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학들은 많은 시간강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하는 한국대학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계약조건 하에서 일하는 전임강사들(보통 2~3년 정도로 계약을 갱신하는 강사, 장기간 또는 종신으로 고용된 강사)과 (신분의 영구적 보장과 함께 일종의 명예직을 의미하는) 교수들이 교육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영국의 강사들은 업무과다와 신분의 불안정 등에 대한 불만을 종종 토로하곤 하는데, 일례로 얼마 전 필자가 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만난 영국인 교수는 영국에 모든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대학의 처우나 연구 환경에 만족하지 못해서 홍콩 대학에서 6년째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고등교육 담당인력의 유출은 영국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이야기가 됐다. 영국 정부는 2002년에만 1천여명의 영국 대학 강사들이 다른 지역에 일자리를 잡아 영국대학을 떠났다고 밝히고 있는데, 대학교원노조는 실제로는 그 수가 2천여명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처 이후의 신자유주의적인 고등교육 정책은 고등교육 종사자들에게 끊임없는 불만의 뿌리가 되어온 듯 하다. 7개의 영국 대학 교원 노조 중 대표격인 AUT (The Association of University Teachers: 대학 강사 연합)는 대학들의 새 임금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2월 23~27일에 걸쳐 영국 전역의 대학들의 노조 수업거부 및 대중 집회 등의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미 다른 4개의 대학교직원노동조합도 AUT의 주장에 동조했다.

대학교원노조 AUT는 파업 후 열린 지난 3월 총회에서 대학 측의 평균 6.44%인상안을 거부하고 2년간 12%이상의 임금 인상을 골자로 한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이 안은 구체적으로는 27,194 파운드 선(한화로 약 5천7백만원선)의 최저연봉과 파업참여자에 대한 무처벌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AUT 소속 구대학 (the old universities) 노조원들은 학생들의 시험 채점을 거부하는 방식의 보이콧을 계속 해오고 있지만, 학생들의 커리어 계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여론 등을 고려해 적어도 당분간은 이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AUT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임금협상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총장협의회 (The Universities and Colleges Employers Association)는 최근 AUT의 수업거부기간 동안의 파업참여율이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실제로 AUT의 보이콧과 수업거부 등의 행위가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대학총장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이 대학의 임금체계의 현대화와 고등교육 재정 불안에 대처하는 합리적인 방안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교원들 사이에서도 직능별로 또는 소속 대학별로 이견이 있어 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듯 하다.

설령 극적으로 이번 임금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국가단위연구평가(RAE)에 기반한 경쟁적인 연구성과의 요구와 직업적 불안정성에 지쳐있는 많은 대학교원들(특히 대학 강사들)의 직무만족도를 근본적으로 향상시키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윤경원 (런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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