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장애인 기본권 보장하라

재학생 A다수 불편 초래해 반감

정부 대화 나서면 연내 해결도 가능

 

지나가던 시민이 장애인 권리 예산 홍보 포스터를 유심히 읽어보고 있다
지나가던 시민이 장애인 권리 예산 홍보 포스터를 유심히 읽어보고 있다

 

  “지하철을 늦추든 아니든 다 두렵죠. 욕먹으면 다 두렵고 무서워해요.” 지하철을 수십 차례 멈춰 세운 전장연은 변화를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지하철 역사로 향한다. 지하철 지연으로 시민의 불편이 계속되자 시위 방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대표=박경석, 전장연)는 지난 2021 12월 시위부터 80차례 넘게 지하철을 오르내렸다. 전장연은 2007년 결성돼 지금까지 줄곧 장애인 이동권 보장, 탈시설 예산 배정 등을 골자로 하는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해 집단행동을 벌여 왔다. 지난해 2 20대 대통령 선거 무렵부턴장애인 권리 기획재정부 예산으로 보장을 외쳤다. 2005년 제정된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2007년 국가 계획으로 수립된 3차례의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다. (본지 1944호 사회면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다” 21년의 외침’)

 

  전장연 시위 방식은 정당하나

  전장연의 시위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방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지연으로 인한 시민의 민원이 9167(지난해 12 15일 기준)에 달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역시 지난달 2일 박경석 대표와 간담회서진정한 약자는 시민입니다라는 민원도 접수됐다며정시성이 생명인 지하철을 84번이나 멈춘 전장연은 굉장한 사회적 강자라고 주장했다. 5호선을 타고 통학하는 본교 재학생 A씨는 지난해 2학기 내내 아침마다 지하철 위치 확인 앱을 확인해야 했다. “지난 10, 11월 두 차례 지하철 시위로 인해 학교 수업에 늦었다죄 없는 시민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내해야 하니 장애인단체가 안 좋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4호선을 타고 통학하는 B씨도장애인단체의 기습 시위로 수업에 2시간이나 늦게 들어간 적이 있다교수님이 이해해줘서 괜찮았지만, 면접이나 중요한 미팅이 있는 직장인은 엄청 난처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시위는 처음부터 사회적 불편을 전제로 한 행위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는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 정의하고 있다. 김제완(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사람들이 시위 때문에 피해를 보기도 하고 비용도 들겠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이를 용인한다는 뜻이라며사회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시위를 막으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땐 대개 비례성을 따지게 된다. 시위로 변화를 요구하는 법률이 현재 침해하는 법익과 시위가 침해하는 법익 간에 균형이 맞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오현철(전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지하철 시위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라며시위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하더라도 소수자의 권리를 얻기 위한 투쟁 방식이 과도한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지하철 지연이 효과적인 방법은 아냐

  전장연이 2021년 말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작한 후, ‘장애인 권리를 언급한 전국 일간지와 방송사의 보도가 매년 수백 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203(1990 1월부터 올해 3 10일까지 빅카인즈 집계)까지 늘었다. 사회적으로 관심은 끌었지만, 시민의 공감과 호의적 반응을 모두 얻진 못했다. A씨는장애인 이동권, 탈시설 예산을 요구한다고만 알고 있다시위가 불편을 초래하다 보니 그들의 의도에 공감하기보단 반감이 먼저 들었다고 답했다.

  정당한 시위라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준다면 시위 방식에 관해 고민할 여지가 있다. 김락환 한국교통장애인협회장은전장연이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장애인 인식 개선에 먹칠을 하고 있다장애인 단체마다 의견이 다른 사안임에도 본인들의 의견 관철을 위해 지하철을 멈춰 세우는 것은 잘못이라 비판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역시“30여 년간 장애인 인권신장, 사회적 약자의 편의 증진을 위해 수많은 사업을 추진했다상습적이고 장기적인 극렬투쟁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위의 목적이 인식 개선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김제완 교수는여러 사람에게 사회적 문제를 알리는 게 시위의 목적이기 때문에 이목을 끄는 방식으로 해야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오현철 교수는 저서 <시민불복종-저항과 자유의 길>에서영국의 철학자 혼데리히는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는설득의 강제도 시민불복종에 해당한다고 보았다고 전했다. 장애인 권리 예산이 반영될 때까지 지하철을 멈춰 세우는 것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의 사회적 비용을 높여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전장연의 시위는 정부와 정치권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만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21 12 31일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된 후, 지난해 발의한 10개의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은 최혜영 의원이2020 12월 발의하고서 아직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안,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 역시 4명의 의원이 제안했으나 소관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거나 일부는 심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우리가 지하철을 세우든 무엇을 하든 항상 똑같았다며 정부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 타임라인

 

  탑승 시위 멈출 대안 같이 찾아야

  김제완 교수와 오현철 교수는시위의 책임과 해결 주체는 시민도, 장애인도 아닌 정치라고 입을 모았다. 박 대표는 결정권자의 의지를 강조했다. “단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을 지키기 위해 점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만 하면 연내에도 해결될 문제에요.”

  정치권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였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약자의 눈(대표의원=김민석)’ 2023장애인 이동권을 집중 의제로 선정하고 지난달 24일부터자유로운 이동권 실현을 위한 시민 대화를 시작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국회 보건복지위원회나 의원 개인 차원에서 여러 장애인단체의 요구를 듣고 반영하려 노력했다면서도지하철 시위로 인한 갈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많은 의원이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했으니 앞으로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도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을 당론 차원에서 중점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일에는 김상한 서울특별시복지정책실장과 전장연 상임대표단이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가 진행한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 방식을 바꿔 진행하기로 했으나 전장연의 4가지 의제인지하철 리프트 추락 참사 및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 미이행 사과 △UN 탈시설가이드라인 간담회 개최기획재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2024 서울시 장애인 권리 예산 및 정책 요구 반영은 협의 없이 추후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우겠지만 시위 방식은 고민해보겠다면서도우리가 고민하는 만큼 문제에 책임 있는 사람(정치권)도 변해 달라고 전했다. 이어구체적인 절차와 계획을 협의하고 대화에 나서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염민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대외협력국장은장애인 정치대학원 운영 등을 통해 지도자 양성에 노력했고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등 여러 장애인 대표들이 지자체나 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다입법 활동을 통해 직접 영향을 주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수현 기자 iamsoo@

사진나지은 기획2부장 it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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