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하늘에서 다섯 개의 행성을 모두 볼 수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아홉 개의 행성 중에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다섯 개뿐이다.  오래 전부터 이들 다섯 행성을 가리켜 오행성이라 불렀고, 점성술이나 토속 신앙 속에서는 해와 달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신으로 여겼다. 이들 다섯 개의 행성이 이번 주 저녁 하늘에 서쪽에서 동쪽에 걸쳐 보이게 된다.

오행성과 관련돼 가장 많이 알려진 현상은 그랜드 크로스와 그랜드 얼라인먼트이다. 그랜드 크로스는 행성들이 십자가 형태로 모이는 것이고, 그랜드 얼라인먼트는 행성들이 한 곳에 일렬로 늘어서는 현상이다. 지난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신봉했던 사람들은 그랜드 크로스 현상이 일어나 지구 종말이 온다고 믿기도 했다. 또한 2000년 5월에는 다섯 개의 행성이 거의 한 곳에 모이는 그랜드 얼라인먼트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3월 하순의 오행성 현상을 굳이 설명한다면 느슨한 형태의 행성 얼라인먼트라고 할 수 있다. 다섯 개의 행성이 한 하늘에서 일직선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역사 속에 등장했던 행성 얼라인먼트들이 팔을 뻗었을 때 손바닥 정도의 각도(약 20도)에 다섯 행성이 모두 모여 있던 것에 비하면 이번 행성 얼라인먼트는 다소 초라한 느낌이 든다. 서쪽 하늘에 수성과 금성이 가까이 있긴 하지만 화성과 토성을 거쳐 목성에 이르게 되면 이미 하늘 반대쪽인 동쪽 하늘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3월 하순의 행성 얼라인먼트는 평소에 보기 힘든 오행성을 저녁 하늘에서 한번에 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들 행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보는 것이 일반인에게도 쉬운 일일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수성이다. 수성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전령의 신 머큐리의 이름이 붙은 것처럼 태양계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행성이다. 또한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의 옆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태양에서 가장 멀어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존재를 확인하기가 무척 힘들다. 이번 3월 29일이 바로 수성의 동방 최대이각이다. 동방 최대이각이라 하면 수성이 태양의 동쪽으로 가장 멀어져 있는 때라는 뜻이다.

따라서 수성을 보기 위해서는 해가 지는 쪽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수성은 어둠이 내릴 무렵 해가 진 쪽의 지평선 위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어둠이 내리고 나면 얼마 되지 않아 수성이 바로 지기 때문에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은 수십 분을 넘기 어렵다.

서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것은 바로 태백성으로 알려진 금성이다. 금성은 일등성이라고 불리는 가장 밝은 별들보다도 1백배 이상 밝기 때문에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수성에서 금성을 따라 진행하다 만나는 붉은 색 별이 바로 화성이다. 토성은 남쪽 하늘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있고, 동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것이 바로 목성이다.
수성을 제외하면 다른 행성들은 평소에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행성 얼라인먼트의 주인공은 역시 수성일 것이다. 저녁 하늘에서 이들 모두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32년 후에나 가능하다.

이태형(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겸임교수, (주)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