다.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는 김민진(미디어21) 씨는 최근 편의점이나 학생식당, 한솥 같은 프랜차이즈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는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가격이 상승한 식당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김 씨는 “굳이 비싼 식당에 가는 것보다 편의점에 가 돈을 아낀다”며 “한 끼를 든든하게 먹고 다음 끼니를 챙기지 않는 때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관람 등 여가 생활을 줄이고 생활비 충당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민하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 주변 식당의 전반적인 가격 인상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식당 입장을 이해하고 있었다. 박진혁 씨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불가피한 선택이기에 이해한다”며 “새내기 때 느낀 ‘정 많고 푸짐한 안암’과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다은 씨는 “가성비 좋은 대학가 식당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토담 사장 서순희 씨는 “개강 직전 가격을 인상해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가격 인상을 학생들이 담담히 이해하고 받아들여 줘 고맙다”고 전했다.

 

글 | 오찬영 기자 luncheon@

사진 | 강동우·문원준·김태윤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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