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도입하는 교수도

정보 생성에 한계 존재

“AI가 풀 수 없는 문제 필요”

 

 

  ‘ChatGPT’의 등장으로 대학 교육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새로운 분야의 학습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한편, 과의존으로 인한 학습 역량 감소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권석준(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ChatGPT가 대학 교육 전반뿐만 아니라 대학원 과정에서도큰 파급을 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ChatGPT 열풍

  ChatGPT는 OpenAI가 지난해 11월 30일 공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이다. ChatGPT는 사용자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답을 생성하는 언어모델이다. 베타 서비스 단계임에도 출시 일주일 만에 1000만 명, 2개월 만에 1억 명의 가입자를 모을 정도로 ChatGPT에 대한 관심이뜨겁다.

  ChatGPT는 초거대 AI ‘GPT-3.5’를 기반으로 해 뛰어난 답변 생성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작문과 코딩에 능하다는 평이다. 미국 의사면허와 로스쿨 시험을 통과할 성적을 거뒀다는 연구도 나왔다.

  지난 14일엔 ‘GPT-4’가 새롭게 공개되고 유료 서비스인 ChatGPT plus에 적용됐다. GPT-4는 기존 GPT-3.5와 달리 이미지를 입·출력할수 있다. 그림을 인식하고 답을 도표나 일러스트로 생성해내기도 한다. *토큰(token)의 개수가 기존 2048개에서 3만2000개까지 늘어 더 긴 문장을 입력받을 수 있게 됐다. 유환조(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GPT-3가 한 페이지 정도의 글을 요약할 수 있다면, GPT-4는 한 챕터를 요약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답변 성능 역시 크게 개선됐다. 유 교수는 “생물 올림피아드 문제에서 GPT-3는 상위 31%의 성적을 보였다면 GPT-4는 상위 99%의 결과를 기록할 정도로더 정확해졌다”고 평했다.

 

  “지식을 쌓는 과정이 편리해져”

  학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ChatGPT를 활용하고 있다. ChatGPT 커뮤니티 ‘ChatGPTers’를 운영 중인 김욱영(공과대 융합에너지21) 씨는 “ChatGPT에 대학생 수준으로 답변해달라고 요청하면 30분 이상 직접 검색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답변을 해준다”며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이 단순하고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코딩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김 씨는 “코딩을 모르지만 코드를 ChatGPT에 붙여넣고 설명을 요청하면 쉽게 설명해준다”며 “마치 ‘한국어-코드’ 번역기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에 재학 중인 A씨는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듯 ChatGPT에 글을 교정해달라고 명령하면 글을 매끄럽게 바꿔준다”고 언급했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작성할 때도 ChatGPT가 활용되고 있다. 임희석(정보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논문을 작성할 때 ChatGPT에 평가를 맡겨 도움받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차경진(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ChatGPT를 튜닝하고 논문에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줬을 때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ChatGPT를 학습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교수도 있다. 마동훈(미디어학부) 교수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화’ 수업에서 ChatGPT를 워크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평소 토론 수업을 강조하는 마 교수는 “토론 주제에 대한 ChatGPT의 답을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학생들의 창의적인 답변을 유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차경진 교수 역시 “과제를 내줄 때 ChatGPT의 가장 좋은 답변을 함께 제시해 그보다 더 깊이 있는 과제를 제출하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흐름에 따라 활용 권장해야

  본교는 지난 16일 ‘AI 기본 활용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나, 수업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학습 목표에 따라 개별 수업의 교수자가 생성형 AI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명시됐다. 또한, 강의계획서에 AI 활용 원칙을 명시하고 학생에게 명확히 전달하게끔 했다.

  교수들은 대부분 학습에서 ChatGPT 활용을 전면 금지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호남대 AI융합대학장인 백란(호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GPT-4까지 공개된 시점에서 ChatGPT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세계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선 ChatGPT 활용을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에 사용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GPTZero’나 ‘DetectGPT’ 같은 감지 프로그램의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환조 교수는 “ChatGPT는 확률에 의해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매번 다른 답변을 생성해낸다”며 “해당 글을 ChatGPT가 작성했는지 인간이 작성했는지를 감지 프로그램이 분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석준 교수도 “학습을 위해 구글링하는 것을 막을 수 없듯, ChatGPT 사용을 막을 방법이 없고 그럴 권리도 없다”고 언급했다. 미국 워싱턴대는 AI 활용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합의된 방식의 ChatGPT 사용을 허용한 바 있다.

 

ChatGPT가 생성한 데이터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몫

  환각·표절 가능성 유의

  여러 대학에서 ChatGPT 활용을 허용하면서 올바른 AI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백란 교수는 “ChatGPT는 전문지식이 부족한 질문을 하면 질이 낮거나 틀린 정보를 생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질문을 정교하게 하는 능력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 말했다. 검색 범위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다. 차경진 교수는 “ChatGPT를 그냥 활용했을 땐 크게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결과만 생성하도록 하자 자료 조사가 굉장히 편해졌다”고 말했다.

  ChatGPT가 틀린 정보를 생성하는 경우도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 ChatGPT는 최근의 정보와 전자화되지 않은 정보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ChatGPT가 학습한 온라인상의 정보가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학습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아무 답변이나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 ChatGPT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맥북 프로 던짐 사건을 알려줘’라 질문하자 “국자감에서 문서 작업을 하다 작업이 중단되자 세종대왕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맥북 프로를 던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문적인 질문에서도 환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권석준 교수는 “해당 분야를 전공한 교수들은 대부분 ChatGPT가 생성한 결과물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대학원생이나 학부생이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AI 리터러시가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변순용(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ChatGPT가 생성한 데이터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몫”이라고 말했다.

  ChatGPT의 답변을 그대로 과제나 논문에 사용하는 것 역시 조심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답안을 생성하는 경우가 많아 표절이나 대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희석 교수는 “AI가 생성한 문장이 누군가의 논문이나 연구결과의 문장과 일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ChatGPT와 같은 AI가 생성한 텍스트나 이미지를 논문에 활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네이처>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AI를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학습 역량에 대한 고민도

  한편, 교육계에선 ChatGPT 과의존으로 학생들의 학습 역량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항공대에서 ‘인공지능’ 수업을 진행하는 유환조 교수는 “ChatGPT가 영어 다음으로 많이 학습한 언어는 ‘파이썬(Python)’”이라며 “과제를 직접 구현하며 인공지능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터득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ChatGPT로 과제를 제출할까 우려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과제의 난이도가 높아 아직은 ChatGPT가 올바른 코드를 생성해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널리즘 글쓰기’를 진행하는 김학순(미디어학부) 교수는 “글쓰기 역량을 키워야 하는 수업이기에 ChatGPT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공지했다”고 전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는 집에서 작성해 제출하는 과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업 중 과제와 구술시험 등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ChatGPT는 과제와 시험 방식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악용을 막기 위해 ChatGPT가 풀 수 없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마동훈 교수는 “ChatGPT가 쉽게 답할 수 있는 과제나 시험문제는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다. 변순용 교수는 “오픈북 시험의 본질이 학생의 사고와 판단을 물어보는 것이듯 오픈AI 시험 역시 충분히 제시될 만하다”고 말했다.

  권석준 교수는 모델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월 20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ChatGPT plus를 사용하는 학생과 무료 버전을 사용하는 학생의 학습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ChatGPT plus는 가장 최신 AI인 GPT-4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배상현(서울대 산림과학23) 씨는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어도비를 지원해주듯 ChatGPT plus를 학교나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유환조 교수는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에서도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어 수업에서의 AI 사용 여부와 활용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교육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변순용 교수는 “알고리즘과 AI의 시대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며 “과거부터 추구해온 인간다움과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간다움이 무엇일까를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큰(token): 자연어 처리 과정에서 문법적으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언어요소. 언어학의 형태소와 유사한 개념.

 

글 | 조형준 기자 jun@

일러스트 | 김정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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