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학생 연대 등 논의

“은폐된 진상 밝히고 재발 방지해야”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과 최경아 운영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과 최경아 운영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고려대·동덕여대·성신여대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가 지난 18일 본교 서울캠 학생회관 생활도서관에서 열렸다. 이태원 참사 발생 200일(16일) 주간을 맞아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 기획단과 본교 정치외교학과 1반 학생회(회장=김대원) ‘정월’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유가족과 학생들이 연대할 기회를 제공하고 특별법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패널로 참여한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최보람 씨(당시 35세)의 고모 최경아 운영위원은 기획단이 사전에 준비한 질문에 답한 후 참가자들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 이태원 참사 이후 유가족이 겪은 상황은

  최경아 | “보람이는 큰 오빠의 외동딸인데, 부모가 일찍 이혼해 제가 키우다시피 했습니다. 보람이는 결혼해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못하게 됐죠. 10월 29일 이후 아이 없이 크리스마스, 설날, 어버이날을 처음 맞았어요. 참사가 벌어진 후 울기만 하면서 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니 마냥 앉아있을 수 없었어요. 유가족들은 날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참사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뛰었습니다.”

 

  - 이태원 특별법은 어떤 의미인가

  이정민 |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군부독재 치하에서 목숨을 던져 이뤄냈어요. 저희는 이번 참사로 안전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자유를 얻었지만 아직 안전하지 못한 나라라는 사실이 화가 납니다.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특별법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법이에요.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재발을 방지할 수 없습니다. 특별법을 통해 잘못된 것을 찾아 처벌해야만 합니다. 흐지부지 흘러가게 둔다면 이러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보는가

  이정민 |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조각을 맞추며 결론 내린 이태원 참사의 핵심 내용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것은 마약 단속으로 인한 사고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을 쳐 국면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10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죠. 핼러윈 데이 당일 마약수사대 50명을 투입해 마약사범을 관찰, 추적하고 있었어요. 인파 관리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10명 내외가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일방통행만 시켜도 절대 사고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복 경찰이 있으면 마약사범이 숨어버린다는 판단에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거예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집무실에는 서울 전역을 볼 수 있는CCTV가 있고 무전기도 16대나 있습니다. 핼러윈 인파가 너무 많아 위험하다는 보고를 듣고도 9시쯤 퇴근해 버렸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입을 맞춘 듯 하나같이 유유자적한 것이 가장 의문스러운 점입니다. 인력이 투입됐으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상자에도 마약 추적은 계속됐습니다. 희생자 소지품을 뒤지는 등 마약 흔적을 찾으려 했어요. 부검을 요청하고 희생자의 계좌 추적까지 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하지만 희생자들은 그저 핼러윈 거리를 구경하던 사람들이었어요. 저희는 돈을 더 받기 위해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은폐하려는 진상을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 사회적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이 서로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이정민 |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인간관계는 소원해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유가족들의 눈치를 보고, 유가족들도 ‘내가 이렇게 떠들거나 웃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하지만 유가족들끼리는 같은 아픔을 감싸고 연대할 수 있어요. 텐트 안에 있으면 유가족 한 분이 분향소에서 돌아와 펑펑 웁니다. 그럼 실컷 울라고 내버려 둬요. 그러다 눈물을 닦고 다시 저희끼리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서로 치유되는 거죠.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세월호 유가족은 저희를 찾아와 사과합니다. 사실 사과는 정부가 해야 합니다.”

 

  -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최경아 | “저는 우리나라가 바뀌어야 한다고 100% 확신해요. 나라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여러분 청년들입니다. 대형참사 앞에서 외면하지 마시고 기억해야 여러분의 미래도 밝고, 여러분의 자녀도 밝은 미래에서 살 수 있어요. 이태원은 관광특구입니다. 그런 곳에 놀러 갔다 죽은 사람은 도울 필요가 없다는 폄하와 프레임이 속상합니다. 주위에도 관심이 없거나 왜곡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면 이런 사실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글 | 박지후 기자 fuji@

사진 | 김민경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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