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탄력근무제 시행 중

서울대·연세대·카이스트 등 도입

“연구 업무 특성 고려해야”

 

오후 6시 37분, 본교 전문연구요원이 하나스퀘어에 위치한 지문인식기를 통해 퇴근 처리를 하고 있다.
오후 6시 37분, 본교 전문연구요원이 하나스퀘어에 위치한 지문인식기를 통해 퇴근 처리를 하고 있다.

 

  본교 전문연구요원들이 유연근무제 도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대 등 이미 제도를 도입한 대학들은 전산시스템 구축, 구성원들 간 합의를 필요 요건으로 꼽았다.

  전문연구요원 유연근무제 관련 문의가 본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회장=이정우) 홈페이지에 지난달 22일에 올라왔다.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카이스트 등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유연근무제에 고려대만이 보수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일반대학원 학생회가 해결에 힘써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관련 민원에 대한 대학원 행정팀의 회신을 지난 8일 공개했다. 회신에서 대학원 행정팀은 “출퇴근은 지문인식으로, 그 외 업무는 수기로 진행하고 있어 유연근무제 시행이 어렵지만 아예 시행하지 않을 계획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문연구요원은 자연계 석박사 졸업생들이 군 복무 기간 동안 군 복무 대신 연구기관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하는 제도로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행정규칙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의 관리규정’ 제32조 6항은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은 주 40시간 유연근무를 실시할 수 있으며, 1일 복무 시간은 최대 12시간 이내로 하되 출퇴근 관리 등 세부 운영사항은 자연계 대학원 또는 과학기술원별로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력근무제로는 무리”

  본교는 전문연구요원의 1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본 근무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다. 탄력근무제는 기본 근무시간에서 일정 시간을 당기거나 늦출 수 있는 제도다.  현재 본교는 출근 시간을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30분 단위로 탄력 근무 신청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본교 전문연구요원들은 탄력근무제가 업무에 지장을 준다고 주장한다. 유연근무제 관련 문의를 게시한 본교 전문연구요원 A씨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연구 업무 특성상 그 시간에만 근무하고 집에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하루에 근무시간을 8시간만 인정해주는 방침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전문연구요원은 지문인식으로 출퇴근을 관리하지만, 해당 시간이 실제 퇴근 시간은 아니다. 본교 전문연구요원 B씨는 “바쁠 때 오후 7시쯤 퇴근 지문을 찍고 새벽 3시나 4시쯤 집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과 근무와 부족한 휴식 시간으로 건강에도 무리가 간다. 본교 전문연구요원 C씨는 “매일 근무시간이 들쑥날쑥한데 출퇴근 시간이 고정돼 있어 수면 불충분과 컨디션 난조로 건강이 악화됐다”며 “유연근무제가 시행되면 밤샘 작업을 해도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성과나 학부생의 본교 대학원 기피 현상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A씨는 “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본교만 시행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피해 전체적 연구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연근무제 시행이 전문연구요원 복지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본교 전문연구요원 D씨는 “업무 특성상 하루에 8시간씩 5일 일하는 경우보다 3~4일은 일을 많이 하고 1~2일은 여유로운 경우가 많다”며 “유연근무제는 효율적 근무가 가능해 학생들의 복지도 향상될 것”이라 주장했다. 

 

  도입 대학, 소통·화합 강조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성균관대는 전문연구요원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세부 운영사항과 도입 시기는 다르지만, 연구 효율성 증대와 대학원생의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서울대는 지난해 1월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서울대 측은 “심야 연구나 장기간 프로젝트 등 대학 연구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기업 근무시간과 동일하게 설정된 복무 시간이 부실 복무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대 전문연구요원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서 사전에 승인받은 시간에 출근하며 하루 근무시간은 4시간에서 12시간까지 인정된다. 서울대 측은 “출근 시간을 사전 지정하는 이유는 지도교수가 각 요원의 출근 시간을 알아야 업무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지난해 2월 해당 제도를 도입한 카이스트 측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연구환경 특수성을 고려해 연구 요원의 집중도 향상과 연구 자율성이 존중되는 근무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본교 대학원 행정팀은 유연근무제 선행과제로 전산프로그램 도입을 꼽았다. 다른 학교들도 전산화 시스템 구비가 제도 도입의 필수 관문이었다. 법 시행 후 20여 일 만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서울대 측은 “기존 손혈관인식시스템으로 복무를 관리하고 전산프로그램을 구축해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연세대 측은 “전문연구요원 유연근무제 도입은 상반기부터 검토됐으나 포털시스템 개편을 위해 부득이하게 12월부터 적용한 것”이라 밝혔다. 연세대는 점검 및 관리를 위한 행정 시스템 구비와 전문연구요원 업무 전담 행정인력 수반을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해 필요한 요건으로 꼽았다. 연세대 측은 “제도 시행 후 전문연구요원의 복무 환경을 개선하고 운영 시스템을 효율화해 행정 서비스 만족도가 개선됐다”고 전했다.

  도입 대학들은 구성원 간 소통과 합의를 강조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3월부터 해당 제도에 대한 전문연구요원·지도교수·행정부서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한 후 지난해 5월 제도를 시행했다. 성균관대 측은 “전산화 시스템은 부차적 문제고 당사자 간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뚜렷한 민원 없이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측 또한 “구성원 간 논의와 병무청과 협의를 거쳐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본교 전문연구요원 사이에서는 유연근무제 도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D씨는 “학교의 전산화는 하면 될 일”이라며 “어떤 이유로 유연근무제 시행이 늦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현재 시행하지 않는 이유가 전산화 시스템의 부재라고 알고 있다”며 “수료생 등록금이 두 배가 넘게 오른 만큼 전산화 구축 등의 서비스라도 개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다음 호(1972호)에서 해당 제도에 대한 학교 측의 의견을 담을 예정이다.

 

글 | 김아린 기자 arin@

사진 | 문원준 사진부장 mondlicht@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